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P 3기, 대만 번역 리트릿 참가 후기

운성 스님

B-GEP 수료
이번 컨퍼런스의 주제는 '불교 번역 및 문화교류'였습니다. 각국의 번역전문가, 통역가들이 모인 그 자리에, 저는 통번역의 전문가가 전혀 아니지만, 평소 세상의 모든 '소통'의 길들에 깊은 관심과 사명을 갖고 있었기에 부족하지만 준비한 프리젠테이션을 들고 찾아가 보았습니다. 한국팀 12명 중 유일한 스님이었으니 한국식 승복과 걸음걸이와 미소, 말 한 마디, 염불 한 자락에도 깊은 관심을 보이는 각국의 참가자 분들께 '아주 작은 것이라도 참스런 한국불교의 진면목을 보여드려야 하겠구나' 라는 사명감이 일었습니다.
제가 발표한 주제는 ‘한국 불교계의 영역번역의 흐름을 선도하고 있는 현장의 번역가들의 소개와 불교번역가의 자세 제언’이었습니다. 실제 이 주제로 인터뷰와 자료를 준비했던 초은스님이 부득이한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해 제가 대신 발표를 하게 되어, 혹 본래의 뜻을 제대로 다 전달하지 못한 부분 있으리라 사료됩니다. 하지만 세계일화의 기치 아래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현 한국 불교계의 흐름 위에서 이른바 멜팅 폿(Melting pot)이라 할, 다양한 문화, 가치가 자연스럽게 만나 부딪치며 녹아 내리게 되는 '소통'의 집약체인 '번역' 분야가 갖는 중요성을 다시금 자각하고, 이를 위해 지금 이 순간 내가 할 일이 무엇인가 서원 하나 분명히 세우게 된 계기로써 이번 대만 행은 무척 의미 있는 만행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무엇보다 작년 국제선센터에서 만났던 B(Bikkuni)-GEP 출신의 풋풋한 청년불자들과 다시 만나게 된 점, 떠올리면 흐뭇하게 미소 지어지는 풍경입니다. 컨퍼런스 중이나 행사 후 타이베이 시내 한 바퀴를 돌면서 가까이 들여다 본 그들의 모습은 역시 한국 보통의 고민과 방황 속에 흔들리는 청년들임에 틀림없었지만, 프리젠테이션을 준비하고 나누고, 현장에서 참가자들을 위해 빠르게 몸을 움직여 도울 줄 아는 속 깊은 모습을 보며 더없이 든든함을 느꼈습니다. 영어공부를 하러 왔다가, 되려 남의 나라 말을 통해 불교의 진면목을 만나게 되고, 그 인연이 이어져 이렇게 실질적인 세계무대에서 한국불교 홍보대사로서의 몫을 단단히 수행해내는 그들을 지켜보는 것이 저에게 크나큰 기쁨이었답니다.
또한 우리가 머물렀던 법우산 보의원의 회주스님을 비롯한 대중스님들이 노스님들을 예우하고 젊은 스님들을 바르게 이끌어가며 하루하루 일상의 소중함을 놓치지 않으며 그 속에서 참다운 조화로움을 길어 올리시는 모습,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매일 아침 구부정한 등에 낡은 가사 두르시고 예불자리에 빠지지 않으시고 공양자리 잘 지키시던 보의원 노스님들 모습, 컨퍼런스 내내 중국어 통역기를 귀에 꽂고 우리의 얘기들을 일일이 들어주시고, 질문에 답변도 해 주시며, 틈틈이 손수 요리까지 만들어주시던 회주스님의 그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헌신과 자비로움은 오래오래 대만이라는 이름과 함께 떠오를 고마움, 든든함일 것입니다. 처음 삭발 염의하고 어른 스님 앞에 무릎 꿇고 초발심을 익히던 그 시절의 심정을 보의원의 회주스님과 노스님들의 고우신 등 결에서 다시 만나게 될 줄이야...
오롯이 개인 및 기업 차원 불자들의 후원으로 잘 운영되고 있는 무려 6개의 불교채널을 통해 부처님의 법음이 흘러나오는 TV를 보면서, 시내 어디를 가더라도 스님들을 깍듯이 예우하고 보호할 줄 알며 수행과 봉사가 세포의 일부로 알알이 박혀있는 듯한 대만불자들의 살아있는 관세음의 미소를 만나면서, 교육과 수행, 포교, 복지 어느 것 하나를 소홀히 보지 않고 체계적인 시스템 아래 정성을 다해 아우르며 세계 무대에서 모범을 보이고 있는 '대만불교'라는 그 맑디 맑은 거울에 한국불교의 과거ᆞ현재ᆞ미래를 비추어본 계기였습니다.
어느 누구의 역사도 다 그럴 수 밖엔 없었던 까닭이 있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핑계를 대기 보다는 지금 이 곳으로부터, 이미 갖고 있는 보석을 갈고 닦는 일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이번 컨퍼런스 한국팀을 이끌고 바쁜 와중에 살펴 준비해주신 조은수교수님, 그리고 세계불교도우의회와 샤카디타 때 인연으로 이번 모임에 초대해 섬세한 배려로 맞아주신 샤카디타 회장 크리스티 장 보살님과, 컨퍼런스 내내 옆방에 머물며 밤마다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함께 참선을 했던 고요하신 뒷모습 아름다우신 렉쉐 쏘모스님(샤카디타 전 회장), 그리고 함께 한 우리 멋진 한국팀 한 분 한 분께 감사드립니다.
모두 청안하시길. . . Metta _()_

