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비구니회관 방문 인터뷰

2019년 11월, 전국 6천여 명의 비구니스님들의 구심처인 전국비구니회관에 새 집행부가 들어왔다. 전국비구니회관은 서울시 강남구의 광수산(光秀山) 자락에 반야용선(般若龍船) 모양의 건물로 아미타불이 계신 피안을 향해 항해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제12대 전국비구니회장 본각스님(샤카디타 코리아 공동대표)을 위시한 집행부는 이 곳에 거주하며 전국비구니회의 전환점을 마련하고 있다. 샤카디타 코리아 사무국의 김한울 사무국장과 시드니 톰슨 홍보간사가 함께 전국비구니회관을 방문하여 혜연스님(법룡사 주지), 수경스님(한국비구니승가연구소 소장), 설해스님(총무), 유정스님(교육국장)을 뵙고 어떤 변화가 있는지 직접 여쭤보았다.

* 전국비구니회관 홈페이지: http://kbiguni.org/

김한울 & 시드니:

혜연 주지스님, 안녕하세요? 전국비구니회관·법룡사에 오랜만에 와보니 이전과는 너무나도 달라진 분위기에 깜짝 놀랐습니다. 우선 전국비구니회관에 한번도 와보지 않은 분을 위해 간략히 말씀드리면, 비구니회관에는 법룡사도 함께 자리합니다. 스님, 전국비구니회관과 법룡사의 공생관계(?)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법룡사는 어떻게 비구니회관에 터를 잡게 되었나요?

혜연스님:

약 20년전 비구니스님들의 독립적인 공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모아, 비구니회의 스님들이 모여서 전국비구니회관을 지으셨어요. 조계종 총무원과 조계사가 함께하는 것처럼 전국비구니회관과 법룡사를 함께 설계하셨는데, 이 지역의 포교를 담당하는 사찰을 같이 지으신 거죠.

시드니:

3층 대법당의 만불전이 아주 멋있어요. 법룡사 자랑을 조금 해주세요.

 

혜연스님:

바로 대법당 만불전이 법룡사의 가장 큰 자랑거리입니다. 건물 외양이 현대식이다 보니 사람들이 겉만 보고는 전통적인 사찰 분위기를 느끼지 못할 거라는 생각을 하시지만, 대법당에 들어서기만 하면, ‘너무나 입체적이다’, ‘제3의 세계에 들어와있는 것 같다’, ‘어떤 영감이 떠오른다’ 등의 말씀을 하시죠. 여러 가지의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 장소예요. 대법당에서 전국 비구니스님들의 총회나 선거를 치르기도 할 만큼 웅장하고 입체적인 법당은 드물 거라고 자부합니다. 이 만불전을 보고 20년째 신도가 된 분도 있고, 우연히 법당에 들어왔다가 떠나지 못하고 수행을 하는 분도 있어요.

법룡사 대법당

김한울:

본각 회장스님께서 이번 비구니회장단은 전국비구니회관에서 상주하시겠다는 공약을 하시고 지난 2019년 11월부터 집행부 스님들과 함께 이곳에서 살고 계신다고 들었어요. 역대 비구니회 집행부 중 이곳에 상주하시는 경우가 처음이라고 들었습니다. 현재 몇 분의 스님이 살고 계세요?

혜연스님:

이 곳은 비구니계의 총무원 같은 곳이에요. 총무원에는 100여 명의 스님과 직원이 상주하며 유기적으로 일을 하고 있죠. 이전의 비구니회관은 집행부 스님들이 회의가 있을 때만 들르셨다가 다시 흩어지는 공간이었습니다. 제12대 회장인 본각스님께서는 '일을 더 적극적으로 하기 위해 전체 집행부 임원이 상주할 수 없더라도, 주요 부서는 직접 민원을 받아 발빠르게 대처해주면 어떠할까’ 하셨어요.

그래서 회장스님부터 금륜사 주지의 직책을 다른 스님에게 맡기고 이곳에 상주하시며 바로 결재하고 회의를 주재하시는 등 실무를 챙기십니다. 최소한의 인원이지만 같이 살면서 매일 함께 회의하고 토론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현재 회장스님 이하 열 분의 스님들이 같이 지내고 있어요.

