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을 시작하는 루틴, 즐거운 샤코 윤독 – 글: 법현스님

글: 법현스님

토요일 아침이면 어김없이 울리는 카톡 알림. 슬슬 주변을 정리하고, 동방아를 갖춰 입고, 따뜻한 차 한잔을 만들어 책상 앞에 앉아 컴퓨터를 켠다. 곧이어 반가운 얼굴들이 하나 둘씩 화면에 나타나면 오가는 안부 인사. 마침내 8시가 되면 씽잉볼 소리를 따라 잠깐의 입정으로 마음을 가다듬는다. 잠시 후 간결하고 아름다운 문체로 쓰여진 틱낫한 스님의 책 『Old Path White Clouds』를 펼치면 부처님의 숨결이 생생히 느껴지는 그 때 그 시절로의 시간 여행이 시작된다. 동시에 나의 눈 앞에는 때로는 웃게 되고 때로는 울게 되는, 흥미진진하면서도 감동 가득한 한 편의 대서사시가 펼쳐진다. 그 속에는 내가 미처 알지 못했거나 대충 알고 있었던 위대한 스승의 일대기에 얽힌 보물과도 같은 에피소드와 이야기가 가득하다. 그 보물들을 토요일 아침마다 서울, 경주 등 전국구를 넘어 지구 반대편 뉴욕에 있는 좋은 도반들과 함께 나누는 것이다. 동참하는 멤버들의 지역만 다양한 것이 아니다. 시간이 흘러가면서 자연스레 윤독 과정에서 각자의 성향과 역할이 보이는 점은 참 흥미롭기도하고 감사하기도 하다. 늘 유쾌 발랄하게 진행해주시는 이영희님, 간절하고 진심 어린 물음으로 문득문득 나로 하여금 초발심 때의 자세로 돌아가게 일깨워주는 안미경님, 평소엔 가만히 듣고 계시다 한번씩 단비같은 법문을 베풀어 주시는 정혜스님, 잠시 우왕좌왕 할 때면 연륜이 묻어나는 한마디로 교통정리 해 주시는 이영근 님, 애매하거나 궁금한 부분이 나올 때면 경전 상의 근거와 과학적 근거로 속 시원하게 의문을 풀어주시는 유정스님과 김은희님, 멀리 뉴욕에서 금요일 저녁마다 꼬박꼬박 함께 하려고 로그인 한다는 것만으로도 자극이 되는, 프로필 사진이 너무 매력적인 제니퍼님 외에도 부지런히 관련자료를 찾아 윤독시간 이후에도 카톡으로 공유해 주시는 여러 선생님들. 함께 읽고 해석해 나가기에 조금 모르더라도 알게 되고 조금 부족하더라도 메꿔진다. 이 모든 것이 함께 라서 가능하다. 내 근기에 혼자서는 도저히 엄두도 내지 못 했을 이 두꺼운 책을, 매번 설레는 마음으로 넉 달째 계속해서 읽게 된 데에는 도반들과 함께하는 이 시간 덕분이다. 도반들께 틱낫한 스님의 책만큼이나 감사하다. 도반들과 대중이 온전히 공부시켜준다고 하신 부처님 말씀 그대로이다.

사실 ‘샤카디타’라는 단체에 대해서는 출가 전에 어느 행사 때 통역봉사를 아주 잠깐 했던 것 말고는 거의 알지 못하고 지내다가 2019년 호주대회에 참가하면서 다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던 차에 작년 4월이었던가? 문득 샤카디타에서 영어 강독을 한다는 메일이 왔다. 마침 코로나19로 인해 대학원 강의가 모두 비대면으로 바뀌는 바람에 시간 여유가 생긴 터라 유익한 경험이겠다 싶어 용기 내어 동참한 인연이 지금의 윤독 모임까지 이어진 것이다.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나도 코로나19 상황이 이렇게까지 길어지리라고 상상도 못 했었다. 시작이야 비대면 온라인으로 했지만 머지않아 비구니회관에 모여 모임을 이어가겠 거니 했던 게 어느새 해가 바뀌었다. 화상으로 진행하는 것이 이제는 익숙함을 넘어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느껴질 정도가 되었다. 1년째 처소에서 격리하며 학교에 가지 못하고 비대면 강의로 두 학기를 마무리하고 보니, 정말 이 윤독 모임을 시작하길 참 잘 했다는 생각이 몇 번이고 드는 요즘이다. 좋은 도반을 많이 만났음은 물론이고, 덕분에 자칫하면 별 하는 것 없이 흘려보냈을 지도 모를 긴 코로나19 시기를 나름 보람 있게 보내고 있다. 지난해 내가 한 선택 중 가장 잘한 선택이었다고 스스로 칭찬해 본다. 『Old Path White Clouds』의 윤독도 마침이 있겠지만 또 다른 책을 선정하여 계속해서 한 주를 의미 있고 기쁘게 엮어갈 수 있기를, 이 모임의 흐름이 끊임없이 내내 이어지기를 희망해 본다. 그리하여 나를 비롯한 윤독회의 도반 모두가, 나아가 그 주변 모두가, 더 나아가 이 법계의 모두가 부처님의 밝고 크신 가르침으로 늘 환하기를! 늘 행복해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