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은희(샤카디타 코리아 운영위원)
최근 서양에서는 어린이들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소개하는 도서가 다양하게 출간되었다. 부처님의 일생을 소개하는 내용을 넘어 부처님의 가르침을 쉽게 설명한 책이나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방법이 담긴 책도 많다.
우리나라에서도 아이들과 젊은이들을 위한 불교 도서를 쉽게 접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연령별 영문 불교도서를 소개한다.
1. 유아와 어린이를 위한 책
1) Paint a Double Rainbow: 40 Mindfulness Activities for Kids and Their Grown-Ups to Feel Calm, Focused, and Happy, Sally Arnold (2020)
아이들과 함께 마음챙김을 연습할 수 있는 40가지 활동을 담았다. ‘함께 숨을 쉬어요’, ‘함께 느껴요’, ‘함께 집중해요’, ‘서로에게 친절해요’, ‘함께 상상해요’, ‘함께 쉬어요’라는 여섯 가지 주제로 가정에서, 어린이집에서, 유치원에서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활동을 소개하고 있다. 그 중 한 활동을 아래에 소개한다.
어떤 맛인지 알아 맞추기: 이 활동에서는 아이들의 눈을 가려 후각과 미각을 발달시킨다.
준비물: 다양한 음식, 점수를 기록 할 연필과 종이
- 아이들이 음식을 세 가지 선택한 뒤 다른 친구가 볼 수 없도록 잘 덮어 둔다.
- 상대편 아이가 눈가리개를 쓴다.
- 눈가리개를 쓴 친구에게 비밀 음식을 한 번에 하나씩 준다.
- 처음에는 냄새로 음식을 맞추어 본다.
- 냄새로 음식을 맞출 수 없으면 먹어 본다.
- 눈을 가린 사람은 처음 세 가지 음식이 무엇인지 추측한다.
- 그런 다음 눈가리개를 짝과 바꾸어 쓰고 활동을 반복한다.
- 냄새로 음식을 맞히면 2점, 맛으로 맞히면 1점을 얻는다.
누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을까요?
2) Buddhism for Kids: 40 Activities, Meditations, and Stories for Everyday Calm, Happiness, and Awareness, Emily Griffith Burke (2020)
40가지 활동과 함께 부처님의 전생과 선불교 이야기를 짧게 소개한다. 하루를 아침, 낮, 저녁으로 나누어 시간대별 활동을 담았다. 간단한 만다라 그리기, 자비수행, 짧은 만트라, 잠자기 전 평화를 위한 기도, 나비 명상, 걷기 명상 등이 소개되었다. 이야기에서는 전통적으로 남성이었던 인물을 여성으로 묘사하기도 한다.
3) 존 무스의 젠 시리즈 - Zen Shorts (2005), Zen Ties (2008), Zen Socks (2010), Zen Ghosts (2015), Zen Happiness (2019), Jon J. Muth
이 시리즈는 ‘고요한 물'이라는 이름의 판다와 삼 남매가 등장하는 짧은 이야기 모음집이다. 주로 아이들의 감정을 다루는 내용으로 선불교에서 내려오는 이야기를 현대식으로 각색했다.
가장 먼저 출간 된 『Zen Shorts』는 미국에서 동화책에 주는 칼데콧상을 수상하였다. 한국에는 『달을 줄 걸 그랬어.』라는 제목의 도서로 출간되었다. 무소유의 삶을 살았던 일본의 다이구 료칸 스님의 이야기, 중국의 새옹지마 이야기, 선불교에서 유명한 두 스님의 이야기를 담았다.
4) A Handful of Quiet: Happiness in Four Pebbles, Thich Nhat Hanh (2008)
틱낫한 스님이 쓰신 책으로 초등학교 1학년 이상의 아이들이 마음챙김을 수행할 수 있다. 네 개의 조약돌은 각각 ‘내 마음 속의 꽃’, ‘산’, ‘고요한 물’, ‘공간’을 상징한다. 조약돌을 통해 마음챙김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단계별로 자세하게 설명되었고 가족이나 친구들과 수행하기 좋다.
