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영어번역 수련회를 다녀와서 – 오지연

오지연

샤카디타 코리아 운영위원
원각불교사상연구소 책임연구원

밤낮없이 뜨거운 열기를 뿜어대던 무더위도 이제 그 끝이 보이는 듯하다.

한국샤카디타에서는 지난 8월 19일부터 8월 24일 6일간, 대만에서 개최된 불교영어번역 수련회에 참가하였다. 행사명은 ‘샤카디타 타이완 2013 국제 달마 번역 수련회 및 불교문화 교류(Sakyadhita Taiwan 2013 International Dharma Translation Retreat & Buddhist Cutral Exchanges)'인데, 이 수련회는 샤카디타 대만지부의 주최로 인도네시아, 한국, 대만 등 아시아지역의 샤카디타 회원들이 모여서 불교영어 번역의 경험을 공유하고 서로의 불교문화를 소개하는 장이었다.

전체 일정 가운데 첫 3일 동안은 대만의 비구니 사찰과 연구소, 박물관 등을 돌아보는 체험 프로그램으로 진행되었고, 나머지 3일은 타이뻬이시 법우산(法雨山) 보의원(普宜苑)이라는 비구니 사찰에서 발표와 토론의 시간을 가졌다. 발표 첫날은 샤카디타 인터네셔널의 창립 맴버이며 전(前) 회장을 지냈던 렉쉐 쏘모(Lekshe Tsomo) 스님의 강의를 시작으로, ‘대만 불교에서의 여성’, ‘불교 경전의 번역’ 등에 관한 발표가 있었다.

둘째 날에는 드디어 한국 참가자들의 발표하였다. 이번 수련회 전체 40여명의 참가자 가운데 한국에서는 12명이 참가하였다. 그 중 대부분은 한국샤카디타의 GEP프로그램을 수료한 젊은 새내기 불자들이었다. GEP(Global Empowerment Program)은 불교를 영어로 공부하며 불교영어 번역과 통역 능력을 길러서, 불교를 통해서 한국과 세계를 연결하는 교량역할을 해낼 젊은이들을 양성하기 위하여 한국샤카디타에서 개설한 강좌이다. 지난 6월부터 개설된 제3차 GEP강좌를 수료하고서, 대만의 이번 수련회에 참가하기로 결정한 학생들은 더위도 아랑곳 않고 발표 준비에 최선을 다하였다. 발표문을 수정하고 또 수정하고 프리젠테이션을 연습하고 또 연습한 결과, 조금도 손색없는 멋진 발표를 해내는 쾌거를 이루고야 말았다.

오전에는 ‘한국의 템플스테이’, ‘SNS를 통한 젊은 세대의 불교포교’, ‘한국대학생과 불교동아리’에 대하여 각각 발표하였다. ‘템플스테이’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불교의 저변 확대를 위하여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호응도 상당히 좋다고 하자, 다른 나라의 참가자들도 많은 관심을 표하였다. 단, 젊은 사람들이나 타 종교인들도 템플스테이에 호감을 갖는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사찰에서 머무는데 자율적인 보시가 아니라 일정한 ‘가격’을 정하여 지불한다는 점은 불교의 근본정신에 위배되지 않는가 하는 지적도 있었다. 다음, 최근에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와 같은 SNS를 통해서 젊은이들이나 비불교도들도 쉽게 불교를 접할 수 있으며, 혜민이나 법륜, 정목같은 스타스님들을 통해서 불교포교가 비약적으로 활발해졌다는 발표를 하자 대만의 스님들과 불자들이 무척 흥미로워 했다. 하지만, SNS포교의 수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과정에서 발생하는 단점들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고려하여야 한다는 의견도 잊지 않았다. 이처럼 젊은 세대의 포교와 새로운 포교 방법 개발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참가자들 모두 깊이 공감하며 활발하게 토론하였다.

계속해서 오후에는 ‘동물실험과 업보의 문제’, ‘경전이나 한국불교 저술의 영역(英譯) 동향’, ‘기존의 한문본에 기초한 국역(國譯)과 싼스끄리트나 빨리본을 저본으로 하는 새로운 경향 사이의 갈등’에 대한 발표가 있었다. 다음 날에는, 오는 2015년에 세계여성불자대회를 개최할 인도네시아 참가자들의 불교문화 소개와 그들의 번역 현황과 어려움에 대한 발표가 있었다. 다양한 주제 발표와 토론을 통해서, 각국의 불교계 현황은 서로 다르지만 불교영어 번역에서는 서로 유사한 어려움을 갖고 있음을 확인하며 깊은 공감대를 형성하게 되었다.

특히 마지막 날에는 렉쉐 쏘모스님과 대만 샤카디타의 대표인 크리스티 장, 한국 샤카디타의 대표인 조은수 교수(서울대 철학과)가 샤카디타의 역사와 13회에 걸친 역대 샤카디타 대회를 돌아보며, 대만과 한국 지부의 창립과 활동에 대하여 설명해주었다. 그리고, 대만지부에서 이처럼 유익하고 좋은 자리를 마련한 것에 감사하며, 다음에는 한국에서도 이러한 불교영어번역 국제워크샵을 마련하여 더욱 더 깊은 우정을 쌓기를 기약하였다.

행사가 진행된 보의원의 창건주이신 조인(照印)법사께서는 우리들에게 ‘이곳이 객지가 아니라 모두가 내 집에 온 것으로 여기라’고 말씀해주시는 자상함과 어떠한 질문에도 거침없이 조리있게 답해주시는 지혜를 겸비하고 계셨다. 그리고 행사진행에서부터 공양 준비에 이르기까지 지극히 헌신적으로 우리를 지원해주신 사찰의 모든 스님들 덕분에,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수련회 내내 우리는 모두 내 집처럼 편안하고 서로가 모두 자매와 가족이 된 듯한 진한 유대감을 느꼈다. 다시 한 번 보의원의 모든 스님들과 대만 샤카디타 여러분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올 여름, 전세계에 있는 붓다의 딸들을 위한 한국샤카디타의 첫걸음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이번 수련회에서 용기있는 걸음마를 내디딘 한국의 풋풋한 새내기 불자들에게 다시 한 번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