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P 4기, 제14차 샤카디타 세계불교여성대회 참가 소감

자유롭고 편안하게, 온전히 내게 집중했던 시간들

김민지, GEP 4기 수료, 숭실대학교 정치학과 2학년

‘불자’라는 단어의 무게가 참으로 크게 느껴졌었다. 나의 또래에게 불교는 어른들의 것이었고, 우리의 삶과는 다른 세계의 것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가 그 곁에 가 있었고, 주변의 낯선 시선과 의아함에도 불구하고 더 알아가고 싶었다. 불교는 무언지, 불자는 어떤 건지 궁금해 샤카디타 GEP 활동을 하며 불교를 알아갔고, 이번 14차 대회에 참가하게 되었다. 인도네시아에서의 시간들을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자유로움, 편안함이다. 그곳에서 나는 오롯이 스스로에게 집중하고 들여다볼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다른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고 함께 생활함에 있어 정말 가족같이 편안했다. 대회에서 만난 모두가 제 몸에 꼭 맞는 옷을 입은 것 같았고, 행복해보였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가장 크게 다가왔던 것은 전 세계에서 온 젊은 불자들이었다. 그들은 내가 한국에서 고민했던 불자로서의 무게라던가 어린 불자에게 향하는 낯선 시선에 대해 알지 못했다. 그 친구들의 삶과 불교는 굉장히 맞닿아 있었다. 불교 안에 있는 것이 익숙하고 당연한 그들을 통해 내가 가졌던 고민의 무게를 덜 수 있었다. 그리고 인도네시아 대회기간 동안 스님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여러 불자들과 함께 지내며, 나는 불교를 전보다 편안하게 생각하고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게 되었다. 이번 대회 참가를 위해 휴학도 하고 나름대로는 무리한 도전일 것이라 생각했었지만 지금은 그때의 결정에 너무나도 감사하다. 앞으로의 삶에 있어서 정말 중요한 계기를 만들어 주었고, 남들과 같지는 않지만 나에게 맞게 걸어가는 방법을 찾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나와 같은 젊은 불자들에게, 혹은 불자는 아니지만 자신이 불교적 성향과 가깝다고 느끼는 친구들에게 2017년의 샤카디타 홍콩 대회를 강력히 권하고 싶다. |END

‘보람’과 ‘감동’ 가득한 나의 두 번째 참가기

김한울, GEP 2,3기 수료, 그래픽 디자이너

인도네시아 참가가 결정된 후로 더위에 약한 나는 시원하면서도 얌전하게 생긴 옷이 보일때마다 한벌씩 사두는 것으로 대회 준비를 시작했다. 지난 번엔 통역준비를 한답시고 대회 내내 마음이 분주하였으나 이번엔 두번째이니 좀 더 대회를 즐겨보자는 기대감으로 가득했다. 지난 대회와 비교하여 눈에 띄게 달랐던 점은 전세계에서 온 참가자 수가 훨씬 많아 대회 규모가 컸다는 것이다. 대회가 여름방학과 휴가기간에 맞물려 열렸던 것이 크게 기여한 모양이다.

지난 번과 다른 장소에서 같은 사람들을 다시 만난다는 것이 이렇게 반가울 줄이야! 특히 지난 대회에서 만났을 때는 13살 어린이였던 아이가 이번엔 제법 숙녀티 나는 모습으로 봉사를 하는 데, 내가 보태준 것이 아무 것도 없음에도 가슴이 뭉클하였다. 그리고 가장 낮은 곳에서 도와주는 봉사자들을 보면 히잡을 쓰고 있는 등 불교가 아닌 이슬람교나 힌두교같이 타종교를 믿는 사람들도 많았다. 어떻게 이곳에서 7일간이나 봉사할 생각을 하셨어요? 여쭤보니, 종교를 초월하여 도움을 주고싶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번 대회에는 우리나라의 일반인 참가자가 12명 정도 되었다. G.E.P. 통역 봉사자들이 지난 반년간 갈고 닦은 실력을 들어주신 분이 더 많아진 것이다. 그 중 대회에 와서 아무것도 하는 일이 없다고 미안해하시던 어느 보살님께 지난 대회에 비해 훨씬 활기찬 대회 모습을 잘 설명드릴 수 없어 아쉬웠다. 일반 참가자분들이야말로 대회를 만들어가는 데에 가장 중요한 역할이 아닐까? 운영자도, 발표자도 그리고 통역자도 일반 참가자들이 있기에 그 역할도 있을 것이다. 샤카디타 대회에 참가한다는 것은 사람에게 감명을 주고 사람으로부터 감명을 받는 것이 아닐까? 한 분이라도 더 샤카디타 대회를 접하고 즐거워하시는 모습을 보는 것이 나에겐 보람이었고 감동이었다. 2017년 홍콩에서 열릴 다음 대회를 기대해본다. |END