5) Buddha at Bedtime: Tales of Love and Wisdom for You to Read with Your Child to Enchant, Enlighten and Inspire, Dharmachari Nagaraja (2008)
지금까지 세 권이 출간되어 부처님의 전생, 잠들기 전에 하는 간단한 이완 명상 방법 등이 실렸다. 잠자기 전 머리맡에서 책을 읽어주고 내용에 대해 토론하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볼 수 있다.
6) A Walk in the Wood: Meditations on Mindfulness with a Bear Named Pooh, Dr. Joseph Parent (2018)
이 책은 아이들에게 친근한 캐릭터인 디즈니사의 곰돌이 푸가 주인공이다. 단순하지만 매 순간을 놓치지 않고, 대자연 속에서 모든 존재를 인식하고, 친구들과 교류하며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곰돌이 푸를 통해 마음챙김이란 무엇인가를 설명한다.
또한 아이들이 따라할 수 있는 수행방법을 제시한다. 수행은 양치질과 같이 평생 동안 집 안의 특별한 공간에서 하는 것이 좋다. 불상, 꽃, 인상적인 문구, 잔잔한 파도 소리, 시냇물 소리, 바람, 풍경 소리가 도움이 된다. 먼저 짧은 부처님의 이야기를 읽고 나서 실천 해보고, 그 느낌을 적는다.
숲 속 걷기 명상도 소개한다. 숲의 향기를 맡을 때, 걸을 때 몸의 움직임, 시냇물에 발을 담글 때 느껴지는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리며 걷는다. 마지막으로 공포와 같은 부정적인 마음을 알아차리고, 그에 반사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호흡을 통해서 나쁜 감정을 인지하고 해소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2. 청소년들을 위한 책
1) Buddha in Your Backpack: Everyday Buddhism for Teens,Franz Metcalf (2002)
부처님의 가르침을 통해 사춘기가 시작되어 급격한 신체적, 심리적, 인간관계의 변화를 맞이하는 청소년들이 잘 적응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책이다.
‘부처님은 이 책을 읽는 독자들보다 더 반항적인 사람이었다’는 다소 충격적인 문장으로 시작한다. 미국과 같은 기독교 기반 사회에서 접하기 어려운 부처님의 가르침을 쉽게 설명하며, 사춘기에서 성인으로 성장하는 질풍노도의 시절을 잘 지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성인이 불교 입문용으로 읽어도 좋다. 부처님의 생애, 가르침, 명상, 사성제와 팔정도, 무아, 공에 대한 설명을 이해하기 쉽다. 또한 일상에서 의도하지 않은 고통을 줄이는 방법으로 말하기에 대한 부처님의 가르침을 소개한다.
진실이 아니고 도움도 되지 않고 모두가 동의하지 않는 말은 하지 않는다.
진실이 아니고 도움도 되지 않고 혹시 동의하는 말이라도 하지 않는다.
진실이지만 도움이 되지 않으며 모두가 동의하지 않는 말은 하지 않는다.
진실이지만 도움이 되지 않으며 혹시 동의하는 말이라도 하지 않는다.
진실이고 도움이 되지만 모두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적당한 시기에 말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공’을 ‘개방성(openness)’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옳고 그름의 기준이 어떤 종교적 믿음이 아닌 ‘도움과 피해(helpful and harmful)’의 개념에서 정의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명상은 종교가 아닌 ‘길(Path)’이므로 불교뿐만 아니라 다른 종교에서도 비슷한 수행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청소년들이 할 수 있는 다양한 수행 방법으로 염불, 절, 자비수행, 마음챙김하며 걷기, 빨리 걷기, 먹기, 운전하기 등을 소개한다. 이 책은 한국에서 『배낭 속의 부처』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3. 어른들을 위한 책
1) Blue Jean Buddha : Voices of Young Buddhists, Sumi Loundon (2001)
출간 당시 20대 청년불자였던 수미 런던이 같은 세대의 젊은 불자들의 목소리를 모았다. 다양한 배경과 인종의 젊은 미국 불자들의 이야기로, 삼대가 불자인 집안에서 자란 젊은이도 있고 기독교 집안 출신이면서도 불교를 믿고 수행하는 젊은이도 있다. 또 신체건강을 위해 요가를, 정신건강을 위해 명상을 하면서도 가족의 화목을 깨지 않기 위해 교회에 가는 청년도 있다. 믿음으로 불교를 대하는 사람도 있고, 불교는 개인적인 수행으로 하며 다른 종교를 가지는 사람도 있다.