김승혁

GEP 3기 수료, 서울대학교 산림학과 3학년
지난 8월 22일부터 24일까지 대만 타이페이시의 북쪽 교외에 있는 불교 사찰 보의원에서 열린 불교 통번역 워크숍에 참가했다. 이 워크숍은 세계 각지에서 온 스님들 및 재가불자들이 모여서 불교 통번역에 관해 영어로만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들었기에, 불교에 대한 나의 얕은 지식뿐 아니라 부족한 영어실력 때문에 가기 전부터 겁을 먹고 있었다.
6월말부터 한 달 반 가량 불교 여성 개발원에서 GEP프로그램에 참가했던 것도 이 워크숍을 염두에 두고 준비한 것이었지만, 역시 연습과 실전은 달랐다. 불교여성개발원에서 함께 공부하던 사람들은 모두 한국인들이었기 때문에 영어로 이야기하다가 막히면 가끔씩 한국어 단어를 섞어가며 이야기해도 서로 이해할 수 있었고, 이야기하는 주제 또한 어려울 것이 없었고, 조금 생소한 단어가 나오면 선생님께서 부연설명을 해주시곤 했었다.
그러나 워크숍에서는 스케줄에 따라 주어진 시간 동안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다 보니 누가 부연설명을 해주는 것도 아니고, 어려운 단어는 내가 알아서 건너뛰고 들어야 해서 상대방이 길고 빠르게 이야기하는 경우에는 맥락을 따라가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역시 일상생활이 아닌 이런 학술적인 자리에서 영어실력의 격차가 가장 크게 느껴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영어실력을 알기 때문에 애초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고, 워크숍에 참가하는 의의도 영어공부에 대한 동기부여와 좋은 사람들과의 인연 맺기 정도로 생각하고 참가한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방의 말을 100% 이해하지 못하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100% 말하지 못한다는 것은 별로 스트레스가 되지 않았다. 열심히 집중해서 듣고 50% 정도만 이해한 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짧고 쉬운 영어로 표현하는 것으로 나는 만족했다.
이번 워크숍에서 내가 무엇보다도 가장 걱정했던 것은 발표였다. 나는 한국 대학생들의 불교 활동에 대한 주제로 20분 가량 발표를 했다. 다른 발표자들은 청중들과 시선도 잘 맞추면서 자연스럽게 진행했지만, 나는 발표문을 읽느라 시선이 거의 아래로만 향해 있었다. 그나마도 발표문을 미리 준비해가지 않았더라면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발표 후 두 명이 내게 질문했고, 나는 그에 대한 내 생각을 짧게나마 표현해서 대답했다. 그래도 발표를 그럭저럭 끝마치고 나니 영어에 대해 약간의 자신감이 생겨서 그 이후의 일정 동안은 좀 더 적극적으로 의사표현을 하게 되었다.
쓰다 보니 후기가 거의 내 영어실력을 한탄하는 내용이 되어버린 것 같다. 제대로라면 워크숍에서 보고 들은 세계 각국의 불교 통번역 현황과 전망에 대해서 개괄적으로 보고해야 하는데 조금 쑥스럽다. 하지만 이번 워크숍의 활동 내용들도 지적인 교류보다는 각국에서 비슷한 뜻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인다는 데에 의의가 컸던 것 같다. 나 역시도 3일간의 짧은 일정으로는 이러한 성격의 워크숍이 더 적합하고 의미가 있다고 본다. 세계 각국의 좋은 친구들과 스님들을 많이 알게 된 것, 그리고 영어공부에 대한 동기부여가 된 것이 이번 워크숍에서 얻은 나의 큰 수확이었다.

