사랑 속에서 고요하고 만족함 – 글: 프리야 제닌 맥킨니

글: 프리야 제닌 맥킨니(Priya Jeanine McKinney), 번역: 조은수

이 글은 샤카다타 국제본부의 소식지(Newsletter) 제28호(2020), pp. 10-11에 실린 것으로 저자가 베트남의 비구니 사찰 부설의 고아원에서 영어 자원봉사를 하면서 아이들의 사랑을 통해서 인생에 평온을 찾은 경험을 담고 있다.

사원의 스님들과 아이들

태국에서 일 년간 영어 가르치는 일을 하고 난 후 나는 몸과 마음이 무척 쇠약해졌다. 우울증이 오래 계속되었다. 오래 수행을 했건만 명상 중에 종종 눈물을 떨구곤 했다. 그러다 손목을 부러뜨리는 일이 생겼고 몇 주간 깁스를 한 채 지내야 했다. 외로움과 우울증이 가슴에 사무쳤다. 다른 수행자들과 같이 지내고 싶다는 바람이 일어났다.

그때 베트남 달랏에 있다는 쭈어 응우웬 콩(Chua Nguyen Khong)이라는 선불교 사원 겸 고아원에 대해 알게 되었다. 20년 전에 렉쉐 쏘모 스님을 만나서 인도의 잠양 재단의 사찰에 자원 봉사하러 간 적이 있었다. 스님께 연락해서 요즘 내 근황을 알리고 동남아시아에서 아이들을 위한 일을 해보고 싶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이 절을 추천해 주셨다. 이렇게 깨끗하고 완전 채식만 하는 사찰이 바로 이들 고아들이 있는 곳이라니, 나의 꿈이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그 사찰은 달랏 근교의 산 위 900m가 넘는 고지에 자리 잡고 있었다. 날씨는 쾌청하고 상쾌해서 하계의 뜨거운 열기를 피할 수 있었다. 베트남에 도착했을 때 주지이신 탐 한(Tam Hanh) 스님과 그 외 다른 스님들 그리고 아이들이 나와서 나를 함박웃음으로 맞아주었다. 그들 얼굴에 진정한 기쁨이 떠오르는 것을 보고 환영 받는 느낌을 받았다. 도착한 바로 그 날 어떤 스님이 염불을 하는 선방에 가서 앉았다. 오랜만에 깊은 삼매에 들 수 있었다. 비구니 스님의 염불 소리가 신비하고도 친숙한 느낌을 주었다. 마치 내가 아마존 여사제와 같이 정글에 있는 것 같았다.

도착하자마자 곧 마음이 가라앉고 편안하면서 사랑받는 기분을 느꼈다. 절은 싱싱한 채소 밭과 과일 나무로 둘러싸여 있는데 여기서 나는 과일과 채소로 식사 준비를 한다.

아침 일찍 종소리가 울리면 일어난다. 알람 시계가 필요 없다. 4시 아침 예불을 알리는 그 종소리를 들으면 눈만 떠지는 것이 아니라 의식도 깨어난다. 숨에 마음을 모으고 현재 이 순간에 깨어 있으려고 한다. 11시에 점심을 먹는다. 모두 다 자리에 앉으면 아이들이 기도를 하고, 주의를 주는 사람이 없어도 아이들은 조용하게 민첩한 손놀림으로 밥을 먹는다. 나와 눈이 마주치면 다정한 미소를 보내온다. 여기 음식이 얼마나 맛있는지 말로 다할 수 없다. 절에서 두부도 만든다. 끼니 마다 새로운 음식이 나온다.

공양 후 잠깐 쉬고 2시에 목욕, 청소 그리고 빨래를 한다. 이 분들은 모든 동작을 편안하고도 주의 깊게 하며, 결코 서두르지 않는다. 내가 오후 3시에 관음 연못 주위를 돌면서 산보를 하면 어린 스님들도 내 손을 잡고 깨끗한 길바닥을 한 발자국씩 밟으면서 행선하는 것을 좋아한다. 아이들도 영어 하는 것을 좋아해서 내 곁으로 뛰어오면서 ‘안녕하세요’ 라고 소리친다.

갓난아이를 사랑으로 보살피는 행자

4시는 놀이 시간이다. 넓은 땅에서 여러 가지 놀이도 하고 연도 날리고 운동장을 마음대로 뛰어다닌다. 전자 기기는 어디에도 없다. 그렇지만 사진 찍는 것은 무척 좋아한다. 저녁 6시에 선방에 모여서 예불을 한다. 40명의 아이가 꼼짝도 하지 않고 앉아 있는 모습을 한번 상상해보라. 처음에는 아이들이 그렇게 조용히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여기 스님들은 어린아이들과 신생아들을 돌보는데, 어떤 아이들은 태어나자마자 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 모든 아이를 스님들은 사랑으로 돌보고 있다.