이 책에 담긴 사람들은 대부분 졸업 후 바로 직장을 가지기보다는 동양(주로 티벳, 인도)을 여행하거나 다른 직업을 모색하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2001년 당시 20대에서 30대 초반이었던 주인공들이 지난 20년 동안 어떻게 변했는지 알아보는 것도 재미있다. 온라인에서 찾아보니 현재 불교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사람이 꽤 많다. 수미 런던은 저자 중의 한 명인 일미스님과 결혼하고 현재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다른 한 저자는 병원에서 상담가로 있고, 또 어떤 저자는 환경운동을 하거나 침술학을 배워 일한다.
한국에는 2002년에 『청바지를 입은 부처』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는데, 당시 대학을 졸업하면 바로 취직하는 것을 당연하다고 여겼던 한국인에게 생소한 내용이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의 많은 젊은이들이 20년 전의 미국 대학생들처럼 세계 여행을 하거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기 때문에 이 책에 더 쉽게 공감할 수 있다.
2) Buddhism for Mothers, Sarah Napthali (2008)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의 ‘엄마들을 위한 책’은 교육방식을 주로 다룬다. 그러나 이 책은 초보 엄마가 육아기를 잘 보내는 방법, 행복한 엄마로 지내면서 아이에게 선한 영향을 주는 방법에 대한 내용이다. 육아가 힘든 일이라고 인정하며 부처님의 가르침과 마음챙김 수행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나라 엄마들은 육아가 힘들다고 생각하면서도 공개적으로 말하기를 꺼린다. ‘엄마’이기 때문에 당연히 해내야 하는 일이며 까딱하면 ‘모성’이 부족한 사람으로 낙인찍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육아기의 엄마들이 겪는 좌절과 분노, 죄책감을 인정하면서 위로가 된다.
정신 없는 육아 중에 평정심 유지하기, 자신의 단점과 능력의 한계 인정하기, 아이를 사랑하는데도 상황에 따라 차오르는 분노 다스리기, 아이에 대한 지나친 걱정 또는 집착 덜어내기, 육아에 대해 배우자와 조화 이루기에 대해 말한다. 특히 아이와 대화를 나누는 방법을 자세하게 설명한다.
(1) 아이의 말을 순간 판단하지 말고 듣는다.
(2) 아이의 말을 끊지않고 끝까지 듣는다.
(3) 아이로 하여금 엄마가 자신의 말을 이해한다는 느낌이 들도록 듣는다.
(4) 아이의 감정을 파악한다.
(5) 아이가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도록 돕는다.
마지막으로 엄마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명상 방법, 명상 공동체를 찾는 방법, 어떤 불교전통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해 조언한다.
육아는 예상치 못한 일이 끊임없이 일어난다. 매 순간을 놓치지 않는 마음을 강조하는 불교의 가르침에 잘 맞는 생활이므로 육아는 수행의 한 방법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3) Stumbling Toward Enlightenment, Geri Larkin (2008)
성공적인 경영컨설턴트로 일하던 저자는 자신의 인생에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눈떨림 증상이 생겨 일상생활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그 증상을 해결하고자 한국불교 사찰에서 선수행을 접하게 되고, 수행을 계속하면서 겪은 일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자신의 수행과 삶을 대비하여 이야기한다. 수행 이야기를 자세히 설명하는 만큼 그 절실함에 공감할 수 있다. 수행을 통해 자신의 ‘본 모습(항상 나는 옳다고 생각하는 성격)’을 똑바로 직시하고, 조금 더 ‘좋은’ 사람이 되어 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특히 부처님의 가르침이 경전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 깊숙이 박혀 있다고 다시금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