김한울

GEP 2기, 3기 수료, 그래픽 디자이너
샤카디타 타이완이 주최한 영어 통역 안거, Dharma Translation Retreat에 참가하며. 리트릿이 시작하기 3일 전 영은이와 함께 대만에 도착하여 여러 비구니 사원들을 둘러보는 템플투어에 함께하였습니다.
우리가 가장 먼저 도착한 Hong Shi 사원은 아름다운 정원과 깨끗한 실내로 처음 만난 대만의 법당에서 참선도 해봤습니다. 안내를 받으며 사원을 한바퀴 돌고 오니 템플투어단을 위해 스님들께서 직접 요리해 주셨는데, 모르는 사람이 먹으면 채식이라고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식감을 가진 요리들이 정성스럽게 차려졌고 추적추적 내리던 빗방울이 정취를 더하였습니다. 다음날은 환경친화적인 방법으로 건설하여 수상까지 한 사원인 Yanghui Institute로 향했습니다. 실내에는 특이한 구조를 하여 갖가지 방식으로 햇빛을 끌어온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다음 들른 Nanlin 비구니 사원에선 스님들과 함께 예불도 드리고 걷기명상도 하며 대만의 향기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음날 현장법사의 사리를 모신 Xuan Zang 사원에 들른 후 리트릿이 진행될 Pu Yi Yuan으로 향했습니다. 이 사원은 스님께서 아무것도 없던 빈 땅에서 직접 일구신 곳입니다. 광고지 한장도 허투로 버리는 법이 없이, 한장씩 고이 접어 간식을 담는 그릇과 냄비 받침으로 쓰는 등 소박한 모습이 일품이었습니다. 게다가 도시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법당의 부처님 앞에 서면 바깥으로 겹겹이 쌓인 산이 장관이었습니다.
이번 리트릿에서 방문했던 사원들은 하나같이 웅장하면서도 현대적이며, 현대적이면서도 화려하고, 화려하면서도 소박한 개성이 살아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스님들과 불자님 여러분께서 극진히 챙겨주시니 몸과 마음이 절로 살찌는 그런 안거였습니다. 8월의 한 가운데 대만의 태양은 비록 어느 나라보다도 뜨거울 지 몰라도 우리의 불심을 지피는 데엔 충분했습니다.

이영은

UC버클리 대학교 언어학과, 생태계학과 졸업
두 번 째 찾은 대만이었지만 사실 첫 방문은 11년 전 일이어서 그때 기억 나는 것은 단편뿐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모든 게 전부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물론 저도 여러 가지 새로운 견해와 이해도 생기고, 바쁘고 피로하기도 했지만 그만큼 얻고 느낀 게 많았다고 생각됩니다.
우리와 언어는 물론 눈으로만 봐도 너무나 다른 대만 사람들, 심지어는 불상마저 구슬을 든 관우가 지키는 등 … 그러나 대만 스님들이 아무것도 없이 시작해서 일궈낸 타이쯍에서 본 장대한 건물이나 빨간 승복을 입은 스님들의 튼튼한 계율 우선 승가 등은 아주 인상 깊었습니다. 문득 부처님도 이런 스님들과 마찬가지로 신적인 존재가 아닌 그냥 사람이 노력해서 부처가 되었다는 게 생각났고요.
그리고 대만에서 만난 분들 모두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대만사람뿐 아니라 인도네시아 사람들, 페이스북 일본 스님, 또한 우리 한국 학생 대표팀들 모두! 다들 너무도 고생하며 준비해서 아주 멋지게 발표를 마치는 모습을 보니 제 마음도 정말 뿌듯해졌습니다. 또한 김한울이 적극적으로 중국어를 따라 하며 항상 밝게 지내는 태도에서도 많은 걸 느끼고 본 받았습니다. 앞으로도 사캬디타 코리아의 주최로 이런 국제적인 교류가 많이 이루어지면 좋겠다는 희망도 했습니다.

