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차 샤카디타 대회를 끝내고 – 어느 테라바다 비구니의 소회 – 무니사라 스님

Reflections from the 14th Sakyadhita International Conference: Nurturing the Theravada Bhikkhuni Sangha

원글: BuddhistDoor

글쓴이 | 무니사라 스님 Ven. Munissara
무니사라 비구니 스님은 1978년 필리핀 마닐라에서 태국인 부모님 밑에서 태어났다. 하버드 대학교에서 역사를 전공하였고 출라롱콘 대학교에서 동남아시아지역학 석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연구자, 저널리스트, 대학 강사, 그리고 사찰부속 학교 교사로 일하다가, 2009년 7월 사미니 계를 받았으며 2012년 3월에 비구니계를 받았다. 현재 태국 치앙마이에 위치한 숫다치타 비구니 아라마(Suddhacitta Bhikkuni Arama)에서 수행하고 있다.

번역 | 김한울

샤카디타 대회 중 당신은 불교의 많은 ‘최초들’과 함께 했을 것이다. 태국이나 인도네시아 또는 베트남의 테라바다 전통으로 출가한 최초로 비구니 한분과 식사를 함께 했을 수도 있다. 버스 옆자리에 앉았던 분이, 수십년 전에는 흔치않았던 서양 사람으로서 티벳이나 한국에서 계를 받은 최초의 여성이었을 수도 있다. 또는 함께 차를 마셨던 분이, 불교사에 나타난 뛰어난 여성의 삶과 업적에 대해 연구했던 선구적 학자였을 수도 있다. 올해 6월 23일부터 30일까지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에서 열렸던 14차 샤카디타 대회에는 각종 다양한 불교 전통에서 온 선구적인 여성과 남성들이 많이 있었고 정말 대단하였다. 40여개국에서 1천여명이 넘는 출가자들과 재가자들이 모였다.

이번 대회는 샤카디타 세계불교여성연합이 1987년 창립 이래 매 2년마다 개최해 온 대회중 제14차로, 올해의 주제는 ‘자비와 사회정의’였다. 그런데 불교 내부에서 가장 첨예한 사회 정의의 문제는 물론, 어떤 나라에서 비구니 수계를 받을 수 없다는 것과, 출가 그리고 재가 여성에게는 충분한 교육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대회에서 다른 많은 문제들도 논의되었지만 이 글에서는 특히 테라바다의 비구니 스님이 처한 상황에 대해 써보겠다.

샤카디타는 결성 초기부터, 비구니계가 끊어진 테라바다 불교, 그리고 아직 비구니계가 전해진 적이 없는 티벳불교전통으로 여성들이 출가하여 비구니 구족계를 받을 수 있도록 그 길을 여는데 큰 힘을 쏟아왔다. 그결과 현재 티벳불교 전통에서는 아주 점진적으로 일이 진행되고 있는데 반해, 테라바다 전통에서는 지난 30여년 동안 이미 비구니 구족계 수계가 이루어지고 있다. 1980년대 일군의 여성들이 최초로 수계를 받은 이래, 1998년 보드가야에서 대규모 국제 비구니 수계식이 열렸으며 이후 점점 뿌리를 내리고 있다.

더 이상 “테라바다 비구니 승가를 다시 세울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유효하지 않다. 이미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 일을 놓고 토론한다면 이미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다. 이제 테라바다 비구니 승가는 남아시아, 남동아시아, 호주, 유럽 그리고 미국 등 여러나라에 존재하며 점점더 커지고 있다. 오히려 현재 당면한 문제는 “이제 부활된 비구니 승가를 어떻게 더 잘 육성하고 도와서 뿌리를 탄탄하게 내리게 할 것인가?”하는 것이다.

테라바다 비구니 승가가 커지고 있는 국가를 더 논하기 전에, 한편 미얀마처럼 아직도 승단을 복원하기 위한 힘든 싸움을 이어가는 나라도 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어떤 미얀마 비구니 스님은 스리랑카에서 출가했으며 현재 스리랑카에서 살고있다. 버마인으로 유일하게 참가한 이 사차바디(Saccavadi) 비구니 스님은 테라바다 비구니로 출가하였으나, 미얀마로 돌아갔을 때 2005년 투옥되었으며 결국 이 트라우마로 환속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 새로운 세대의 버마 스님은 올해 초 비구니구족계를 받았다. 정말 용기있는 일이 아닐수 없다. 언젠가 이 분은 미얀마로 돌아가서 비구니 수계 전통을 다시 일으키리라.

