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유정스님(전국비구니회 교육국장, 샤카디타 코리아 운영위원)
2020년 12월에 찾아온 코로나 확진자의 급증은 이 팬데믹 현상이 2021년말이나 되어야 끝날 것이라는 추측에 많은 힘을 실어주고 있다. 차가운 겨울에 더 극성이라는 바이러스의 성질이 이 겨울을 더 춥게 느끼게 한다. 떠올릴 기억이 없으면서도, 가끔 ‘빙하기는 어떻게 하고 살았을까?’를 떠올린다. 많은 것이 변할 것이지만, 어떻게 변할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모르는 이 태풍 속에 갇힌 잠시의 무풍지대에서 2020년 한 해를 돌아보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으로 바빴으며 경전의 이해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었던 행복한 한 해였다.
대한불교조계종 전국비구니회에서는, 2020년 양력 1월 2일 성도재일(음력 12월 8일)를 기념하기 위해서 1월1일부터 철야정진으로 한 해를 시작했다. 1월 3일, 집행부와 총무원 소속 비구니 소임자 스님들이 모두 만불전 법당에 모여 거룩하게 신년 하례를 봉행 하면서, 새해 보살행의 원력을 다졌다.
전국비구니회 집행부에서는 1월 13일~14일 양일간 워크숍을 시작으로 12월 11일 제12차 집행부회의를 개최하였는데, 매월 빠짐없이 각 부서의 업무 진행과 계획들을 알리고 서로 소통하는데 힘썼음을 증명한다. 특히 마지막 12차 회의는 온라인 비대면과 대면으로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서로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았다.
이외에도 회칙운영위원회, 복지정책위원회, 인사포상징계위원회 등 분과별로 특별 위원회를 구성하고, 제12대 전국비구니회가 기획한 여러 안들을 추진하는 바탕을 다지는 초석을 구축하였다. 이와 함께 명사추대위원회를 개최하여, 전국비구니회에서 원로의원스님들을 모셨으며, 이를 토대로 비구니 명사스님들을 전국비구니회에서 선정·추천하여 비구니스님들의 위상을 높이려는 노력에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코로나 위기로 많은 이들이 모이는 것이 배제되는 어려움 속에서도, 제28차 운영위원회와 제12대의 1차·2차 지회장 회의를 열어서, 전국에 있는 비구니회원 스님들의 결속을 다지는 네트워크를 형성하려고 노력하였다.
코로나19에 대한 위기의식과 이에 대한 발 빠른 대처를 시도한 전국비구니회에서는, 우선 가장 시급한 도움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진 경주동국대학교병원에 1천만원 기증을 시작으로, 동국대학교 일산병원에 약선김치 전달식을 가졌다. 동시에 서울의료원 등에도 전달하여, 환자들을 돌보느라 지친 의료진들을 위로하는 뜻 깊은 행사를 봄, ·가을로 나누어 실시하였다. 약선김치를 만드는 과정에서 사찰음식의 명장 선재스님을 수장으로 하고 전국비구니회관 상주 대중스님들과 불자님들이 다 같이 힘을 보태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또 여름에 수재가 크게 나자, 발 빠르게 비구니회원 사찰 중에서 수해피해가 난 사찰을 조사하고, 이를 돕기 위해 모금한 후 총무원의 ‘아름다운 동행’ 재단을 통해서 지원함으로써, 피해입은 사찰의 스님들과 불자님들을 위로했다.
한편, 교육복지를 중요 사안으로 내세운 제12대 전국비구니회의 교육부에서는 염불·설법스피치를 비롯한 교육원 승려교육 인증연수로 선요, 사찰음식, 상용의례염불, 설법, 수어, 지화장엄의 과목들을 주최 및 주관함으로써, 전국비구니회원스님들의 교육복지에 힘을 쏟았다. 코로나19로 인해 교육 일정이 여러 차례 번복되었지만, 상황이 잠시 주춤한 틈을 이용해서 일정을 능동적으로 조정하는 한편, 9월부터는 온라인 비대면 교육을 시행하고 11월에는 대면/비대면을 동시에 진행하는 방식으로까지 발전하였다. 또 코로나로 인해 유튜브 활동에 대한 욕구가 증대함에 부응하여, 2021년에 실시할 예정이었던 유튜브 활용법 강의를 앞당겨 교육하여 4월부터 11월까지 입문 6차, 심화 3차 교육과정을 이수했다. 그리고, 경전 공부에 목말라하는 전국의 스님들을 위해서 11월 중순부터 회장스님의 “화엄경 강론”을 온라인으로 시작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교육부에서는 2021년에 불교인문학 시리즈를 계획하는 등 보다 심도 있는 교육환경을 만들 기회를 다지는 한 해였다.