추효선

GEP 3기 수료, 서울대학교 식품영양학과 4학년
저는 생물학 분야로 대학원 진학을 앞두고 실험실 생활을 하고 있는 대학교 4학년 학생입니다. 종사르 잠양 켄쎄의『무엇이 우리를 불교인이 되지 못하게 하는가』를 읽은 후 처음으로 불교에 관심이 생겼고, 조은수 교수님과 함께 한 2011년 GEP에 참여한 이후부터는 스스로 불교 신자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대만에서 개최된 불교 통번역 워크숍은 제 대학생활 중 받은 가장 큰 선물인 불교를 접하게 해주신 조은수 교수님께서 권해주셔서 큰 고민 없이 참가를 결정했습니다. 대만에 가기 전 다른 참가자들은 교수님께서 지도하시는 영어 불교 공부도 하며 준비를 하는데, 저는 실험실 막내로 너무 바쁜 나머지 제대로 준비도 못하고 여름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막상 출발 비행기에 올라 다른 참가자들이 발표 준비를 한 모습을 보자 저도 여러 나라 불교인들 앞에서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고, 혹시 못하게 되더라도 할 수 있는 데까지 일단 준비는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실험실 일상에서 공부한 것을 불교와 관련 지어서 준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루나 언니가 컴퓨터 관련 문제들을 해결해주고, 영어를 잘하는 캐서린 언니가 교정해줘서 결국 무사히 발표를 할 수 있었습니다.
제 고민을 여러 불교인들과 함께 나눌 수 있어서 정말 설레는 시간이었고, 대만 스님들도 제 발표 내용을 기억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특히 주지스님께서 카르마와 관련지어 해주신 설명이 많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제가 영어를 잘 못하는데도, 발표는 준비된 말을 하는 시간이었기에 그나마 저를 표현할 수 있었고, 언어를 뛰어넘어서 정말 모든 시간이 좋고,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낯선 것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조금 걸리는 편인데도, 이곳에서는 계속 편안하면서도 기쁜 마음으로 지낼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불교라는 공통점이 있어서 더 편안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대만에서 계속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은 기억과 경험을 안고 돌아왔습니다.

홍유진

GEP 2기, 3기 수료, 경희대학교 도서관 사서
대만에서 개최된 불교영어번역 리트릿은 내게 신선한 자극이었고 긍정적 영감도 불어넣어 주었다. 참여를 위한 준비 과정이 녹록하지는 않았으나, 처음으로 국제 행사에 발표자로 연단에 서서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과 소통했던 것은 정말 의미 있고 뿌듯한 경험이었다. 2012년에 GEP 2기 수업을 수료한 후, GEP 3기 수업을 들으면서 배운 내용을 발판으로 이번 리트릿에서는 ‘젊은 세대에게 접근하는 새로운 불교포교(New approaches of spreading Buddhism to young generation)’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하였다.
내가 GEP수업을 듣게 되고 불교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와 현재 젊은이들에게 유명한 스님 세 분의 간단한 소개와 그 분들이 어떻게 포교를 하고 계시는지 등의 사례를 소개하였다. 대만의 스님들께서도 젊은이들에게 어떤 식으로 새롭게 다가가야 할 지 많이 고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각 주제에 맞춰 발표를 하는 시간 외에도 요가와 노래가 곁들어진 명상법이나 달마 번역의 경험을 공유하거나 참가자들과 함께 죽순을 캐는 체험을 해보는 등 무겁거나 정형화된 분위기가 아니라 모두 함께 참여하면서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분위기가 인상 깊었다.
나의 중국어 실력이 부족해 소통이 어려울 때도 있었지만, 사찰에 계시는 스님뿐 아니라 여러 보살님들께서 모든 행사 진행과정에서 진심으로 참가자들을 배려해주시는 모습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불교와 불교번역에 관련된 다양한 내용들을 알게 되어서 흥미롭기도 했으며, 동시에 중국문화 및 중국어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된 시간이었다. 화려한 외양보다는 내실을 중시하는 순수한 대만인들의 삶을 직접 보고 또한 세계여성불자들과 교류할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를 주신 샤카디타 코리아에 다시 한 번 깊은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