남을 이롭게 하면서 나도 이로운 ‘자리이타(自利利他)’의 행복과 평화를 경험하다

서지영, GEP 4기 수료



정말 이 대회에 참여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친오빠의 권유로 작년 가을에 시작된 제 4차 GEP(Global Empowerment Project)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제 14차 샤카디타 세계불교여성대회가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에서 열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생활영어에 길들여진 내 영어실력이 통역봉사를 하기엔 부끄럽고 많이 부족하긴 했지만, 간절히 원하면 혹시 나도 가게 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희망으로 번역모임에 참여했다. 하양자 선생님의 지도하에 매주 한 번씩 모여서 각자 공부해온 내용을 나누고 서로에게서 더 좋은 표현을 얻기도 하면서 대회를 준비했다.

전 세계에서 온 비구니 스님들과 비구스님들, 재가불자들 그리고 종교를 초월한 여성들이 모여서 어떤 방식으로 수행이 이루어질지, 또 매일 어떤 프로그램과 워크숍이 진행될지도 상당히 궁금했다. 무엇보다 나는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와 [성난 물소 놓아주기]의 저자인 아잔 브람스님의 법문을 직접 듣고 싶었다. 간결하고 쉽고, 유머 가득한 일화들을 통해서 설법하시는 그분의 저서를 읽고 그분이 계시다는 호주의 퍼스로 날아갈까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으니 이번 기회에 그분과 텐진 빠모 스님의 법문까지 육성으로 듣는 축복도 누리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소망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족자카르타의 세계적 불교유적 보르부두르는 오랫동안 내 버킷리스트에 있는 여행지중의 한 곳이었다. 그런 이유들로 정말 가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과 간절하면 이루어진다는 신념으로, 회사와 학교에 2주 휴가를 내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고, 감사하게도 여러 분들의 이해와 도움으로 야호! 족자카르타행이 결정되었다.

출발 즈음해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기승을 부렸다. 참가 여부가 불투명해져 상심하던 찰나 텐진 빠모 스님으로부터 격려로 가득 찬 이메일을 받았고 우리는 두려움 없이 족자카르타로 향했다. 도착한 삼비 리조트는 말 그대로 천국 같은 곳이었다. 키 큰 야자수와 아름다운 복층의 방갈로로 이루어진 숙소들. 리조트 입구에 있는 식당은 11박 12일 동안 인도네시아 고유의 행복한 채식주의식단으로 우리를 기쁘게 했다. 법문과 논문발표가 이루어지는 메인 홀은 널찍한 논밭위에 설치되었는데 그곳은 매일 천여 명의 전 세계 샤카디타 회원들로 북적였다. 매일 새벽 3시에서 3시반경 들려오던 무슬림 경전 독송방송을 시작으로, 그 뒤를 이어 들리던 괴상한 두꺼비 울음소리, 아침을 알리는 수탉과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로 5명의 룸메이트들이 잠을 깨기 시작했고 나는 6시부터 진행되는 명상에 갈 채비를 하곤 했다.

아침명상은 분수에서 들리는 물소리, 약간은 차가웠던 산들바람과 명상을 이끌어주시던 스님들의 부드럽고 낮은 목소리, 그리고 서서히 떠오르는 따스한 아침 햇살들로 내 마음을 평화롭게 했다. 오전 7시부터 아침공양이 이루어졌고 점심시간 이전까지 오전 논문발표, 1시부터 2시 30분까지 오후 논문발표 세션으로 우리는 2인 1조, 오전 오후로 나누어 통역을 담당했다. 나는 세 번 통역을 들어갔는데 방에서 미처 끝내지 못한 논문공부를 하느라 논문발표나 워크숍, 법문듣기를 소홀히 해 아쉬운 점이 많았다. 부족한 통역을 끝까지 들어주신 비구니스님들과 제가자분들께 무한한 감사한 마음을 보낸다.