김한울:

비구니스님들의 청와대 같은 곳이라 할 수 있겠네요?

 

혜연스님:

청와대라니, 너무 거창한데요?(웃음) 여러 부서의 스님들이 한 분당 두세 개의 임무를 맡아 같이 토의하고 결정하는 등 유기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비구니스님들을 위해 할 일이 많았지만 발빠르게 대처하지 못했던 아쉬움이 있었기 때문에 이 곳에 살기 시작한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모든 임원스님들이 여기서 함께 집중해주면 훨씬 더 많은 발전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에 따르는 어려움도 있을 테고, 잘 준비해야 가능한 일이겠죠. 여기에서 살고있는 스님들은 이 기회에 비구니회가 발전해야 된다는 생각으로, 이 발전으로 말미암아 한국불교의 이미지를 바꿀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도록 봉사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제12대 전국비구니회 임명식

시드니:

법룡사를 더욱 많은 사람들이 찾을 수 있도록 기획하고 계신 프로그램이 있으신가요?

 

혜연스님:

네, 많이 있습니다. 법룡사 신도의 대부분이 10~20년째 다니는 불자들입니다. 우리가 이 곳에 오자마자 여러가지를 바꿨더니, 이분들이 “저희가 다니던 절이 아닌 것 같아요”라고 하십니다. 분위기가 새롭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에요. 법룡사는 끝자락이긴 해도 강남에 위치한 절이고, 비구니회관에 소속된 절이므로 모든 비구니스님들의 열정을 이끌어가야 합니다. 따라서 신도들이 중요한 임무를 가진 절에 다닌다는 자부심을 가져야 하는데 막상 와보니 법회가 따로 없고 음력 날짜를 기준으로 한 전통 기도일만 있더라고요.

그래서 처음에 회장스님과 우리 스님들이 공들여서 일요법회를 구성했습니다. 모든 가족이 연령대를 초월해서 참여할 수 있도록 신경을 많이 썼어요. 요즘엔 핵가족인데다 가족 구성원이 나름대로 다 바쁘다 보니 하루 중에도 집에서 만나기 어려운데, 부처님 앞에서 뜻있는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도록 하는게 우리의 목표에요.

또한 기도는 불자들에게 가장 좋은 수행 수단이에요. 기도를 깊이 있게 할 수 있도록 스님들이 잘 이끌어서 불자들이 확고한 신심을 가지고 흔들리지 않는, 불교의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기도시간을 마련하고 있고요.

김한울:

스님, 일요법회를 매주 다른 주제로 진행한다고 하셨는데 조금만 소개해주세요.

 

혜연스님:

첫째 주에는 우리 회장스님이 화엄경을 기초로 일상에서 아주 듣기 쉽고 이해하기 쉬운 화엄경 법문을 하시고요. 둘째 주는 명상, 제가 일상 속에서 어떻게 명상을 이어갈 것인가에 대해 쉽게 풀어서 말씀드립니다. 세째 주에는 전국의 뛰어난 스님을 모시고 법회를 엽니다. 정목스님이 오셨을 땐 힐링, 자아를 살펴보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고요. 염불로 뛰어난 스님이 오셨을 땐 우리가 어떻게 바르게 기도하는가 하는 기도법에 대해서도 법문을 듣기도 했고요. 마지막 주는 회장스님의 법문으로 재미있는 생활 속의 기초 교리로 할까 계획 중입니다. 초하루는 기도하러 오시는 분들이 가장 많이 오시는 날입니다. 이 날에는 제가 기도에 도움이 되는 법문을 하고 있습니다.

김한울:

정말 매주 색다른 기분으로 일요법회에 참석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혜연스님:

예, 맞아요!

 

유정스님:

내일 당장에 오십시오.