그 옆의 나라, 방글라데시 역시 아직은 테라바다 비구니가 없다. 그러나 몇몇 분들이 사미니계를 받아서 앞으로의 길을 밝히고 있다. 이분들이 이번 대회에 참가하도록 샤카디타는 여비를 지원하였다. 어떤 방글라데시 비구 스님이 이번 대회에서 그분들의 이야기를 발표하였다. 루나 바루아(Runa Barua)라는 이름의, 출가전 15년간 위빠사나 교사를 했던 어떤 분은 다른 분들과 함께 2011년 11월 사미니 수계를 받았으며, 이들 핵심 멤버들과 공동체를 만들어 현재 8명으로 늘어났다. 이분이 사미니 고타미(Gautami) 스님이다. 그러나 지지해주는 비구 스님과 재가자도 있지만, 아직도 거센 반대가 있다.

한번은 비구 어른 스님들이 모여 사미니 고타미에게 환속하라고 요구했다. 그녀의 대답은? 그분은 어떤 도와주는 비구스님들의 제안으로 비구니 율장 중의 비방가(Vibhanga) 부분을 방글라데시 언어로 번역하여 가지고 있었다. 이분은 그것을 가리키면서, “스님들께서 이 율장을 금지시킨다면, 그러면 제가 환속하지요,” 라고 대답했다. 비구니를 위해 특별히 만들어진 계율이 담긴 이 율장과 이 비방가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비구니 승단은 바로 부처님이 세우신 것이며, 그분이 특별히 지도하신 일이라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다. 비구니 비방가는 비구니의 생활의 독특한 방식을 적고 있으며, 부처님은 비구니구족계라는 제도를 만들어서 그것이 완전한 깨달음으로 이르게 하는 수레가 되도록 하셨음을 말해준다. 팔리 경전에 들어있는 부처님의 이 가르침을 비구 스님들은 부정하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부처님 법에 따라 사미니 수계를 받은 자신을 부처님 가르침에 맞지 않으니 환속하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 사미니 고타미를 만나 보았는데 겉 모습은 어려 보였지만 그분의 침착하고 흔들리지 않는 태도와 철같은 강인함을 눈빛에서 읽을 수 있었다. 앞으로 방글라데시의 비구니 승가의 미래 가능성이 보였다.

그러나 비구니 승가를 시작하는 것은, 물론 절대로 쉬운 일은 아니지만, 어떻게 보면 첫 걸음에 불과하다. 이 새로운 승가를 어떻게 교육시키고 훈련시키느냐 하는 것이 더욱 더 중요한 문제이다. 이것이 지난 10~20년 사이에 세워진 테라바다 비구니 승가들이 직면하고 있는 주된 과제이다. 대회 동안 발표자들은, 패널에서, 워크숍에서, 또는 기타 비공식적 자리에서 같은 질문을 계속 제기하였다. 어떻게 이들 1세대 테라바다 비구니들을 스님으로 훈련을 잘 시킬수 있을까? 특히 비구니 생활의 기초를 이루는 율장에 대한 교육을 어떻게 받을까 하는 것이었다. 현재 초창기에 있는 테라바다나 그외 비구니 교단이 현재의 불꽃을 꺼뜨리지 않고 계속 성장하여 오래 존속하기 위해 이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다.