3시 30분경부터 다양한 워크숍이 열렸다. 내가 참여한 워크숍은 명상워크숍, GEP멤버인 임수진 님이 진행한 만다라 그리기(명상워크숍) 그리고 대회 마지막 날에 어린이들과 함께하는 다르마(8가지 두려움을 길들이는 타라)였다. 아잔 브람스님의 명상워크숍은 사성제[四聖諦]:고(苦)·집(集)·멸(滅)·도(道) 중 집(集)·멸(滅)의 두 가지 종류의 명상에 대해 설하셨다. 두 번째인 집성제(集聖諦)는 괴로움의 원인은 번뇌 ‘集’ 때문이며, 세 번째인 멸성제(滅聖諦)는 번뇌를 없애면 괴로움이 없는 열반의 세계에 이르게 된다는 부처님의 기본적인 가르침이다. 생각에서 비롯된 번뇌 내려놓기(Let go)에 관한 내용과 ‘행해진 것은 이미 끝난 것이다(What's done is finished.)’ 라는 말로 그분의 강의를 요약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유머가 설법 안에 있었다. 지루하고 어려운 설법이 아니라 잠시 기분 전환 차 동네에 산책 나왔다가 우연히 멋진 콘서트가 열린 장소에 온 느낌이랄까. 명상자세를 위해 단상 바로 앞에 놓여있던 의자가 아닌 좀 더 멀리 떨어진 곳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는데, 실제 명상을 이끌어주실 때 바닥에 앉는다고 더 빨리 깨닫는 게 아니라는 뼈있는 말씀도 해 주셨다. 의자에 앉건 바닥에 앉건, 아니면 자신이 취해서 가장 편안한 자세가 가장 좋은 자세라고 말씀해주셨다. 다시 한 번 고정된 생각에 집착한 나를 돌아보았다. 아이같이 웃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유머를 더해 쉽게 설명해주시는 아잔 브람스님을 보며, 모두의 마음이 한데 어우러져 즐거움이 느껴지는 메인 홀에서 문득 ‘아, 행복하다. 여기 오길 정말 잘했구나.’ 감사함이 마음 가득 차올랐다.

만다라 그리기는 정말 인기 많은 수업이었다. 만다라 그리기를 통해 자신의 현재 모습과 마음상태를 통찰해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호기심으로 열기가 가득했다. 임수진님의 차분한 수업 진행과 정성스럽게 한사람, 한사람의 질문을 경청하고 대답하는 태도에 워크숍이 끝나고도 계속 질문 공세가 이어졌다. 2년 뒤 홍콩에서 열리는 샤카디타 대회에서는 워크숍 횟수를 좀 더 늘려서 더 많은 사람들이 수업을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어린이들과 함께하는 타라댄스는 율동을 통해 이야기를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고 노래를 부르면서 티벳의 천사라고 할 수 있는 타라에게 구원을 요청하는 내용이다. 정말 신나게 사람들과 어울리며 한바탕 노래를 부르면서 춤을 췄다. 어린이들이 가질 수 있는 질투, 성냄이나 화와 같은 마음의 불편함을 발랄하게 극복할 수 있도록 해주는 좋은 처방전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회가 된다면 내가 가르치고 있는 초등학교 방과 후 수업에서도 한번 써볼 요량으로 수업을 들었는데 역시 탁월한 선택이었다.

이번 대회를 가장 빛낸 사람들은 아마도 인도네시아 봉사자들이 아닌가 한다. 그들의 때 묻지 않은 순박함, 순수함, 친절 그 자체인 그들의 함박웃음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전 세계에서 천여 명이 모인 대규모 대회라는 생각조차 들지 않게 모든 일들이 조화롭고 평화롭게 이루어졌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이동해야 했던 이틀 동안의 족자카르타와 보르부두르 관광도 방문하는 유적지나 사원마다 여유롭게 명상하고 자유롭게 돌아다니다 봉사자들이 치는 대나무 통 소리를 듣고 각자의 버스로 돌아갔고 혹시 자기가 속한 그룹과 떨어지더라도 자연스럽게 다시 합류할 수 있었다. 대회 동안 동시통역 압박에 잠시 애쓰는 마음이 든 적도 있지만 곧 생각을 전환해서, 애쓰고 서두르는 마음이 아니라 여유롭고 허용하고 평화로운 마음이 끌어당기는 은은한 즐거움이 가득한 마음이 일어났고 그러한 마음이 현상에도 펼쳐졌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사람들과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궁극의 진리를 추구하며 한데 마음을 모았을 때 일어나는 현상이 있다면 그것은 평화로울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내가 한다는 마음이 아니라 남도 이롭게 하면서 나 자신도 이롭게 한다는 자리이타(自利利他)의 마음가짐으로 2년 후 홍콩에서 열릴 제 15차 샤카디타 세계불교여성대회를 준비해볼까 한다. 이번 대회에 문제없이 잘 참여할 수 있도록 애쓰신 모든 분들과 함께 대회에 참여하면서 다정한 마음을 나누었던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제 4차 GEP 멤버들, 화이팅! |END

