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감] 대만사찰답사…존경스러움 가득, 따뜻함 듬뿍 (글: 신혜선)

신혜선
한양대학교 중국연구소 연구교수

그 짧은 시간 그렇게 많은 곳을 다니고, 많은 일을 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그런 마음과 달리 몸은 정직하다는 듯, 피곤이 '훅' 밀려왔다. 그래도 한 주말 쇼파와 한 몸 되어 뒹굴고 나니 아, 4박5일의 여정이 새록새록 되살아났다.

대만불교에 대해 워낙 무지하다보니, 살짝 겁이 났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조은수 교수님을 비롯해서 불교에 조예가 깊으신 분들이 함께 한 자리라서 큰 염려는 안했을 뿐 더러, 아니나 다를까 이보다 더한 사찰탐방이 있을까 싶게 '알참' 그 자체였다. 단지 낯선 만남에서 익숙함까지,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을 뿐.

첫날, 대화엄사(大華嚴寺)에서 맞닥뜨린 '2017년 만신(滿神)박람회'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1년에 한 번 있는 만신을 모시는 자리에 함께하다니, 행운이다 싶었다. 그 행운은 대만불교의 가장 큰 행사인 공승(供僧)제에 참석하면서 극에 달했다. 인도, 티벳, 스리랑카 등 전 세계 스님들을 초대하여 공양하는 대회로, 한국에서도 적지 않은 스님이 참석해 반가움을 더했다. 일산(日傘)을 받쳐 든 신도들 사이로 입장하시는 스님들의 행렬은 정말 장관이었고, 더욱더 장관인 것은 수 천 명을 헤아리는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이었다. 스님들께 올리는 공양식과, 신도들을 위한 도시락까지, 정성들여 길러진 재료를 손질해서 만드는 모습과 그것을 올리는 모습은 정말 감동이었다. 물론 신도용 도시락을 너무나 맛있게 먹어본 것 역시 행운이었지만….

대화엄사가 대만 중부의 대표적인 사찰이라면 중대선사(中臺禪寺)와 법고산사(法鼓山寺)는 대만북부, 대만 수도에 위치하여 세계 각국의 불자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지객스님들의 세련된 안내는 세계적인 대만불교의 힘을 느낄 수 있었는데, 그 오랜 세월 유각법사(惟覺法師)와 성엄법사(聖嚴法師)의 정신이 훼손되지 않고 맥을 잇는 모습이 참 대단해보였다. 특히 생활 속에 깊이 뿌리내린 대만불교답게 교육(敎育)과 자선(慈善)에 힘을 쏟는 모습은 한국불교에게 귀감이 아닐까 싶다.

아,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참 그리운 보이원(普宜苑) 스님들과 함께 어마어마한 양의 만두를 함께 빚은 자원봉사자들이 눈앞에 선하다.
"전, 한류(韓流)를 연구하는데, 대만의 한류는 어떤가요?"
"……"
"아, 대만에는 한'류(流)'는 없고 태풍(颱風)만 있어요."
"……"
아, 그저 '류(流)'는 물의 흐름만이 전부로 아시는 해 맑은 스님들. 늦게 귀가하는 우리를 위해 공부하다 뛰쳐나와 문 열어주셨을 텐데도 '피곤하지 않으냐', '모기에 물리지 않았느냐' 연신 걱정이다. "안녕~!"이라는 손인사로 합장 아닌 다른 모습도 서슴지 않고 보여주신 따뜻한 스님들의 모습은, '언젠가 꼭 한번 찾아가 뵈어야지' 하는 마음을 굳게, 굳게 다지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