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카디타 호주대회를 준비하는 사람들

조은수 (샤카디타 코리아 공동대표, 샤카디타 인터네셔널 부회장, 16차 샤카디타대회 조직위원, 서울대학교 철학과 교수)

호주 블루마운틴에서 올 6월 23일에서 28일까지 개최되는 제16차 샤카디타 대회 준비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페어몬트 호텔의 볼룸에서 화려한 개막식이 열리고 이후 대회의 각종 프로그램이 호텔 전 구역에서 일사불란하게 진행될 때, 그것을 가능케 한 보이지 않는 많은 분들을 떠올리는 분들은 많지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대회 중에도, 관중석이 아닌 무대 뒤에서 복도에서 사무실에서 손과 발을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누군가가 있을 겁니다. 불교에서는 우리가 모두 연결되어 있는 중생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그분들의 노력과 들인 시간이 있기에 그 결과를 즐기는 우리가 있죠. 다음에는 우리가 다른 분들을 위해서 봉사해야 할 차례일겁니다.

이번 대회는 호주라는 비아시아 국가에서 이루어지는 첫 대회입니다. <불교의 새로운 지평>이라는 대회 주제는 그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인도에서 발원해서 아시아 각국으로 전파되어 그 토양에 맞는 사상과 문화를 제공해 왔던 불교가 이제 서구의 각국으로 광범하게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호주에 불교가 정식으로 전래된 것은 1950년대라고 하는데 현재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현재 호주에는 아잔 브람 스님으로 유명한 태국의 테라바다전통, 티베트 불교, 베트남 불교, 그리고 운문사에서 수학하신 지광스님 덕분으로 한국의 선 전통도 알려져 있습니다. 서구에 불교가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고, 나아가 불교는 21세기 문명의 방향이 나아가는데 어떤 전망을 가질 것인가를 생각해보시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Lynn Bain

우선 이번 대회 총괄 행정업무를 맡고 있는 사람은 린 베인(Lynn Bain)이라는 분입니다. 소위 컨퍼런스 이벤트 매니저죠. 이벤트 기획 회사인 Bodhi Event 소속입니다. 이 회사 사장은 불자이고 불교 행사 후원을 많이 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지난번 달라이라마 스님의 호주 방문도 이 회사에서 이루어 낸 것입니다. 이번 대회 준비 기간 동안의 린의 보수는 샤카디타에서 나가는 것이 아니고 이 회사 사장이 줍니다. 이분이 불사하는 방법이죠. 제가 아는 호주 여자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Lynn도 목소리가 엄청 크고 성미가 급합니다. 그러나 회의 중 자기가 좀 오버했다고 생각되면 귀여운 유머가 담긴 이메일을 나중에 보내서 사과의 마음을 전하는 다정한 측면이 있습니다. 불교의 가르침이 생활 속에서 드러나지 않는다면 그 가르침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 하는 생각을 서양의 불자들은 투철하게 가지고 있는데, 이분이 바로 그렇습니다. 현재와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며, 화도 내고 소리도 지르지만, 곧 그것을 조절하여 자신을 추스러 다른 이들에게 사랑과 자비의 감정을 마구 쏟아냅니다. 이분은 재택근무를 하는데 책상 위에는 서류와 종이가 쌓여 있고, 큰 개 한마리가 뒤를 왔다 갔다 합니다.

어떻게 알 수 있냐고요? 저희 대회 준비위원 5명은 거의 빠짐없이 매주 온라인화상회의 프로그램인 Zoom을 써서 컴퓨터 카메라를 놓고 화상회의를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고급테크놀로지를 샤카디타 인터네셔널의 회장이신 텐진 빠모(Jetsunma Tenzin Palmo) 스님도 처음에는 시자가 없으면 꼼짝 못하시더니 요즘은 혼자서 세팅 잘 하고 계십니다. 스님은 회의 좌장으로 거의 말씀을 안하는 대신 다른 위원들이 하는 이야기를 잘 듣고 조정하는 역할을 하십니다. Zoom회의에서 가장 좋은 부분은, 2시간이 보통 넘어가는 긴 회의를 끝낼 때쯤 스님께서 티벳어로 회향문을 낭송할 때입니다. 그 챈팅 소리가 너무 좋아서 복잡한 숫자와 수많은 골치 아픈 일로 가득찬 회의의 모든 피로가 녹아버리고, 저희 여섯 명은 웃는 얼굴로 각자 ‘바이바이’ 하고 헤어집니다. 텐진 빠모 스님 옆에는 언제나 에일린 스님(Ven. Aileen)이 앉아 있었죠. 이분은 호주 분으로 얼마 전에 쭌마라는 타이틀을 받았을 정도로 오래 티벳불교 수행을 해오신 분입니다. 다람살라의 동규걋찰링 사찰에서 텐진 빠모 스님을 오래 보좌해 오다가, 얼마 전 호주로 이주하셨습니다.