여성들의 무한한 힘과 자매애를 느끼다

이영희, GEP 4기 수료

지난 6월 22일부터 30일까지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에서 제14회 샤카디타 국제 회의(Sakyadhita International Conference)가 있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재가여성불자와 비구니스님들의 국제 여성 단체로서2년마다 전 세계 불교 여성들이 모여 논문도 발표하고 회의를 합니다. 이번 14회 대회의 주제는 ' 자비와 사회정의' 였습니다. 불교의 핵심적 가르침인 자비를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정신과 도구로 삼아 아직도 도처에 남아 있는 사회적 불평등과 억압, 차별을 개선하자는 제안이었습니다.
긴 일정 동안 세계 각국의 여성불자들을 만나고 교류하며 여성 특유의 공감력과 포용력을 바탕으로 여성들이 무한한 힘을 낼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소프트 파워라 할까요. 대회기간 내내 자매애같은 따듯하고 정다운 분위기에서 행복했습니다. 이제 우리 여성들이 진정으로 깨어나 자신의 가족만 돌보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구석진 부분들도 챙기고 돌보며 보듬어 안을 때가 아닌가 합니다. |END

내 생애 가장 아름다웠던 열흘

이유민, GEP 4기 수료,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4학년



삼비 리조트. 그곳에서 보낸 10일은 내 생애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간이었다.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스님들께서 인도해주신 명상 시간에 오랜 시간 나와는 너무나 멀다고 느껴진 사람들, 나와는 너무나 다르다고 느꼈던 그들이 떠올랐다. 순간 그 마음이 이해되면서 그 당시 그것을 알지 못하고 마음속으로 욕하고 내쳤던 내 안의 사나운 성질을 돌아보았다.
별빛 가득한 인도네시아의 하늘. 길게 뻗은 야자수 줄기. 모든 생명을 하나같이 사랑하겠다는 마음을 간직하고 이곳에 온 사람들. 그 안에서 나는 편안하게 숨을 쉬고 움직이며 나를 사랑하는 법을 하나씩 하나씩 익힐 수 있었다.

태양과 별. 별은 태양보다 작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나의 기준이었다. 가까운 태양은 한순간에 지구를 하얗게 비추지만, 먼 별들은 그만큼, 아니 그보다 더 뜨겁고 찬란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다만 우리와는 멀리 있기에 온전히 느낄 수 없을 뿐이다. 사람들이 지니고 살아가는 빛을 희미하게나마 느끼고, 그 빛이 곧게 뻗어나가도록 하는 힘을 키워 내 생활로 돌아왔음에 감사한다.

한국에 돌아오니 할 일이 이것저것 생겨난다. 잠시 압박감을 느낄 때도 있지만, 이내 계획된 일들을 하나씩 해나가며 행복함과 짜릿함을 맛본다. 일상에서 느껴지는 기쁨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 그러면서도 한 가지, 내 마음 속에 품은 희망이 있다. 내후년에 있는 홍콩 샤카디타 컨퍼런스에 갈 것이라는 계획이다. 내후년 컨퍼런스에서는 무엇을 하고,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될지를 상상하면 현재의 생활에 더욱 활력이 붙는다.

