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붓다의 딸들’을 만났습니다
시현스님
강원 사집반 때 잠시 참석했던, 2004년 중앙승가대학교에서 열린 샤카디타 대회는 제게 짧지만 강한 인상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워크숍 시간에 국적이나 법납을 초월해서, 그 자리에 모인 모든 사람들이 영어로 각자 동등하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서로 토론하는 분위기가 당시 제겐 참 신선한 경험이었습니다.
10년이 훨씬 지나 동국대 국제불교문화사업학과에서 영어로 불교를 공부하게 되면서 당시 기억을 떠올리며 방학 동안 공부도 하고 경험도 쌓을 겸 해서 이번 대회에 참가 신청을 하고 통역 자원봉사를 지원했습니다. 통역 자원봉사를 준비하며 생각보다 생소하고 어려운 내용에 당황하고 후회도 했었지만, 막상 컨퍼런스를 통해 각국의 여성불자들이 그들의 당면 과제나 그에 따른 해결 방안 등을 토론하고 모색하는 과정을 보면서 정말 잘 참석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런 계산 없이 서로서로 자신들의 수행법이나 포교에 관한 노하우를 공유하며 서로를 격려하는 모습들을 보며 이들이 진정 ‘붓다의 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열흘간의 시간은 제게 너무나 소중한 경험을 안겨 주었습니다. 지금까지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았던 제게 또 다른 세계를 보여 주었고, 더불어 현 시점에서 앞으로 제 자신이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에 대한 숙제를 내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과제를 함께 할 도반들을 만나게 해 주었습니다. 지금은 만나는 사람마다 꼭 한번은 샤카디타 대회에 참석할 것을 권유합니다. 샤카디타가 왜 ‘붓다의 딸들’인지 알 것 같습니다. 이번 대회를 위해 애쓰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ND
더 정진하며 수행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
지웅스님, 중앙승가대 복지학과 4학년
5월 연등축제와 더불어 부처님오신날 사찰의 행사와 법회를 마치고 2년 전부터 가고 싶었던 샤카디타 세계불교여성대회에 참석할 마음을 내었다. 대회 참석을 기다리던 중 온 나라에 퍼지고 있는 ‘메르스’로 비행기 이륙이 취소되고 갈 수 있을지 없을지의 문제에 봉착했을 때 조 교수님의 한마디는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행사에 잘 참가할 수 있도록 각자 기도합시다.”라는 메시지였다. 따뜻하고 긍정적인 한마디가 주는 말의 힘이 참 컸다. 몇 차례의 기도의 힘이 결국 인도네시아로 향할 수 있게 되어 기뻤다.
6월22일 오전 8시 인천국제공항에서 여성재가불자님들과 함께 족자카르타로 향했다. 초파일 행사를 마무리하고 중간고사를 치르고 몇 개의 리포트도 정리해서 제출하기까지 마음과 몸이 얼마나 바빴는지 여행준비를 차분하게 할 겨를조차 없었다. 10일간 인도네시아 여행은 나에게 휴가요, 기도의 기회요, 나 자신을 차분하게 찾아보리라는 기대와 함께 비행기 안에서 마음껏 설레었다. 드디어 6월22일 오후 8시경 족자카르타에 모두 도착했고, 인도네시아 측에서 준비한 버스를 타고 일부는 족자카르타에 있는 삼비리조트에, 그리고 6명의 스님은 그리야 파사다 호텔에 머물렀다.
6월23일 이른 아침, 함께 비구니계를 수지한 도반 시현스님, 후배 현국스님과 우리가 머물고 있는 호텔주위의 마을을 산책했다. 이국적인 풍경 속에 아무렇지도 않게 맨발로 걸어 다니는 아주머니께 “하이” 하면서 합장을 하자 그 분도 우리들을 향해 수줍게 웃어 주셨다. 새벽안개에 옷을 흠뻑 젖어가면서 풀을 베고 있는 젊은 총각은 우리들의 모습이 신기한지 여러 번 곁눈질로 보면서 길게 자른 풀들을 보기 좋게 매달고는 싱긋 웃으며, 뽐내듯 멋지게 오토바이를 움직이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둘째 날 아침포행은 내 마음을 여유 있게 했고, 인도네시아의 이국적인 풍경은 지난밤 피로와 긴장으로 굳어 있던 내 몸의 세포들을 확실히 생기 있게 해주었다. ‘부처님! 감사합니다. 이렇게 멋진 곳에 올 수 있게 해주셔서’ 마음속으로 감사의 기도를 올리고 하루를 시작했다. 아침 공양 전 어제 선물 받은 큰 가방 안을 보았다. 안에는 공양 때마다 사용하는 작은 소쿠리와 나무수저 한 벌이 담겨져 있었다. 1,000여명의 불자들이 하루 세끼를 공양할 텐데 이런 기발한 생각을 한 것이 훌륭했다. 달리 씻을 그릇이 없으니 물이 절약되고, 세제를 쓰지 않으니 그만큼 자원을 아낄 수 있고, 환경보호 차원에도 더없이 좋은 생각이 들었다.
