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명상
이른 아침 집 밖에 나가 5분만이라도 천천히 거닐어 보세요. 날마다 산책을 한다면, 하루하루 변해 가는 바깥의 경치와 신선한 공기를 어제와 전혀 다른 느낌으로 받아들여 봅니다. 햇빛과 하늘 그리고 흙을 느끼고 신선한 공기를 한껏 마셔 활기를 불어넣으세요. 흐리든, 맑든 춥든, 덥든, 눈앞에 펼쳐진 오늘을 마음껏 느낍니다.
어떤 동작을 할 때에 속도를 늦추고 천천히 하여, 몸의 갖가지 움직임들을 관찰 대상으로 삼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순간부터 다시 잠자리에 드는 순간까지, 일어나고 앉을 때, 문을 열고 닫을 때, 몸을 씻을 때, 옷을 입을 때, 음식을 먹을 때 그 온갖 동작을 찬찬히 지켜봅니다. 언제 어디서나 명상이 가능합니다.
동작 명상 가운데 걷기 명상이 대표적입니다. 우선 목표 지점을 정합니다. 어디까지 가서 멈추고 되돌아오겠다는 목표를 세웁니다. 걸음을 떼기 전 '걷겠다.라는 의도를 자각합니다. 발바닥 부분에 주의를 모아 걷습니다.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분명히 알아차립니다. 발바닥이 땅에 딛는 느낌에 주목합니다. '왼발‘ ’오른발' 하며 한 걸음씩 딛습니다.
조금 천천히 걸으면 한 걸음이 들어 올림(듦)과 내려놓음(놓음)으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점점 더 느리게 걸으면 들어 올림(듦)-내밂(밈)~내려놓음(놓음)의 세 단계로 보입니다. 왼발과 오른발이 교차할 때, 한 걸음을 채 딛기 전에 다른 발이 들어 올려짐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습관적으로 만사를 서두르며, 한 동작이 끝나기도 전에 다음 동작으로 옮겨 가는 방식에 익숙해져 있음을 알아차리게 됩니다. 이것을 알아차리면 보폭을 더욱 줄이고 한 발과 다음 발 사이에 틈새를 놓을 수 있습니다. 그러려면 다른 발로 옮겨 가기 전에 잠시 멈추어 지켜본 후 다음 발을 들어올리기 시작합니다.
서두를 필요가 없습니다. 이렇게 하는 목적은 지금 이 순간을 자각하는 능력을 키우기 위한 것입니다. 중간에 잡념이 끼어들면 알아차린 순간 잠시 걸음을 멈춥니다. 잡념을 잠깐 바라봐 주고 다시 ‘걷겠다’는 의도와 함께 걷습니다. 무리를 하지 않는 게 중요하고 지루하지 않아야 합니다. 평소 보지 못했던 경험을 신기해하며 천천히 걸음을 떼 놓습니다. 세 단계보다 더 세밀한 관찰의 경우, 지도가 필요합니다.
일상에서 호흡과 함께 하는 걷기 명상도 있습니다. 두 걸음마다. 들이쉬고 두 걸음에 내쉽니다. 자연스러운 보행을 하면서 호흡을 느끼고 걸음을 느낍니다. 이것은 낮은 집중으로도 할 수 있는 쉬운 방법입니다. 호흡과 걸음이 하나 되면 걸음이 안정되고 마음도 안정됩니다.
최훈동님의 ‘내 마음을 안아 주는 명상 연습(2019년)’에서 발췌했다.
저자는 서울대학교 의대를 졸업하고 정신과 의사로 일하고 있다. 불교의 선과 정신치료를 연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