‘부처의 딸들’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샤카디타’는 세계불교여성단체의 이름이기도 하다. 내가 샤카디타를 알게 된 것은 불교여성개발원에서 개최한 GEP프로그램을 통해서였다. 영어로 부처님의 삶과 가르침에 대해 공부하는 GEP프로그램은 수업을 모두 마친 후 샤카디타 컨퍼런스에서 통역 봉사를 하는 것으로 대미를 장식한다. 샤카디타 컨퍼런스는 세계 각국에서 온 여성들과 남성, 그리고 비구니 스님과 비구 스님들까지 한 자리에 모여 불교와 관련된 수많은 주제들을 발표하고 의견을 교류하는 흥미로운 대회이다. 통역 봉사를 지원하여 간 나는 매일같이 영어로 쓰여진 논문들을 읽으며 불교에 대한 지적 목마름을 해소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2-3일에 한번 꼴로 내가 직접 번역했던 논문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논문의 내용을 통역자로서 전달하는 기쁨을 맛보기도 했다. 아직 실력이 부족하여 오류 섞인 통역을 하기도 하였으나, 부끄러움은 잠시이고 나의 경험으로 얻은 자산은 평생 갈 것이며, 이번 통역으로 얻은 경험을 좋은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컨퍼런스라고 해서 논문만 읽지는 않았다. 하루의 발표가 끝난 뒤에는 여러 종류의 워크샵이 열린다. 그래서 좋아하는 수업을 찾아 들을 수 있다. 식사만큼 푸짐한 간식이 함께하는 티타임도 열린다. 매일 매일 명상도 한다. 텐진 빠모 스님처럼 깊은 수행을 통하여 넓은 마음과 따뜻함을 지니신 스님들께서 지도해주시는 명상이다. 저녁 시간에는 하루걸러 법회와 문화 공연이 열렸다. 그야말로 축제와도 같았다. 법문을 해주시고, 명상을 안내해주신 스님들뿐만이 아니라, 매 점심시간마다 공양을 만들어준 요리사들, 서빙을 해준 웨이터들, 워크숍 안내를 해준 자원봉사 분들, 방 룸메이트 언니들(과 친구, 동생들), 식사 장소에서 이야기하고 눈 마주치며 웃음지은 사람들, 산책길에서 만난 농부 아저씨와 순한 눈의 소와 아침을 깨워준 수탉들까지... 모두가 하나같이 소중한 보석들처럼 빛나며 내 안의 어두운 밤하늘을 아름답게 꾸며 주었다.

샤카디타 컨퍼런스에 참가한 매일 매일이 도전이요, 희망이었다. 패배가 두려워서 온갖 애를 쓰며 투쟁하듯이 하는 도전이 아니라, 얼마나 내가 더 많이 사랑할 수 있는가, 그리고 사랑받을 수 있는가에 대한 깃털처럼 가볍고 아름다운 도전이었다. 내가 참가했던 워크샵들이 생각난다. 파랑이었는지 초록이었는지, 아름다운 눈빛으로 나를 보며 몸에 대해 설명해주시던 요가 선생님. 나의 몸동작을 보시자마자 내가 힘겨워하는 부분을 톡 집어주시며 긴장 풀라고 말해주신 춤 선생님. 나는 춤추는 걸 좋아해서 움직임 워크숍을 이틀 연속으로 들었는데, 그때마다 정말 나에게 힘이 되는 말을 해주셔서 감사했다. 어떻게 중심을 잡을 수 있을지, 어떻게 가볍게 움직일 수 있을지에 대해서 방향을 잡을 수 있었다. 사람의 몸을 움직인다는 것은 간단하면서도 그만큼 강렬한 내면의 표현일 수 있음을 알았다.

그리고 명상 시간들. 텐진 빠모 스님의 명상 시간에는 남들의 고통을 나의 고통으로 삼아서 안아주는 ‘통렌’을 했다. 그 때 나는 크다고 여겼던 나의 사랑이 얼마나 보잘 것 없는 것이었는지,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마음속에 고통을 안고 살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툽텐 쵸드런 스님의 명상 시간에는 ‘화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를 주제로 명상을 했는데, 나에게 잘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큰 원망과 분노를 가지고 대했던 사람이 얼마나 힘든 마음에서 나에게 그렇게 했을 지가 떠올라 눈물이 났다. 그때 호주에서 오신 지광 스님이 내 옆자리에 앉아 계셨다. 스님은 명상 시간이 끝나고 나에게 ‘눈물을 흘린다는 건 그만큼 마음이 열린 것’이라고 격려해주셨다. 툽텐 쵸드런 스님에게도 ‘얘가 명상하다 울었대요~’라고 가벼운 자랑거리처럼 말씀해주셔서 뚝뚝 눈물 흘리던 내가 웃음을 지을 수 있게 해주셨다.

작은 일들이 모여 큰 일을 이룬다. 어쩌면 사소할지도 모를 대화들이 나에게는 매우 소중했다. 그렇게 울음이 기쁜 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니. 고귀한 가르침을 즐겁게 배울 수 있다니. 아름다운 시인이 언어를 고르는 것처럼 자신의 삶을 신중하게 써내려가는 이들과 함께한 순간 순간이 어찌나 감사한지 모른다. 컨퍼런스에서 있었던 일들이 정말이지 깊이를 다 헤아릴 수 없는 은하수처럼 기억 속에 흐르는 것을 느낀다. 이 기쁨이 오래도록 이어지기를. 내가 받은 것을 다른 이들에게도 전해줄 수 있기를. 밤하늘을 볼 때마다 이번에 인도네시아에서 새롭게 발견한 빛들을 떠올리며 과거의 아픔을 놓고 매순간 다시 태어나기를 기도한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