하루 일과는 행선, 기도, 염불, 좌선 등으로 이루어진다. 일주일에 세 번 요가도 한다. 나는 매일 세네 시간씩 아이들을 가르친다.

주지 스님은 내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셨다. 그분이 얼마나 자비로운 분인지를 잘 보여준다. 잘 지내시나요, 마음은 어떠세요, 안정을 얻었나요, 다친 팔목은 아프지 않고요, 불편한 점은 없나요, 음식도 잘 맞고요? 스님들은 서로서로 잘 지내는지 언제나 챙겨준다. 요즘 같은 세상에서 참으로 드문 일이라 하겠다. 스님들의 자비심에 가득 찬 보살핌 덕분에 나도 세상에 대해서 좀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자신이 매일 예불에 가는지 아닌지 그런 것에 대해서 죄책감을 느끼거나 조바심하지 않게 되었다. 스님도 아니잖아? 괜찮아. 우리는 스님과 비슷한 옷을 입고 있는데 너무 편하고 빨래하기도 정말 좋아!

이 글을 쓰면서 나는 밖의 관세음보살상과 종각을 보면서 아름답게 가꾸어진 정원 속에서 귀뚜라미와 새 우는 소리를 듣고 있다. 잠깐 멈춰서 얼굴을 스치는 바람과 나무와 새소리에 귀를 기울여 본 지 얼마 만인가.

8시면 불을 끄고 침상에 든다. 요즘 내 일상은 오전 4시에 시작해서 저녁 8시에 끝난다. 예전에는 아침 9시부터 밤 12시까지였는데 말이다. 어느 날 저녁 8시에 불 끄고 누웠는데 작은 노크 소리가 들렸다. 희미한 불빛을 켜고 문을 열어보니 어린 비구니 스님이 서 계셨다. 그분은 아기였을 때 절에 왔는데 그때 1.5 kg 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지금 11살인데도 네다섯 살 정도로밖에 안 보인다. 그 스님은 영어를 못 하고 나는 베트남 말을 못 해서 잠깐 생각한 후 선반에서 동화책 <레인보우 피시>를 꺼내 읽어드렸다. 다 읽고 난 후 스님은 아주 정성스러운 몸짓으로 그 책을 다시 선반에 올려놓고는 내 방을 나갔다.

거의 잠이 들려던 순간이었었지만 그분이 깨웠다고 해서 짜증나거나 하지 않았고 오히려 기분이 정말 좋았다. 이 사찰에서 나오는 에너지와 친절함이 내게 영향을 주는 것을 보니 참 기분이 좋다. 나 중심주의에서 벗어나는 것은 정말 기분 좋은 일이다. 세상에 태어난 지 60년이 지난 지금에야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일이 내게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점점 애를 쓰지 않아도 사려 깊음과 친절함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사원의 어린이들

오늘 아침의 참선 시간은 정말 마술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사실 가장 멋있는 것은 스님들의 염불 부분이었다. 종과 북소리, 염불 소리를 듣는 것이 마치 자연계의 맥박 소리를 듣는 것 같았다. 자연이 나와 둘이 아니고, 내 안에 있는 것이기도 하고 밖에 있는 것이기도 한. 아마 우리의 내면세계와 자연 세계 간의 분리가 우울의 한 원인일지도 모른다.

문득 나는 이런 경험 모두를 스스로에게 들려주고 있는 자신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는 그것에 대해 어떤 판단도 일으키지 않고 온전히 깨어 있는 상태에서 다시 상념과 느낌들이 오고 가는 것을 바라보았다. 예전에 나의 스승이 예쉐 쪼걀에 대해 가르치면서 말씀하신 것이 생각난다. “기억하는 것이 바로 깨닫는 것이다.” 그것을 기억하면서 다시 생각과 느낌이 오고 가는 것을 계속하여 편안히 관찰하였다.

아름답고 조용한 순간들이 이어졌다. 알아차림의 환희가 갑자기 중단되었다. 모기 한 마리가 내 발을 깨물었다. 스스로 다짐했다. 방에서 나갈 때는 반드시 가리개로 발을 가리고 나갈 것! 기억과 깨어있음이 계속 왔다가 가고 또 가고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