 

김한울:

예, 스님(웃음). 제가 금륜사에도 몇 번 가보니 본각스님께서는 정말 그 누구보다도 환경보호에 앞장서고 계신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취임식 하실 때에도 참여한 모든 사람에게 도시락 용기를 선물로 주셨죠. 저도 하나 받아서 너무 잘 쓰고 있어요. 지금은 이 곳 비구니회관에서 환경보호를 위해 어떤 일을 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혜연스님:

비닐과 일회용품 안쓰기, 이게 우선이에요. 이를 지키려다 보니 가끔은 손이 더 많이 가기도 하고, 고민이 될 때도 있습니다. ‘어디에 담아드려야 하지?’ 하고요. 비닐이 매우 흔하고 자연스럽게 사용하기 쉬운데, 비닐을 쓰지 않으려면 아이디어를 내야 합니다. 공양간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동안 플라스틱 접시나 1회용 컵을 썼는데, 초기자본이 좀 들었지만 스테인리스 컵으로 다 바꿨어요. 또 스님들께서 각자 사찰로 돌아가 그곳에서 다시 실천하도록 환경보호운동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전국의 비구니스님들께 이 운동이 확산되도록 하는게 우리 일이에요.

김한울:

법룡사와 비구니회관에 제12대 회장단이 들어오기 전과 후를 비교했을 때, 가장 좋아진 점을 하나 꼽으신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혜연스님:

우리가 하는 말이 아니라 사람들이 그래요. “환해졌다, 따뜻한 느낌이 든다, 활기가 느껴진다”고. 그 전에 오면 한적하고 조용하긴 한데 뭔가 쓸쓸한 느낌이 들고 활기가 없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너무 환해졌다고 해요. 곳곳에서 스님들이 일을 하기도 하고. 우리는 일단 불을 켭니다.

시드니:

마지막으로 샤코 회원분들에게 새해 인사를 한마디 해주세요.

 

혜연스님:

샤카디타 코리아는 공동대표이신 본각스님께서 전국비구니회장이 되심으로 해서 전기를 맞이할 거에요. 우리 회장스님이 그동안 음으로 지원했다면 이제는 양으로 드러내서 지원할 수 있는 그런 좋은 기회인데 여러분들이 준비가 안되면 그게 잘 안돼요. 그러니 많은 활동 하셔서 비구니회와 샤코가 나란히 발전하는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김한울:

수경스님, 비구니승가연구소의 소장스님이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이 연구소는 전국비구니회에서 운영하는 것이지요? 언제 어떻게 출범했는지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수경스님:

이번에 새롭게 출범하는 비구니승가연구소는 전국비구니회에 소속된 부서이고, 정식 명칭은 ‘한국비구니승가연구소’(이하 연구소)입니다. 연구소는 사실 2015년도 제10대 명우스님께서 회장을 하실 때 이미 개원을 하여 비구니들의 위상 강화를 위한 정책, 복지, 교육, 포교 등에 관한 연구소로서 장대한 포부를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개원 이후 특별한 활동이나 연구없이 임기를 마치셨습니다.

시드니:

비구니승가연구소는 비구니스님들만 연구, 활동하실 수 있는 곳인가요?

 

수경스님:

비구니에 대한 연구가 아직 체계적으로 되어있지 않은 현 상황에서, 당분간은 비구니스님들만을 위한 연구에 집중할 생각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범위를 점차 확장하여 여성불자에 관한 연구도 할 수 있는 터전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그래서 저희가 비구니연구를 위한 공부모임에는 여성불자, 나아가 비구나 남성불자들도 관심 있으신 분들은 모두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을 개방하려고 합니다.

김한울:

2015년에 시작한 비구니승가연구소를 이제 점점 더 활성화하신다고요. 어떤 연구를 계획하고 계신지, 또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수경스님:

2015년에 시작한 비구니승가연구소를 활성화하는 과제는 이번 12대 비구니 회장이신 본각스님의 원력이자 공약이기도 합니다. 본각스님은 그동안 중앙승가대학교에서 비구니연구소를 10여년 동안 개인적으로 운영해왔습니다. 연구성과 및 업적도 대단합니다. 『한국비구니명감』(2007), 『한국비구니수행담록』(2007), 『한국 고중세 불교여성, 비구니 자료집』(2005) 등이 이미 책으로 출간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성과물과 자료 등을 이어받아 회장스님께서 하시고자 했던 한국비구니사연구를 완성하려고 하는 것이 이번 비구니승가연구소의 가장 주된 업무가 될 것입니다.