23일 첫날 오전엔 삼비리조트에 마련된 불단 위에서 7개국의 스님들과 재가 불자들의 예불이 시연되고 제14차 샤카디타 세계불교여성대회의 시작을 알리는 쏘모 스님의 오픈연설이 있었다. 이어서 개최국 인도네시아의 불교에 대한 강연이 있었다. 현재 인도네시아는 약 300종의 민족이 742종의 다른 언어와 방언을 사용하는 2억5천2백만의 인구를 가진 다민족국가다. 불교, 이슬람, 개신교, 가톨릭, 힌두교, 유교 등의 여섯 종교가 공식적으로 인정되고 인구의 86%가 이슬람인이며, 불교인은 전체 인구의 2%에 해당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큰 행사를 개최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준비한 인도네시아 여성 불자들의 신심에 박수를 보내기도 하였다.
점심식사 후 족자카르타 정부의 공식 환영식에 참석했다. 족자카르타는 인도네시아에 있는 아주 특별한 지방으로 슐탄(왕)이 지배하는 자치구역이다. 그래서 슐탄과 종교장관 및 정부에서 환영식을 마련한 것이다. 이번 대회에 참석한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1,000여분의 여성 불자 참가자를 초청하여 슐탄의 환영인사말과 또한 인도네시아의 전통춤 공연으로 축하해 주었다. 또한 각 종교 간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려는 5대종교의 여성 지도자들이 함께 나와 격려의 인사말도 전했다. 이것을 통해 인도네시아의 여성들이 “다양성 속의 단결”의 정신과 종교문화의 다원주의가 이어지도록 노력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슐탄의 역사와 족자카르타의 다양한 문화를 볼 수 있는 박물관과 슐탄이 머물고 있었던 저택도 방문했다. 이곳에서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스님들을 다함께 기념 촬영하고 짧게나마 인사도 나눌 수 있었다.
세계에서 온 많은 불교여성신자와 스님들은 공통의 언어인 영어를 통해 서로 어디서 왔으며 어떻게 수행하고 궁금한 것에 관해 대화하고, 서로 다른 문화를 배경으로 한 만남이지만 불교를 믿는 공통의 종교가 몇 안 되는 짧은 단어와 표정 눈짓 손짓으로 서로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이러한 순간에 더욱 영어의 절실함과 필요성을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24일부터 30일까지는 명상과 패널토론, 워크숍, 예술작업, 문화공연들이 오전과 오후로 진행되었다. 오전 패널토론에는 세계의 불교 여성들의 삶에서 그들의 영적생활과 사회적인 삶에 대해 얼마나 기여하고 살아가는지에 대한 논문들을 발표하고, 관심 있고 의문 나는 부분에 대해 묻고 대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몇몇 패널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영어를 사용했는데 모든 논문의 내용들은 한국어로 번역된 책자를 통해 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이러한 번역작업을 해준 샤카디타 코리아 회원들과 번역 봉사자들께 감사하며, 또한 여러 해 동안 준비한 동시통역을 맡은 불자님들 때문에 불편 없이 들을 수 있어 감사하였다. 샤카디타 대회에 처음 참석한 나로서는 영어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느끼는 된 계기가 되었고 다음 학기에 빼놓은 영어수업을 꼭 수강 신청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첫 논문으로 발표된 인도네시아의 최초의 비구니 ‘지나쿠마리’ 스님의 선구자적인 모습에서 큰 감동을 받았다. 인도네시아의 초기 부흥기 불교에서 많은 중요한 일들을 하신 스님은 4개 국어에 능통하시며 스님 자신의 수행은 말할 것도 없이 인도네시아 사람들에게 불교를 알리기 위해 노력하셨다. 경전사경과 승단계율에 대한 적절한 교육, 재가불자들을 위한 교육의 중요성, 다양한 방편을 사용하여 부처님의 가르침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한 여러 방법들을 보면서 진정한 수행자의 모습을 배웠다. 마음만 내면 얼마든지 부처님의 가르침을 잘 포교하고 또한 그렇게 될 수 있게 철저한 자기 수행이 동반돼야겠고 방일하고 나태하지 말하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방법이 최선이라는 생각을 하게 해준 계기가 되었다.