그래서 대회 참가자들은 샤카디타가 가지고 있는 강점인 종파를 넘어선 대화를 장려하고 서로와 서로를 하나로 이어주는 그런 기능에 해답을 찾게 되었다. 대회 마지막 날에 있었던 그룹 토론 시간에, 비구니들 간의 국제 교류 프로그램을 만들자는 모임이 이루어졌고, [비구니 율장에 기반한 출가 생활법에 익숙지 않은] 테라바다나 티벳 비구니들이 사찰 생활을 배울 수 있도록 대승불교의 비구니 승가의 역사가 오래되고 또 승가 교육의 전통이 잘 확립되어 있는 한국이나 대만의 사찰을 단기간 방문하여 보고 배울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그 자리에 계신 한국 비구니 스님들이 이 제안을 환영해 주었으며, 샤카디타 인터네셔널의 부회장이자 샤카디타 코리아의 공동대표인 조은수 교수가 앞으로 이 교류를 조직하여 추진해 보기로 했다.

또 다른 제안은, 홍콩에서 열릴 차기 샤카디타 대회에서 종파를 넘어서 율장에 관한 워크숍을 열자는 의견이었다. 그래서 선배 비구니 스님들의 지식과 경험을 배우고 활용하고 또 율장에 대한 다른 전통 간의 접근법과 여러 가지 다양한 승가 교육법을 배울 수 있게 하자는 내용이었다. 서양의 여성 출가자들을 위한 미국 워싱톤 주 소재 스라바스티 사원(Sravasti Abbey)을 운영하는 툽텐 초드론 스님은, 사찰 수행에서는 기본적으로 티벳 불교를 따르지만, 계율은 대만, 중국, 한국, 베트남에서 지키는 사분율 율장을 공부한다고 한다. 대만의 비구니 우인(Wu-Yin) 스님과 같은 율장 전문가를 모시고 교육을 받는다. 그러나 율장에 써있는대로 그대로 지키는 것은 아니다. 미국이라는 환경에 맞추어 적용한다.

샤카디타의 회장인 제쭌마 텐진 빠모 스님의 의견도 그와 같다. 그분은 스님들은 어떤 문화 속에 살아야 하기 때문에, 율은 그 문화에 맞는 식으로 재해석되어서 실천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다른 종파간에 교류하는 프로그램은 여러 점에서 이로운 점도 있겠지만, 다른 전통에서 스님의 생활법을 배웠다면, 자신의 문화로 돌아왔을 때는 결국 그것들을 다 걸러내고 자신의 문화적 맥락 속에 적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테라바다 비구니들이 자신의 전통에 맞는 훈련을 받기 위한 또다른 길은 자기들의 법형제인 비구 스님에서 도움을 얻는 방법일 것이다. 물론 이것은 새로운 비구니 승가가 정립될 때 마다 역사적으로 이미 여러 차례 사용되어 왔던 아주 고전적 방법이다. 부처님 당시 부터 비구니 승가가 시작될 때는, 프라티목샤(Pratimoksa, 율장에 나오는 계율의 조목)를 어떻게 송하고, 승가 갈마를 어떻게 실시할지 비구들이 가르쳤으며, 비구니 승가가 스스로 이 일을 해내고 또 스스로 다른 비구니를 가르칠 수 있을 때까지 그들이 가르치도록 하셨다. 율장에서는 비구니 승가가 잘 돌아가고 있을 때에도, 매 보름마다 비구 스님들에게서 가르침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비구들은 비구니 교육에 일정한 역할을 계속 수행해 왔던 것이다.

오늘날 스리랑카나 태국 같은 나라에서는 근대기에 만들어진 불교행정기관의 높은 지위에 있는 분이 비구니 수계를 반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비구 스님 중 비구니 스님을 지원해 주는 분들이 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몇분의 비구 스님 중에 2009년 호주에서 최초로 테라바다비구니 수계의식을 연 것으로 유명한 아잔 브람(Ajahn Brahm) 스님이 있었다. 이 수계식 때문에 아잔 브람 스님은 자신이 속한 태국의 교단에서 파문되었다. 그는 대회 중의 법문을 통해서,“내가 사부대중을 잘 정립하고자 했던 부처님의 뜻을 돕지 않는다면 비구로서의 나의 삶이 완성되었다고 느낄 수 없다. 부처님께서 지금 계신다면 이 세상에 더 많은 비구니를 만들게 도우라고 가르치실 것이다”고 하였다.