우선 스님께서 『(신문기사로 본) 한국비구니자료집』을 2003년부터 2012년까지 총 3차례에 걸쳐 출간하였습니다 그래서 그 이후 신문기사 자료를 수집해서 출간하는 일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바로 이 일에 착수하려고 합니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아무래도 삼국시대부터 시작해서 다시 한 번 비구니 관련 자료를 윤독, 검토하는 일, 또 아직 연구가 미진한 비구니 근현대사를 위해 자료를 수집하고 내용을 검토하는 일일 것입니다.

김한울:

샤카디타도 붓다의 딸로서 여성교육과 연구 등 비구니승가연구소와 비슷한 점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올해 2020년 하반기에 샤카디타 코리아와 함께 제2회 불교여성학술대회를 공동 개최할 예정입니다. 수경스님께서는 지난 대회에서 사회를 맡아 주시기도 하셨습니다. 이번 주제는 아직 미정인데요, 혹시 주제에 대해 생각해 두신 것이 있으신가요?

수경스님: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지는 않았습니다만, ‘근현대 비구니를 포함 여성불자의 역할’이라는 주제는 어떨까요?

2018년 학술토론회 '불교의 새로운 지평'

시드니:

소장스님께서 꼭 해보고 싶은 연구가 있으신가요?

 

수경스님:

저는 사실 선학전공자입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저의 관심분야도 선과 관련된 것이었지만, 제가 비구니승가연구소장이 된 만큼 비구니와 관련된 역사와 비구니들의 시대적 활동의 변천사 등에 이제부터는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한국비구니사를 총정리해 보겠다고 하는 이번 연구소의 목표를 완성하는 일이 현재 저로서는 최대의 관심사입니다.

김한울:

유정스님, 교육국장스님이 되신 것을 정말 축하 드립니다. 교육국장스님은 어떤 일을 하시는지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유정스님:

교육국장은 교육에 관련된 일을 하는 실무진입니다. 일은 크게 승가를 위한 교육과 재가 불자를 위한 교육으로 나뉩니다. 회장스님께서 교육에 굉장히 관심이 많으셔서 다양한 일을 하고 있어요. 기획에서부터 준비, 진행, 마무리와 후속 일까지 맡고 있죠. 재가 불자 교육도 담당하고 있습니다.

김한울:

지난 12월에 일상의례 염불학교를 진행하셨다는 기사를 읽었어요. 스님들은 당연히 염불을 잘 하실 줄 알았는데, 왜 다시 배우시는 건지 궁금했어요.

유정스님:

음악대학을 나와도 노래 잘하는 분, 악기 다루는 분이 따로 있듯이 스님들도 기본적으로 염불을 배우기는 하지만 염불을 쉽게 배우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선방을 다니거나 공부를 하느라 염불을 배울 시간조차 없는 경우도 있어요.

염불은 법당에서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같아요. 염불로 신심을 증장시킬 수도 있고, 가피를 받는 것까지 유도할 수 있죠. 스님들이 실제로 포교 현장에 서면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하면서 염불을 배워야 되겠다는 자각을 하곤 합니다. 이번 일상의례 염불학교에는 법랍이 30년 된 분도 오시고, 금방 출가한 사미니 스님도 오고 해서 편차가 굉장히 컸어요. 하지만 절실함을 가지고 많이 질문하고 좋은 답을 얻어서 현장에서 쓸 수 있는 일상의례를 배워 가셨죠.

그리고 염불은 수행과 연결이 됩니다. 큰스님의 경우 참선을 많이 말씀하시는데, 나중에는 염불선을 같이 병행하시는 분도 많아요. 단순히 의식에서 염불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본인에게 직접적인 수행의 방편이 되곤 하지요. 이번엔 4박 5일 프로그램으로 진행했는데 너무 짧다는 의견도 있고, 다른 요구사항도 많고…… 아주 재미있는 수업을 했습니다.

또, 염불학교뿐만 아니라 설법학교도 개설하여 운영할 예정입니다. 출가자의 본분 중에서 대중을 위한 설법은 포교의 일환이며 출가자 본인에게도 곧 수행이 되기 때문이지요. 이렇게 염불학교와 설법학교는 교육복지사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교육은 복지사업의 기본이 되니까요.

시드니:

이번 집행부에는 국제부도 신설되어 앞으로 활발한 국제교류가 기대됩니다. 스님들을 위한 외국어교육 계획도 있으신가요?

