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대표 신년사] 2021년 샤카디타 코리아의 또 다른 중요한 해가 밝았습니다

전국비구니회 회장, 중앙승가대학교 명예교수 본 각

샤카디타 코리아 여러분! 2021년 새로운 해가 밝았습니다. 코로나19와 겨울바람이 여전히 매섭지만 새봄의 기운도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지난 몇 년 간 한국 여성 불자들의 힘을 규합하여 한국불교의 세계화를 진작하고자 무척이나 애쓰시는 여러분들을 보면서, 이전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저는 어려서 출가해서 산중의 사찰과 절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전념하면서 살아왔습니다. 1980년 가을부터 봉녕사 승가대학에서 약 3년간 신입생 학인스님을 가르치는 중강이라는 소임을 맡고 있었습니다. 그 때 나 자신이 너무나 아는 것 없이 남을 가르친다는 자책이 들어서 일본 유학길에 오른 것이 국제무대에 첫발을 내딛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9년간의 유학을 마치고 중앙승가대학에 근무하면서 다시 해외연수의 기회를 얻어서 버클리 G.T.U에 적을 두고 있으면서 조은수 교수님과 랭카스터 박사님을 만난 것이 또 하나 큰 행운이었습니다.

버클리에 있을 때, 서점에서 책을 살펴보다가 영어로 번역된 한국불교 관련의 책자가 거의 없다는 것을 발견하곤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대만, 티베트 등 불교국가의 활발한 국제적 활동에 비해서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불교는 국제무대에서 역할이 미미하다는 마음을 지우기 어려웠습니다. 이러한 고민을 안고 귀국했습니다만 일상에 쫓겨서 한국 밖에서의 불교는 다시 잊고 살아왔습니다.

한국비구니연구소 설립이 계기가 되어서 샤카디타를 한국에 유치하자고 제안하였고, 2002년 대만 7차대회에 참석하고 8차대회 개최를 약속하게 되었습니다. 그후 3년간의 준비 끝에 2004년 샤카디타 8차대회를 무사히 치른 것이 국제불교를 한국불교와 접목시키는 커다란 시발점이 되었다고 봅니다. 특히 여성불교 분야에서 그렇습니다. 샤카디타 8차 대회를 한국에서 치르고 나서 꾸준히 샤카디타 대회에 참석하면서 한국불교가 갖고 있는 자랑거리도 알게 되었고 국제무대에서 한국불교의 위상은 높은데 역할이 부족하다는 자책의 마음도 갖게 되었습니다.

한국불교의 자랑거리는 무엇보다도 비구니승가가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교육과 수행, 사회활동에 있어서 다른 나라에 비하여 매우 자율적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사회적인 신망도 높은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입니다. 이렇게 잘 갖춰진 비구니승가의 수행과 교육프로그램으로 이제는 국제불교사회에 이바지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끼리만 자찬하고 말일은 아닌 것입니다. 국제적인 위상에 걸맞게 활동과 책임이 뒤따라야 할 때입니다.

저는 이러한 책임과 활동을 할 수 있는 창구가 샤카디타 코리아라고 생각합니다. 샤카디타 코리아는 한국불교에서 출가와 재가를 아우르는 명실상부한 불교여성 단체입니다. 비구니승가는 전국비구니회와 보조를 맞추고 재가는 불교여성개발원과 힘을 합쳐서 한국불교를 견고히 하는 불교여성의 핵심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모든 활동의 기본은 소통입니다. 그 소통을 위하여 샤카디타 대회가 열릴 때마다 샤카디타 코리아 멤버는 번역 부스 안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봉사해왔습니다. 어떠한 대가도 바라지 않는 봉사 그 자체였습니다. 그동안 헌신적인 봉사에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이러한 노력이 해를 거듭하여 한국불교의 국제적 역할에 거름이 되었고 이 일은 계속 진행되고 있습니다.

국제사회에서 먼저 소통하고, 위상을 높이고, 활동을 충실하게 완수하기 위해서는 언어의 영역을 완성해 가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새삼 말할 필요도 없는 일입니다. 이에 샤카디타 코리아는 수준 높은 국제 언어를 연마하기 위해서 G.E.P. 통·번역 교육을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습니다. 이제 제7기 G.E.P.를 올해 3월에 다시 시작한다는 소식을 막 들었습니다. 그동안 G.E.P. 교육에 헌신하신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제 우리는 2023년 6월 한국에서 또 한번 샤카디타 대회를 개최하려고 마음을 모았습니다. 불자들은 이제 불자로서의 믿음을 굳게 갖고 신행생활에 충실하고, 세계인과 소통하는 수단으로서 언어를 수준 높게 가다듬어 가도록 노력할 때입니다. 스님들께서는 한국 불교의 자부심인 여성 불자들과 함께 한층 더 협력하여 이 대열에 함께 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마음을 내주신 모든 분께 부처님의 가피가 함께하시기를 기도합니다.

2021년 정월 본각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