그분은 또,“수계식이 전부가 아닙니다. 만약 당신이 누군가에게 계를 준다면 그들을 계속 보살펴야 합니다. 이것은 마치 아이를 낳는 것과 비슷하죠. 아이를 낳고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잘 키워서 학교에 보내고, 교육도 시키고, 또 잘 클 수 있도록 좋은 환경도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마치 나무를 심는 것과 비슷합니다. 나무를 보호하고, 보살피고, 물도 주고, 비료도 줘서, 그 나무가 아주 아주 강해져서 혼자 자랄 수 있을 때, 그때야 당신은 나무를 혼자 놔 둘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비구니들을 잘 교육하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입니다. 그것은 제게는 할 일 중 하나입니다. 여러분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하십시오.” 바라건대 많은 비구들이 아잔 브람 스님의 이 생각과 같이 생각하여 비구니들을 교육시키는 것을 자신의 의무로 느끼기를 바란다. 승가의 높은 비구 스님이 비구니들을 인정할 때까지 기다리고 아무 일도 안한다면 그 때는 너무 늦을 것이다.

비구들의 도움으로 강하고 독립적인 비구니 승가가 만들어지는 좋은 예가 한국에 있다. 대회 중 한국의 불교 지도자 중 빛나는 인물인 명성스님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가 상영되었다. 그분은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에 출가하였다. 수십년에 걸친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2차대전, 그리고 한국전쟁으로 모든 것이 폐허가 된 당시에, 비구니 사원을 다시 짓고 비구니 승가 교육 체계를 정립하였던 그 세대들의 한분인 것이다. 그분이 젋었을 때는 비구니에게 교육 기회가 많지 않아서, 스님은 비구 스님들에게서 교육을 받았다. 하루는 그의 스승이 명성스님에게 자신의 방석을 밀어내주었다. 제자에게 자리를 물려주어 스스로가 강의를 하도록 해 준 것이었다. 그후 명성스님은 비구니들 스스로가 자족적으로 교육하는 승가 교육 체계를 발전시키는데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 그분의 지도력 하에 운문사 승가대학은 한국 비구니들의 주요 교육기관 중 하나로 성장하였다. 지난 50년동안 1,500명이 넘는 비구니들이 이곳을 졸업하였고 많은 강사들이 양성되었다.

한국의 비구니들이 반세기만에 이 같은 일은 해낸 사례는 우리에게 희망의 횃불을 비추어 준다. 대승불교의 비구니 스님들과 테라바다 비구 스님들이 보여주는 이 같은 모범과 너그러운 후원은 아주 고무적이다. 테라바다의 비구니 어른 스님들이 젊은 여성 출가자들을 위해 애쓰는 모습도 감동적이다. 스리랑카, 베트남, 태국의 어른 스님(10번 이상 안거를 마친 비구니)들이 인도의 비구니 스님들을 위해 교육 프로그램을 조직하고 있다. 하지만 전세계의 테라바다 비구니들을 위한 튼실한 승가 교육 제도와 사찰 공간이 정립되기까지에는 많은 노력이 더 필요한 것은 물론이다.

이제 너무 마음이 무거워졌다면, 이번 대회 중의 즐거웠던 순간을 기억해내 보자. 아야 산티니(Ayya Santini) 스님에게 인도네시아 테라바다 비구니 승가의 선구자로서 그동안 얼마나 많은 어려움을 겪었는지 그것을 어떻게 넘겼는지 여쭈어 보았다. 그녀는 웃으면서 한마디로 짧게 말했다. “우리가 편하게 지내려고 비구니가 된 것은 아니죠!”

테라바다 비구니 승가의 ‘최초’들은 ‘두번째’들과 ‘세번째’들과 만났고, 지금 ‘천번째’들이 나오고 있다. 지금 해야 될 일은 국제사회의 사부대중들이 서로 협력하여 이들 비구니들을 교육하고 그들의 개발과 성장을 돕는 일이다. 대회 발표자들이 누차 강조한 것처럼 불교의 네개의 기둥은 비구, 비구니, 남성 재가자, 여성 재가자이며, 이 네 기둥이 굳게 단단히 세워질 때 부처님의 가르침이 꽃피고 그 가르침이 이 세계에 자비와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힘이 될 것이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