 

유정스님:

국제부의 주요업무 중 하나로 샤코의 대외활동에 연계하는 것이 있습니다. 샤코와 함께 활동하는 데에 국제부의 역할이 클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어요. 샤코 회원들 중에 영어 능력자가 많은데, 앞으로 불교영어 과정 등을 개설해서 서로 도움을 주고 받아서 국제회의 준비도 같이 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김한울:

재가 불자를 위한 교육프로그램도 열리나요? 어떤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계신지요.

 

유정스님:

재가자를 위한 교육프로그램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올해 3월부터 개강하는 불교대학입니다. 입문반은 4개월 과정이고 불교대학반은 주간/야간으로 나뉩니다. 입문반은 불교대학을 다닌 경험이 없는 분들을 불자로 정착시키는 데에 주력하고 있고요, 불교대학반은 이미 다른 여러 좋은 불교대학을 나오신 분들이라도 재교육 차원에서 심도 있는 교육을 할 예정입니다.

많은 경험과 스펙이 좋은 교수진을 모시고 심화교육을 통해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고심하고 있어요. 절찬 모집 중이니 샤코 회원분들께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법룡사 우담바라불교대학 모집공고 바로가기

 

시드니:

비구스님들이 운영하시는 불교대학과의 차이점이라면 뭐가 있을까요?

 

유정스님:

가장 좋은 점은 비구니스님들이 운영하기 때문에 보살님의 경우, 거사님들이 편하게 보내주시고(웃음). 거사님과 보살님이 같이 오실 수 있고(웃음). 교육내용을 알차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학장스님이 본각스님이시잖아요. 본각스님의 화엄학, 혜연스님의 명상 등 특색을 최대한 살리는 게 장점입니다.

또 재가자를 위한 교육프로그램으로 문화강좌가 있어요. 선재스님의 사찰요리, 혜선스님의 다도, 한유경님의 민화반, 이청실님의 규방공예, 강영안님의 꽃꽂이반을 운영 중입니다. 앞으로 새 강좌도 신설할 예정입니다.

또 70세 이상 된 불자님들을 위한 연화반(가칭, 실버대학)을 개설할 예정입니다. 올해 하반기에는 문을 열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김한울:

교육국장스님께서 꼭 해보고 싶은 교육이 있으신가요?

 

유정스님:

일상의례 염불학교와 함께 설법학교를 기획해서, 이 두 학교를 비구니회의 주력사업으로 하려고 합니다. 이 두 학교를 꼭 정착시키고 주기적으로 잘 운영해서 비구니승가교육의 일환이 될 수 있도록 제가 받침을 잘 하고자 합니다. 또 계율과 관련하여 청정승가에 기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 만들고 싶고요. 국제부와 연계해서 국제사미니강원을 준비 중인데, 다소 어려움이 있어요. 우리가 수지하는 계와 다른 나라 사미니계의 계맥이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충돌이 있습니다. 종단의 협조를 받아야 하는 일도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사미니강원을 세워서 한국 비구니 승가가 틀을 잘 갖춘 승가로서 타 국가에 도움이 되어 세계적인 법맥으로 움직이는데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의지는 갖고 있습니다.

시드니:

스님, 그러면 국제사미니강원에는 외국 스님들이 오는 것인가요?

 

유정스님:

예, 외국인 스님이 와서 비구니회를 통해 한국 불교를 배우는 거죠. 하긴 해야 하는데 어려움이 좀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어린 나이에 출가해서 60세가 넘은 비구니스님들 중에 경전공부를 다시 하고 싶어하는 분들이 많으세요. 여력이 되면 그분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만드는 것이 교육부의 일원으로서 마땅하다는 생각입니다.

김한울:

전부 좋은 프로그램이라 그만큼 힘도 드시겠어요.

 

유정스님:

샤코에서 많이 도와주세요, 통번역과정같은 프로그램이요.

 

김한울:

스님, 마지막 질문입니다. 비구니회 집행부의 일원이 되셔서 좋은 점은 무엇인지요?