한국 불교 승가의 스님들의 역할과 부처님의 자비를 실천하는 방법을 발표한 효석스님의 사례에 공감을 하고 사찰에서 바쁘게 소임을 보면서도 법회와 법문을 실천하는 그 자체가 자비의 실천임을 말한 부분에 감동을 받았다. 나에게 주어진 능력과 배움 안에서 부처님의 말씀을 실천하고 포교하도록 자신의 역량을 키우는데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세계 곳곳에서 온 불교수행자들과 교사, 학자, 명상가, 예술가들과 문화를 교류하고, 또한 다양한 불교사상과 종교전통들을 발표하는 논문들을 통해 우리의 전통불교수행에 안주한 나의 시선이 다양한 나라에서 온 스님들과 여성재가불자들의 부처님의 가르침을 응용하는 실재들을 접할 수 있어 굉장히 좋은 경험이 되었다.
불교학교를 기반으로 불교의 가르침을 전하는 사례들, 특히 재가불자들의 불교학교 설립내용들, 부처님의 가르침을 통한 자비 실천으로 타인을 돕는 구체적인 방법들을 제시하고, 여성 불자로서의 리더십과 불교 페미니즘의 관계, 재가와 승가와의 평등과 존중의 관계들에 대한 이야기, 사회정의를 실현키 위한 여러 나라의 불자들의 활동사례들, 불교의 세계화에 우리 불자들이 해야 할 일들에 대해서, 여성 불자들의 사회참여사례들에 관한 다양한 내용의 60편에 이르는 논문들을 들을 수 있었다.
여러 나라에서 우리 여성 불자들이 하고 있는 일들이 참으로 많구나 하는 생각과 우리나라의 출가스님들과 여성 불자들도 나름으로 다양한 방법으로 불교를 전하고 있겠지만,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일들에 좀 더 적극적인 사회활동 참여가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적어도 지역사회에서 사찰이 해야 할 역할에 스님들도 재가불자들도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때 불교가 더 발전할 수 있으리라는 느낌을 받았다. 복지를 전공한 나 자신부터 부처님의 가르침을 잘 응용하여 복지 활동에 잘 적용시켜 보도록 하는 노력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또한 흥미로 왔던 것 가운데 하나는 여러 나라에서 온 스님들과 여성 불자들이 함께 참여한 워크숍이다. 나는 21가지 행위예술을 통해 내면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경험한 것이 재미있었다. 긴장된 나의 몸과 마음을 조용히 호흡하면서, 처음 본 타인에게 마음의 벽이 제거되는 순간 편안하고 고요한 자신을 보고 한참동안이나 환희로 왔던 경험이 좋았다.
그리고 아이들을 보다 효과적으로 부처님의 말씀을 잘 지도할 워크숍에서는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 부탄, 중국, 스님들과 손잡고 노래하고 율동했던 것이 즐거웠다. 영어가 능통하지 않아서 힘들었지만 스토리텔링을 통해 명상을 하는 방법을 배운 것도 인상적이었고, 다양한 워크숍에 좀 더 적극적으로 하려면 역시 언어를 잘 구사하는 것이 중요함을 또다시 느꼈다.
청암사 강원시절 팔리어를 가르쳐주신 경원스님을 이곳에서 만날 수 있어 정말 반가웠다. 스님께서는 태국에서 스님들께 팔리어와 산스크리트어를 가르쳐주고 계신다고 들었다. 너무도 자랑스러웠다. 다른 나라에서 큰일을 하고 계시는 스님과 많은 말씀을 나누고, 늘 건강하시길 기도했다.
마지막 이틀 동안은 인도네시아의 불교유적지인 ‘보르부드르’ 사원과 족자카르타 주변에 남아있는 칼라산템플과 사리템플을 참배했다. 그리고 근처 가까운 사원에서 세계 여러 나라 비구니 스님들과 포살과 자자도 함께 했다. 베트남 노스님과 텐진 팔모스님, 그리고 한국의 비구니 회장스님 등 어른 스님들께서 긴 시간동안 젊은 스님들보다 더 여법하게 앉으셔서 바라제 목차를 듣고 계셨다. 가사의 모양과 색이 따른 여러 나라 스님들이 모두 부처님의 가르침을 공통으로 한 자리에 모여 포살을 하는 경험도 경이로왔다.
이번 제 14차 샤카디타 불교여성대회에 첫 참가로 개인적으로는 이 경험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바로 믿고 알아서 가르침대로 실천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 현재 나의 위치에서 더 정진하며 수행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준 것에 감사드린다. 또한 우리가 가지고 있는 한국불교의 다양한 포교 방법과 불교문화들을 보다 세계인들에게 알리고 경험하게 하는 일에 언어를 열심히 공부할 필요성을 느꼈고, 강원에서 공부하는 사미니 스님들이 이러한 샤카디타 여성 불자 대회를 통하여 보다 넓은 경험과 안목을 키울 수 있는 경험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끝으로 이제 한국에서는 출가하는 스님의 수가 자꾸 줄어들고 있는 현실에서 여성 재가불자들의 역할 또한 커져가야 되고, 승가와 재가가 서로 존경하고 화합하여 불교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지혜의 가르침을 소개받은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