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감] 샤카디타 홍콩대회를 다녀와서 (글: 조은수)

조은수
샤카디타 코리아 공동대표
서울대학교 철학과 교수
☞ BTN <진명스님의 지대방> 83회 조은수 샤카디타 공동대표(2017.7.24 방송) 보기

(이글은 본인이 BTN의 프로그램 <지대방>(사회 진명스님)에 출연하여 대담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샤카디타 인터내셔널(Sakyadhita International Association of Buddhist Women)은1987년에 결성된 세계불교여성 기구입니다. '샤카디타'란 '석가의 딸'이라는 뜻입니다. 스님들, 신자들, 그리고 학자들이 그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불교계에서 실현해야 할 일들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샤카디타는 불교 내에서의 성평등과 개발국여성들의 복지 증진 등을 위해 설립된 단체입니다. 현재 회장은 텐진 빠모 스님이십니다. 저희 샤카디타 코리아(줄여서 "샤코"라고 부릅니다)는 2013년 발족된 샤카디타의 한국지부입니다. 이듬해 2014년 서울시 산하 비영리민간단체로 등록되었습니다. 현재 본각스님과 제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한국불교를 세계에 알리고 세계 불교 여성들과 교류를 활발히 하기 위해 지속적인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저희 샤코의 활동의 중심은 교육 교류사업이며, 국제적 활동에 중점을 둡니다.

샤카티다 국제 본부는 국제기구이기에 그 설립 목표의 일환으로 2년에 한번씩 세계대회를 엽니다. 1987년 인도 보드가야에서 첫 대회가 열린 이후, 캄보디아 네팔, 대만, 태국, 베트남, 인도, 인도네시아 등에서 개최되었으며 대한민국에서 2004년 대회를 성대히 개최한 적이 있습니다.

이번 홍콩대회는 총31개국에서 온 700여명이 참여하였습니다. 스님과 재가여성의 비율이 반반 정도 되었습니다. 한국에서는 126명이 참석하여 역대 최다인원을 기록하였습니다. 이 중 71분이 스님들이었습니다. 홍콩대학 구내에서 대회가 열려, 기숙사, 강당, 강의실을 이용하여 시설이 좋았다는 장점이 있었으나, 이전에 사찰이나 수행처에서 열렸을 때와는 좀 느낌이 달랐습니다. 8박9일의 대회일정 중 1주일간 공식일정 마치고 나머지 이틀 홍콩의 사찰 몇군데를 순례하였습니다.

매일 아침 명상, 논문 발표, 워크숍, 저녁예불, 저녁 법문과 문화공연으로 매우 바쁜 일정을 보냈습니다. 특히 논문 발표는 샤카디타 대회의 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샤카디타 대회에서는 이론적인 내용 보다 실제 현장에서 일어나는 보다 실질적이고 자신이 경험한 내용을 중시하는 전통이 있습니다. 자신의 학문적 성취의 발표장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과 공유함으로써 불교계와 이 사회에 조금이라도 변화를 가져오고자 하는데 일차적 목적을 둡니다. 즉 학문적인 것과 실천적인 것 사이의 균형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전문 학자나 일선의 수행자 가리지 않고 누구든지 목소리를 내고 싶은 사람들은 발표 자격이 있습니다만 이번 대회의 논문 발표 경쟁률이 3:1이었던 것을 보듯이 심사가 엄격합니다.

이번 대회 주제는 "현대를 살아가는 여성 불자들: 마음공부, 문화교류, 그리고 사회적 실천"이었습니다. 총 52편 논문이 발표되었습니다. 인상적이었던 논문으로, "학문과 부처님법에 대하여", "승가의 성평등", "불교, 여성, 어머니", "현대 중국본토에서 비구니팔경계법의 현황", "현대 중국의 명상 붐" 등이 떠오릅니다.