 

유정스님:

제가 사실은 발원했던 것이 있어요. 한국에는 사찰이 많잖아요, 법당 불사보다는 인재 불사를 하겠다는 발원을 했었어요. 그리고 비구니 선지식을 만나야겠다는 발원을 했었는데 어쩌다 보니 이곳에 이력서를 냈죠. 이력서를 낼 땐 문화부로 갈 줄 알았는데 나중에 발표되고 보니 교육부라고 해서 깜짝 놀랐어요. ‘내가 교육부를 책임질 만한 자격이 있을까?’ 고민하다가 그냥 해보기로 했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까 제가 인재 불사를 하겠다는 발원을 했던 것이 생각났습니다. 발원한 대로 가고 있으니까 전력투구하는 마음이 생기죠. 잘하든 못하든 그것과는 상관없이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이 생기니까 활력 넘치던 20대로 돌아간 기분입니다. 그처럼 비구니승가를 위해서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참 좋습니다. 그리고 상주하는 스님들이 같이 생활하면서 서로 북돋아주고 자기 소임을 잘 할 수 있게 응원해주는 것이 굉장히 좋습니다. 재미있게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샤코와의 일도, 작년에 호주까지 같이 갔다 왔잖아요? 그때 샤카디타 호주대회에 가서 굉장히 놀랐어요. 비구니로서 많은 역할을 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동안 너무 소극적으로 지내왔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런 것도 비구니회에 오니 자연스럽게 연결할 수 있는 마음이 생겨요. 예를 들면 교육부에서 문화강좌를 하면서 “저 강좌는 샤카디타 대회에서 워크숍으로 내보내면 어떨까?” 이런 아이디어가 생겨요. 규방공예 하시는 이청실 선생님께도 샤카디타 대회에 나갈 수 있겠느냐 하고 물어보기도 하고.

김한울:

스님, 샤코의 명예회원 같은 일을 하고 계시네요.

 

유정스님:

제가 샤코의 평생회원이잖아요(웃음). 능력은 아직 많지 않지만 마음만큼은요. 그 마음이 발현되기를 바래요. 마음에서 멈추지 않고요.

 

김한울:

설해 총무스님, 안녕하세요? 제12대 전국비구니회는 어떻게 구성되었는지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국제부가 신설되었다고 하는데 앞으로 샤카디타 코리아와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것 같아요.

설해스님:

제12대 전국비구니회는 원로회, 회장스님, 부회장스님단, 집행부(총무부, 기획부, 재무부, 교육부, 문화포교부, 사회복지부, 국제부, 한국비구니승가연구원, 사찰음식연구소)와 간사스님, 법룡사, 사서실로 구성되어 있어요.

저는 총무국장이니까 총무부에 대한 소개를 간단히 할게요.

먼저, 각종 회의를 총괄합니다. 종무회의, 총회, 운영위원회, 원로회의, 회칙개정위원회의 등 여러 회의의 안건을 취합하고 상정하고 결의사항을 처리합니다. 또한, 인사나 기록물 관리, 회원 관리, 후원자 관리 등 조직 운영도 맡고 있습니다. 그밖에 선학원이나 가사원도 관리하고 연무대 수계법회도 맡고 있습니다.

그리고 총무부의 역할 중 하나는 각 부서가 업무를 원활히 할 수 있도록 여러 행정업무를 지원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사회복지부의 경우, 백천문화재단 의료비 지원 사업을 하고 있는데, 소임자가 비구니회관에 상주하지 않아서 총무부가 대신 접수나 전화상담을 하고 의료비 지원 홍보, 비구니복지회 후원에 대한 홍보도 하고 있습니다. 교육부의 경우 교육 일정에 관한 문자 지원도 하고 국제부의 경우는 파키스탄인 초청 행사에 대해서 일의 진척 상황을 국제부에 알려서 국제부가 행사를 주관하게끔 자연스럽게 연결해줍니다.

제12대 전국비구니회 집행부 회의 모습

김한울:

정말 다양한 일을 담당하고 계시는군요. 전국 비구니스님이 총 몇 분 정도 계시는지요? 또 비구니스님이 되면 비구니회에 자동 가입 되시나요?

설해스님:

흔히 6,000여 비구니라고 합니다만 정확한 명단이 저희에게 있는 건 아니에요. 현재 저희가 가지고 있는 명단은 4,601명입니다. 이 명단은 이번 회장선거 때 입수한 연락처와 비구니회관에 등록된 연락처를 취합한 거예요. 보문종 소속 비구니스님, 선학원 소속 비구니스님, 사미니스님 등을 합하면 6,000여 명이 되지 않을까요? 계속 명단를 모으고 있으니 올해가 지나면 6,000여 명의 연락처가 저희에게 등록되지 않을까요?