(앞줄 왼쪽)에일린스님, 텐진빠모스님 (뒷줄 왼쪽)프랭크, 크리스티 장, 조은수, 메이링

그리고 재가여성들이 세 명 있죠. 먼저, 크리스티 장(Christie Chang) 박사, 샤카디타 인터네셔널의 전 회장입니다.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경륜이 높고 뛰어난 영어실력과 인화력으로 세계 불교계에서 여성 불자를 대표하는 인사가 되었습니다. 메이링(May Ling)은 싱가포르의 독신 여성으로 전문 회계사입니다. 텐진 빠모 스님을 오래전에 뵙고 그분의 제자가 되어 온 세계를 모시고 다니죠. 비용은 스스로 부담합니다. 회계사이기 때문에 스케줄이 자유로워서 그렇게 여행을 같이 할 수 있다고 하네요. 복잡한 수식으로 가득찬 회계를 맡아 하고 있습니다. 부모님이 기독교인인데 그분들 마음 상하게 하기 싫어서, 저희들과 몰래 회의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 조은수가 있네요. 저는 다 같이 일하는 것 외에, 학술위원장을 맡아서 그동안 논문 프로포절 접수하여 심사위원들에 보내서 최종 발표자 선정하고 발표자들과 계속 연락 취하면서 논문 내라고 재촉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제출된 논문을 한국어, 베트남어, 중국어 번역팀에 보내는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이제 원고가 다 모이면 4가지 언어로 자료집을 만드는 일이 남았습니다. 저희 6인 준비위원 외에도 보조하시는 많은 분들이 있습니다. 리디아 브라운이라는 정신과 의사가 학술부분의 제 일을 많이 도와줍니다. 워크숍은 돌카 스님이라는 호주 스님이 돕고 있습니다. 포스터는 초좀이라는 티벳스님이 돕고요.

이번 대회를 위해 수고하는 한국측 준비위원들도 소개해야 되겠네요. 샤카티타 코리아는 공동대표이신 본각스님의 영도 하에 운영위원들 중심으로 수시로 만나서 대회 참가 관련 각종 일에 대해 같이 의논해 왔습니다. 이번 대회에는 한국에서 130명이 넘는 분들이 참가할 예정이라서 아마 역대 샤카디타 대회 중에서 가장 많은 분들이 가시는 것 같습니다. 등록은 김한울 사무국장과 선길여행사 임성숙 실장이 맡아 수고가 무척 많았습니다. 김한울 국장은 특히 호주 본부와 계속 교신하면서 참가자들의 등록, 변경, 취소 등의 문제를 일일히 해결했으니 얼마나 바빴을까요. 호주 대회에는 한국 참가자 5분의 워크숍 발표가 있습니다. 이영호 서울시 한부모가족지원센터장의 ‘한부모 가족과의 교감을 위한 단추달기’, 정희숙님의 ‘한국의 다도’, 정형은님의 ‘단편영화’, 그리고 니르바나 오케스트라의 강형진 단장님의 ‘한국음악 이해하기’가 있습니다. 또 이분은 동국대 힐링코러스 팀을 인솔하여 문화공연을 펼칠 것입니다. 이번 대회의 하이라이트는 뭐니 뭐니 세계를 무대로 사찰음식을 소개하고 계시며, 특히 젊은이들 사이에 세계적 ‘셀럽’이신 정관스님께서 오셔서 한국사찰음식에 대한 워크숍과 “김치 퍼포먼스”를 선보입니다. 이분들을 모두 총괄하여 신청서 작성 단계부터 진행하고 계시는 분이 정형은님입니다. 더구나 올해 제가 안식년을 하는 동안 공동대표 직무대행을 맡아 수고하고 계시죠. 저희 한국 참가자들이 단지 구경꾼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가는 주체적 참가자가 될 수 있도록, 세계적 수준의 워크숍을 선보이려고 불철주야 고민 중입니다.