한국에서는 이번 대회에 세분이 발표하셨는데, 봉녕사의 적연스님께서 「한국 비구니 계율교육과 금강율원의 역할」, 연세대의 전영숙 박사가 「한국과 중국의 비구니 선승 비교: 묘리법희 선사와 기원행강 선사를 중심으로」, 사찰음식전문점 마지사장 김현진씨가 「한국에서 종교음식규정 연구와 전통사찰음식점 운영에 관하여」 라는 제목의 논문을 각각 발표하였습니다.

오후에는 워크숍이 진행됩니다. 이것은 소그룹으로 진행되고 진행자와 청중의 상호 교류와 토론이 이어지는 곳입니다. 봉녕사 율원학인스님들께서 한국불교의 계율정신에 대하여 사흘에 걸쳐 워크숍을 시행하셨습니다. 스님들이 수계받는 모습에서부터 옷을 어떻게 입고 행주좌와 어떤 식으로 생활하는 지 앞에 나와서 보여주시고 직접 촬영한 비디오를 상영하기도 했습니다. 예전 비구니 스님들이 은둔적인 태도에서 이번에 본 학인스님들의 모습은 얼마나 큰 변화인지 모릅니다. 그 환하고 자신감 있는 얼굴을 세계 각지에서 온 참가자들이 들러 보고 칭찬하고 부러워했습니다. 또 다른 워크숍으로는 운문사가 참가하여 한국과 대만, 중국의 비구니승단을 비교하는 워크숍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샤카디타 코리아를 대표하여 이재순님 등이 한국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의 종이컵연꽃등, 단주, 컵받침 만들기를 체험시키는 워크숍을 진행하였습니다.

저녁 문화공연에서는 한국의 재가자 25명 연합(샤카디타 코리아, 금륜사, 국제포교사회)이 출연하여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당신을 존경합니다', '우리도 부처님같이'의 세 곡을 영어와 한국어로 합창하여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영어와 중국어 번역을 자막으로 제공하였습니다. 문화공연에서 무엇보다도 압권이었던 것은 경조스님께서 전격 출연하셔서 관음입춤을 추신 것이었습니다. 한국무용의 기본무인 입춤을 법능스님의 관세음보살 음악에 얹어 편무한 것으로, 스님께서 무대에 나오셔서 동작을 시작하자마자 청중들의 마음이 모아지고 장내가 조용해지면서 그들의 시선이 춤 동작 하나하나에 빨려드는 것을 그대로 볼 수 있었습니다. 참으로 감동적인 순간이었습니다.

한가지 특기할 행사는 5월 초하루를 잡아서 대회 중에 시행된 포살이었습니다. 이번 포살은 한국 비구니스님들께서 주도하셨기에 한국말로 포살계본을 읽었습니다! 홍콩대학교 밖 어느 빌딩 28층에 소재한 홍콩 사찰 붓다담마센터에서 장소를 제공해주셔서 각국의 스님 120여분이 모여 참으로 장엄하게 포살을 진행하였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샤코의 활약상에 대해서 자랑할 것이 많습니다만, 특히 이번대회에서 저희 샤코 통역자원봉사자들이 큰 활약을 했습니다. 저희 샤카디타 코리아의 주력사업 중의 하나가 차세대 여성리더를 발굴하고 영어능력을 훈련하는 G.E.P.(Global Empowerment Project) 프로그램입니다. 그동안 5년간 계속해왔고 작년에 GEP5기가 배출되었습니다. 이번 대회에 발표된 영문 논문 52편 전부를 이분들이 번역하시고, 회의장에서 동시통역을 했습니다. 이분들이 없었으면 한국에서 130명이 참가하기 어려웠다고 자부합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대회에 참가하고 난후의 특별 소감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첫째로, 이년마다 열리는 샤카디타 대회에 참여할 때마다 느끼는 바인데,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 비구니승단은 교육이나 수행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고 비구니스님의 지위도 외부적으로 볼때는 상대적으로 높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국내적으로 불교계 내에서 한계가 여전히 존재합니다. 마치 대학 내 여성 교수 문제 같습니다. 여성교수 비율이 낮은 것도 문제이지만 주요 의사결정하는 지위에 있지 않다는 것이 더 문제입니다. 여성의 관점과 장점으로 사회에 더 큰 발전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생물학적으로도 다양성 속에 종의 발전이 있었다고 하지 않습니까. 요즘 한국 사회에 갑을논쟁이 있고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권리와 목소리를 표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비구니스님들에게는 불교계 내에서의 주요 의사결정권이 없습니다.