현재 등록된 4,601명의 스님들에게 문자메세지로 회장스님 새해인사나 비구니회 관련 소식 등을 전하고 있어요.

모든 비구니스님들이 비구니회에 자동가입되는 건 아니에요. 기존 비구니스님들께는 계속 가입을 유도하고 있고 해마다 새로 비구니가 된 스님들이 입회할 수 있도록 구족계 수계산림에 참석해서 비구니회를 알리고 입회원서를 받고 있습니다.

김한울:

비구니회 회원스님들의 수가 많은데, 관리 프로그램을 사용하시는지요.

 

설해스님:

처음 인수인계를 받고 비구니회관에 왔을 때 그런 프로그램이 있을 줄 알았어요. 지회를 통해 많은 스님들이 비구니회 입회원서를 썼었으니까요. 그런데 와 보니 엑셀파일에 이름, 전화번호, 주소만 적혀있고 다른 정보가 없어요. 그래서 2020년 총무부 첫번째 사업으로 회원관리시스템을 도입하여 회원정보를 등록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등록 작업이 끝나면 분류하여 그룹으로 묶는 작업을 할 예정입니다.

김한울:

그러면 지금까지 비구니회에서 스님들이 직접적으로 복지서비스를 받는다거나 관리를 받는 건 없으셨어요? 본각 회장스님의 공약 중에는 비구니스님들을 위한 복지사업도 있었는데, 새로 계획하시는 서비스가 있으신가요?

설해스님:

복지서비스는 받고 있었죠. 의료복지로는 백천문화재단과 협약을 맺어서 매월 700만원씩 의료비를 지원해요. 종단의 승려복지와는 달리 조계종, 선학원, 보문종의 비구니스님, 사미니 스님들 다 지원해요. 대상이 되는 스님들에게 입원하거나 수술하시면 알려달라는 홍보를 몇 년 전부터 시작했는데도 지원자를 모으기가 쉽지 않았대요. 그런데 회장스님 취임 직후인 11월부터는 신청하시는 분이 꾸준히 있어서 어렵지 않게 매월 700만원씩 계속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 동국대 병원과 연계해서 매년 30명의 스님들에게 무료건강검진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어요. 교육부에서 주관하는 교육복지로 일상의례 염불학교와 스피치교육 심화과정을 진행하고, 장학금 지급도 하고 있고요.

회장스님께서 가장 관심을 기울이시는 노스님 복지도 깊이 고려하고 있는데 먼저 혼자 사시는 스님들을 파악하려 합니다. 먼저 스님들의 현재상황을 파악해야 도와드릴 방법도 연구할 수 있겠죠?

김한울:

그렇다면 이 일이 스님이 가장 하고싶으셨던 것인가요? 총무스님께서 꼭 이루고 싶은 사업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설해스님:

회원 스님들에게 도움을 드리고 싶어요. 총무부 첫번째 사업으로 회원 스님 정보를 입력하고 분류하는 작업을 먼저 하는 이유도 회원 스님에 대해 파악하고 있어야 도와드릴 수 있어서요. 예를 들어, 법률적으로 도움 필요할 때, 불사하다 보니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어디에 연락해야 할지 모르거든요. 그때 비구니회에서 상황에 맞는 도움을 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또 외국의 사찰에서 포교할동 하시던 스님이 연로하여 그 곳에서 포교할 젊은 스님을 소개받고 싶을 때에도 능력 있는 스님을 연결시켜 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비구니스님들의 엄마 같은 역할을 하는 거죠. 어떤 상황에서도 비구니회에 연락해주시면 함께 고민하고 해결할 방법을 제시하는 따뜻하고 든든한 엄마의 역할.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두면 어느 스님이 영어를 잘하는지, 어느 스님이 상담 자격증이 있는지, 어느 스님이 연로하고 혼자 사시는지 등을 알 수 있잖아요. 능력을 발휘할 스님은 그 역할에 맞는 곳에, 연로하신 스님은 편히 쉬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드리고요.