사회복지에도 큰 관심을 가진 집행부에서는, 법보신문과 MOU를 맺고 다문화가정 지원을 결정하고, 마침내 강남구 다문화가정에 후원금을 지원을 시작했다. 그 외에도 합천에 있는 자비원 노스님들께 스승의 날 카네이션을 공양하였고, 12월 14일 코로나의 어려움을 뚫고 이사회를 개최하여, 더욱 활발한 복지재단 법인 운영에 힘쓰는 등, 어른 스님들과의 조화로운 공동체 운영을 위한 준비를 다진 해가 되었다.
환경문제와 관련하여 푸르니 녹색사찰 협약을 관련단체들과 MOU 형식으로 협력체제를 맺고, 제1호 푸르니도량으로 춘천 봉덕사를 선정하였다. 2021년에는 보다 많은 사찰을 푸르니도량으로 선정하는 동시에 환경문제에 우리 불제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실천을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문화포교부에서는 부처님오신날 불자님들을 위해 생전예수재 천도재를 봉행하고, 그날 오후에는 1층 강당에서 뮤지컬 “보리수나무 아래”를 공연하여, 사찰 내에서 최초로 부처님법을 전파하는 포교의 장을 마련하여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또 11월 24일 제12대 전국비구니회 출범 1주년 기념행사를 조촐하게 가지면서 ‘소통과 실천하는 비구니회’의 기치에 맞게 움직여갈 것을 다짐하였다.
그 외에도, 법룡사에서는 20년 숙원인 회관 앞의 버려진 땅을 강남구청과 전주이씨 광평대군 종회의 도움을 받아 ‘광평·법룡공원’을 조성하여, 외부에서 회관을 쉽고 아늑하게 볼 수 있게 하고 회원스님들이 회관을 출입할 때마다 자부심과 함께 환호하게 하였다. 그리고 3층 만불전 앞 중앙에 있는 공간에 관세음보살님을 모심으로써 관음전을 조성하여 불자님들이 더욱 신심을 증장하는 기회를 만들었다.
그리고 법룡사에서는 재가불자 교육을 위하여 우담바라불교대학을 설립하고, 3월에 개학하려고 했으나, 코로나로 인해 미뤘던 것을 11월 1일 시작하였다. 11월 말 갑자기 사회적거리 두기 단계가 강화되면서, 그동안 익힌 온라인 교육 방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대면과 비대면 수업을 동시에 진행함으로써, 불교대학 학생 불자님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또, 코로나로 인해 잠시 한적해진 시간을 이용해서, 지난 20여 년 동안 거의 돌보지 못했던 회관 내부 리모델링을 시작하였다. 상반기 하반기 2번에 걸친 대대적인 회관 리모델링은 카페 메따 자리와 1층 사무실을 맞바꿈으로써 양쪽 모두 더 활기차고 넓은 공간을 확보하였으며, 어린이법당, 시민법당, 우담바라불교대학 및 합창단실, 전국비구니회CPE센터 교육장을 새롭게 창출함으로써 공간 활용의 극대화를 이루었는데, 아직 못다 한 여러 공간의 리모델링을 2021년에도 지속함으로써, 20년 동안 사용하면서 낙후된 시설에 새 기운을 불어넣는 중이다.
한편, 국제포교부에서는 2020년 해외 관련 행사들이 모두 취소됨으로써, 애초 계획했던 일들이 추진되지 못했지만 2021년 말에 개최될 말레이시아 샤카디타 대회 등을 준비하여 재가불자와의 긴밀한 소통과 협력체제 구축에 노력할 예정이다.
이렇게 전국비구니회에서는 2020년 팬데믹 현상을 뚫고 ‘소통하고 실천하는 비구니회’라는 모토에 걸맞게 안팎으로 노력하였으며, 2021년에는 보다 일상에서의 모든 시간이 수행과 정진이 되는 보살행의 깊이를 다지는데 온 힘을 기울일 예정이다.
- 이상 -
P.S. : 전국비구니회에서는 “신축년 새해에는 부처님 가피로 모든 불자님께서 평안하시고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