불교는 그 출발에서 부터 양성평등적인 종교로 시작되었고 여성 수행의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종교입니다. 붓다는 여성 뿐 아니라 사회 각 계층의 사람들을 차별하지 않고 제자로 받아들였으며, 근본적으로 진리의 세계에서는 성별이나 지위 등의 출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현재의 행위가 중요한 것이라고 가르쳤습니다. 교단 발생의 초기부터 이미 여성의 출가를 허락하였고, 그에 따라 많은 여성 출가자들이 고귀한 수행 정신으로 정진하여 깨달음을 얻은 자취와 기록들이 초기 불교 경전 속에 무수히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불교는 세계 주요 종교 중 어느 것보다도 양성평등적인 종교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이 서구사회에서 크게 부각되어 서구에서 불교가 크게 주목을 받게 된 원인을 제공하였습니다. 서구에 불교가 뜨기 시작한 것도 여성의 공이라 할 수 있습니다. 70년대 미국의 여성주의자들이 유신론적 종교를 가부장적이라 규정하고, 당시 여성신학 등이 나타난 것도 한 원인입니다. 현재 서구의 많은 사찰이나 명상센터의 운영자들이 여성입니다. 이제 한국불교계도 양성 평등을 실현하여 현대 사회의 이념과 방향과 걸맞는 미래 사회의 종교가 되기 위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봅니다. 저희 우바이들이 힘을 모아 비구니스님들을 도와 불교계의 성적 불평등과 보수성을 개선해야 한다고 저는 강력히 주장합니다.

두번째로, 제가 보기에 한국 여성의 역량은 세계 어느 곳보다 우수합니다. 그러나 불교계에서 많은 여성들이 가정과 사찰에서 봉사하는 정도에 만족하시는 경우를 봅니다. 국제적으로 여성의 참여와 역할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 한국 여성불자, 우바이들의 교계 내에서의 지위와 역할은 답보상태라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사찰에서 그분들을 보살로 부르는데, 제 생각에는 이 시대의 보살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사회적 활동을 하는 리더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종교란 궁극적으로 그 실천 주체의 영적 종교적 잠재력을 키워주고 완성함으로써 자아를 실현하고 자신의 능력을 발현하도록 도와주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여성들이 조직화 되고, 자기 성장을 끊임없이 해 나가는 것이, 자신의 삶, 가족, 사회에 모두 이익이 됩니다. 이것을 종교가 도와주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저는 기존 불교계의 교육이 교리 교육에 집중되었던 것을 넘어서 삶의 주인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양과 자질 교육, 여성의 사회 참여를 돕기 위한 조직 운영과 소통 방법과 리더쉽 교육에 눈을 돌릴 때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샤코에서는 위원회, 운영위원회, 컴미티, 이런 것을 막 돌립니다. 여성들이 의사결정의 경험을 갖게 하는 것, 그것이 역량강화의 첫 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세계불교의 현황에 관해서입니다. 앞서 말한 남방불교의 비구니 승단 복원 문제를 놓고 샤카디타가 국제기구로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그동안 많은 분들이 외국에 나가 계를 받아오고 해서 스리랑카에 이미 비구니 스님이 200분이 넘는다고 하는 소식입니다만, 아직도 어려움이 많다고 합니다. 한편 티벳불교의 경우 아직 비구니 교단 설립이 실현되지 않았지만, 겔룩파가 중심이 되어 게쉐 학위(박사 학위에 해당)를 독일 비구니스님에게 수여했다는 소식을 얼마 전에 들었는데 이번에 티벳인으로 최초의 게쉐 학위 수여받으신 스님이 대회에 참가하셔서 큰 흥미를 끌었습니다. 이같이 세계 각국 불교계에 흥미 있는 변화가 계속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와 발전을 계속 지켜봐 주십시오! 여러분들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감사합니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