시드니:

멋있어요, 스님. 스님께 재미있는 질문을 해볼게요. 비구니회관에 총 11분의 스님이 살고 계신데요. 한달에 쌀을 몇 kg 드시는지?

 

설해스님:

그건 제가 잘 몰라요(웃음). 그건 원주보살님이 잘 아시겠죠?

보살님이 처음에는 스님들이 갑자기 많아지니까 많이 당황해하시는 것 같았어요. 그 전엔 매끼 공양을 차리지 않았고 부식도 별로 사지 않았는데 갑자기 10명의 스님들이 매끼 공양을 하니까 처음에는 본인도 힘들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러나 스님들이 여법하게 살고 열심히 사니까 공양주보살님을 포함한 직원들, 법룡사 신도들이 좋아하는 거 같아요. 그게 확 느껴져요. 처음에는 ‘이분들이 진짜 잘 살려나?’ 하고 지켜보는 거 같더라고요. 하지만 몇 달이 지난 지금은 마음을 확 연 것 같아요. 우리를 적극적으로 도와주려 하고 공양주 보살님이나 봉사자 보살님들도 정말 맛있는 걸 스님들께 공양하고 싶어하는 그런 마음이 느껴집니다.

‘아, 누군가 와서 주인처럼 잘 살기를 원했구나’ 싶어요. 예전엔 빈 집 같고 따뜻함이 없는 곳이었는데 요즘은 밝아지고 활기가 느껴진대요. 이곳 스님들 표정이 다 밝아요.

김한울:

저도 정말 그렇게 느껴집니다.

 

설해스님:

그렇죠? 보기에도 너무 좋지 않을까. 보살님들이 말을 걸고싶어 해요.

 

시드니:

여기 직원분이 많으세요?

 

설해스님:

많지 않아요. 1층 사무실에 한 명, 관리과장님 한 명, 공양주 보살님 두 명. 나머지는 봉사자분들이 계셔서 이 곳이 돌아가요.

 

김한울:

그럼 지금은 아침, 점심, 저녁 하루에 세번 공양을 하세요?

 

설해스님:

지금은 아침, 점심 공양을 합니다. 우리는 저녁을 잘 안 먹어요. 저녁엔 있는 반찬과 밥을 차려 두면 먹고 싶은 사람이 공양하고, 외부에서 스님들이 주무시러 오시면 그 분들이 드세요. 정식으로는 두 끼를 먹는 거죠.

김한울:

다른 나라 비구니스님들을 뵈면 나라마다 대표적인 색깔이 하나씩 있는 것 같아요. 티베트 스님은 적갈색, 네팔 스님은 분홍색, 우리나라 스님은 회색을 입으시는데, 가방이나 자가용도 회색으로 맞추시더라구요. 이렇게 한가지 색으로 맞추시는 이유가 있나요?

설해스님:

불교에서 삭발하고 가사를 수하는 이유는 사치하지 않고 꾸미지 않기 위해, 간소한 삶을 살기 위해서 입니다. 외국에 나가보니까 회색 옷을 입으면 마하야나, 적갈색 옷을 입으면 테라바다라고 분류가 되더라구요. 계율에 적힌 건 아니지만 자연스레 한 색으로 입게 되었네요. 인도불교의 영향을 그대로 받은 남방불교국가는 적갈색, 우리는 중국불교의 영향으로 회색으로….

시드니:

스님, 마지막 질문을 드립니다. 비구니스님이 되셔서 가장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설해스님:

비구니스님이라서 좋기보다는 그냥 스님이 되어서 좋아요. 진심으로 내가 부처님 제자라서 너무 좋고 내 스승님이 부처님이라서 너무 좋아요. 어느 해인가? 부처님 오신 날에 ‘부처님, 태어나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라고 되뇌었어요. 수행을 하고 경전을 읽으면서 ‘부처님이 이렇게 살라고 하셨구나’ 라고 불교에 대해 조금씩 알아지고 길이 보이기 시작하니까 부처님이 더 존경스러워지고 내가 부처님의 제자라서 너무 좋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부처님 제자라면 비구니라도 괜찮고 비구라도 괜찮죠.

소임으로 바쁘신 와중에 기꺼이 인터뷰에 응해주신 스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