격주 토요일 아침마다 진행하는 샤코 운영위원 Zoom 화상회의

"액션팀"이 액션 중인 모습

이번 대회의 논문 세션의 형태가 이전과 좀 다릅니다. 논문 발표세션 외에 플래너리 세션과 라운드테이블 디스커션이 있습니다. 논문 발표자로는 봉녕사의 유정스님, 운문사의 유덕스님 두분이 나가십니다. 이번 대회에서 총 45편의 논문이 발표됩니다. 이 논문들을 현재 한국의 자원봉사자들께서 한국어로 번역하고 있으며, 이것을 총괄하는 분이 이영희님입니다. 영어로 된 글을 누가 번역해달라고 하면 흔쾌히 수락하실 분이 몇 분이나 있을까요. 더군다나 불교 용어로 가득찬 학술논문들을요. 자원봉사 번역팀은 액션팀을 구성하여 번역 기술을 다듬고 있습니다. 효석스님, 유정스님, 시현스님, 김은경, 신미아, 원혜영, 권내영, 이현숙, 안지숙, 조정희, 박진선, 전영숙, 김은희, 정형은, 이영희 님 등이 그분들입니다. 읽기 좋고 정확한 번역을 하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일입니다. 이분들이 정확한 번역어를 찾기 위해서 카톡방에서 토론하시는 모습을 보면 더더욱 봉사자 분들의 노고가 값지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분들의 노력으로 우리는 호주에 도착하면 한국어로 된 자료집을 받아보게 됩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일어나는 통역은 번역과 또 다른 문제입니다. 한국불교계의 귀중한 재원으로 중앙대 동시통역대학원을 막 졸업하고 지금 미얀마에서 수행 중이신 민우스님이 귀국하시는 대로 일일 동시통역 워크숍을 개최하여 더욱 기량을 쌓을 예정입니다.

이제 샤카디타 코리아가 한국지부로서 뿐 만 아니라 본부 활동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려고 합니다. 그 일환으로 운영위원 중심 다섯 명이 호주에 일찍 가서 본부의 대회준비를 도울 계획입니다. 한국 불교가 세계 불교의 중심에서 활동하는 경험을 쌓는 것, 그리고 그런 경험에 차세대 여성 불자를 자꾸 참여시켜서 앞으로 세계무대에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저희 샤카디타 코리아의 중요 목표 중의 하나입니다.

그런데 이정도 규모의 대회를 치르려면 재원이 많이 필요합니다. 특히 샤카디타는 소외된 지역에서 오시는 스님들을 위해 참가 지원을 해드리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히말라야 지역, 인도, 미얀마, 태국 등에서 오시는 분들이 그 대상입니다. 이 비용을 위해 그동안 회장이신 텐진 빠모스님이 전세계를 다니시면서 Dharma Talk을 하시고 그 보시금을 전액 기부하셨습니다. 한국 운문사의 명성 큰스님께서는 언제나 조금이라도 성금을 보내곤 하셨습니다. 본각스님께서는 이번에도 만불을 기탁해주셔서, 본부에서 준비하는 분들의 감동을 샀습니다. 한국 스님들은 세계 누구보다 참으로 불사에 너그러우신 것 같습니다.

이제 대회 등록이 모두 마감되었습니다. 600명 참가를 예상했는데 7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몰려서 아마 대회가 크게 성황을 이룰 모양입니다. 아직 59명이 등록을 못하고 대기로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제 닷새간의 대회의 열리고, 종료 후 투어가 끝나고 나면 모든 참가자들은 각자 짐을 꾸려서 원래 왔던 곳으로 돌아가겠지요. 한 사람 한 사람 떠나는 모습을 보면 그때의 기분이 어떨지 모르겠네요. 아마, 홀가분하면서도 서운할 것 같습니다. 며칠간의 짧은 기간이지만, 대회장에서 식당에서 커피숍에서 줄서서 기다리면서 나눈 정담과 우정을 기억하면서요. 참가하시는 모든 분들이 자신의 삶에 중요한 의미가 될 뭔가를 얻어 가시면 좋겠네요. 삶의 지평이 넓어지는 그런 경험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