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스리랑카 최초의 비구니 쿠수마스님 (Bhikkhunī Kolonnawe Kusuma) – 글: 유정스님

전국비구니회 교육국장 유정

지난 9월 12일 한국시간으로 오전11시~12시 반, ZOOM으로 쿠수마스님의 추모법회가 열렸다. 전 세계 110여 명이 일제히 참석하여, 8월 29일 입적한 쿠수마스님을 기억하고 극락왕생을 발원한 이 기도는 샤카디타 인터내셔널 세계불교여성대회의 초대회장을 역임한 카르마 렉셰 쏘모(Karma Leckshe Tsomo) 스님의 주도하에 샤카디타 코리아의 공동대표인 조은수 교수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샤카디타 인터내셔널 회장을 역임한 제쭌마 텐진 빠모(Jetsunma Tenzin Palmo) 스님, 카르마 렉셰 쏘모 스님, 크리스티 장을 비롯해 현회장인 샤론 서까지 세계여성불교대회 주요멤버들이 거의 모두 참석한 셈이다.

쿠수마 비구니 추모법회 영상 캡처

세계 곳곳의 샤카디타 멤버가 모여 한마음으로 추모한 쿠수마 스님은 누구인가?

스님은 천백여 년 동안이나 끊어졌던 스리랑카 비구니 계맥을 현대에 다시 이은 최초의 비구니이다. 67세에 비구니계를 수계받았고, 92세에 입적했다.

쿠수마 스님의 모습

1996년 사르나트에서 수계 당시의 모습

쿠수마 구나워데니(Kusuma Gunawardene)는 1929년 10월생으로 신심 깊은 교육자 집안에서 태어났다. 스님은 콜롬보에 있는 대학 아난다 발리카 비디야라야(Ananda Balika Vidyalaya, 아난다 여자대학교)에서 화학, 생물학, 빠알리어를 6년간 배웠다. 졸업과 동시에 콜롬보 왕립대학 초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쳤다. 마힌다 칼리지의 교사와 결혼했고, 결혼생활을 하는 동안 스님들의 신심 깊은 후원자가 되었고, 명상 등의 불교 활동을 해왔다. 1969년, 미국 국립과학재단과 아시아재단의 후원으로 인디애나주 볼스테이트 대학에서 분자생물학을 공부하면서, “우리는 왜 태어났을까? 우리는 왜 모두 죽어야 하는가?” 등의 근본문제를 해결하고자, 스리랑카로 돌아와 누게고다(Nugegoda)에 있는 스리자야워드나푸라 대학(Sri Jayewardenepura University)의 불교학과에서 공부했다. 그때 그녀는 『테리가타; 장로니게』 문헌을 조사하기 시작했고, 초기불교 비구니들의 오도송에 큰 감명을 받았다.

- 실마타 운동(the Dasasil Matha Movement)에 관한 연구를 하다

하지만, 쿠수마는 올라보두와에 있는 아야 케마 명상센터에서, 천년 전에 스리랑카에서 비구니들이 사라지면서 비구니 계맥이 끊어졌고, 겨우 십계를 지키는 여성출가자(dasa-sil-māta; 실마타)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당황했다. 실마타는 구족계를 받을 수 없고, 발우, 가사와 승가의 공양을 받거나 승가의 재산을 지니거나 율(律, vinaya)도 지니지 못하고 있었다.

그즈음 독일인 실마타 아야 케마와 친구가 된 스님은, 오늘날 실마타들에 관심을 갖고, 아야 케마의 도움으로 이들의 삶에 대한 조사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실마타들의 생활환경을 비구들과 비교했을 때 그 삶의 형태에 크게 차이가 있으며, 사회경제적 격차뿐만 아니라 남성이 지배하는 승가제도에서 주변부에 머물면서, 비구들이 누리는 존경과 인정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을 알았다. 이 내용으로, 1987년 스리랑카에서 실마타 운동(the Dasasil Matha Movement)에 관한 박사학위*를 받았다.

쿠스마스님은 부처님 당시의 아라한 비구니들은 ‘운이 좋은 사람들’이며, 그들이 승가에 입성함으로써 출가 전의 ‘배우지 못함’과 ‘압박’받는 상황에서 벗어나 사회적 돌파구를 달성했다고 설명하였다. 따라서 붓다께서 비구니수계를 결정한 것은 불교가 여성의 평등과 권리를 인정한 것과 관련이 있음을 입증한다고 논평했다.

- 1996년 현대 스리랑카 최초의 비구니가 되다

쿠수마는 11세기 이후 끊어졌던 스리랑카 비구니 역사 이후, 1996년 인도 사르나트에서 있었던 국제 비구니 수계식에서, 최초로 테라바다 비구니 수계를 받았다. 그때 스님의 나이는 67세였다.
당시 이 수계식을 주도한 세계불자승가회(World Buddist Sangha council: WBSC) 사무총장 위뿔라사라(Mapalagama Wipulasara) 비구스님은 쿠수마에게 비구니 수계식에 사용될 율장에 관한 조사를 위해서 쿠수마스님에게 한국의 보명사(서울 관악구 소재, 주지 상원스님)에 가도록 지시했다. 당시 비구니율장의 학자로서 평신도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던 쿠수마는 1995년 보명사에 3개월여 머물면서 한국의 『사분율』전통과 빠알리율(테라바다 전통)의 내용이 거의 동일하고, 의식절차도 붓다가 계셨던 시대에 봉행된 것과 같다는 것을 발견하고, 이부승수계식이 유효할 것이라는 데에 동의했다.

5세기 중국에 이부승에 의한 비구니계맥이 이어진 것은 스리랑카 비구니들의 도움이 있었다. 아쇼카대왕의 딸 상가미따 장로니(Saṇghamittā Therī)에 의해 스리랑카 비구니계맥이 형성되었고, 그들 중에 일부가 중국으로 건너가서 이부승수계가 가능하도록 도왔다. 그렇게 형성된 비구니계맥은 한국을 비롯해 동아시아에 퍼졌고, 이제 다시 한국 승가에 이어져온 비구니계에서 의지하는 『사분율』에 의지하여 스리랑카의 현대 비구니계맥을 잇게 된 것이다.

1996년 인도 사르나트에서 국제 비구니 수계식이 봉행될 수 있었던 것은, 이미 1987년 2월에 창립한 세계여성불자대회(Sakyadihta, International Association of Buddhist Women)와 깊은 관련이 있다. 샤캬디타(세계여성불자대회)의 설립 취지는 ①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함으로써 세계 평화를 증진하고, ② 전 세계적인 여성 불자들의 의사교환 조직망을 창출하며, ③ 다양한 불교 전통에 대해 화합과 이해를 증진하고, ④ 불법을 지도하는 스승으로서 여성을 교육시키는데 격려하며, ⑤ 여성이 연구하고 수행하는 시설을 개선하는 데 이바지하고, ⑥ 현재 비구니 승단이 없는 곳에 비구니 승단이 설립되도록 돕는다, 로 되어 있다.

이후 제2차 태국대회, 제3차 스리랑카 대회에서 한국의 전국비구니회장스님이 참석하여 비구니계맥을 이어야 하는 당위성을 강조했고, 샤카디타의 이런 노력은 세계불교승가회의 1995년 말레이시아 대회에서 구체화되었던 것이다.

마침내 1996년 12월 8일 한국승가의 도움으로 국제비구니수계식이 봉행되었고, 스리랑카에서 엄선된 10명의 실마타스님들이 구족계를 받았다. 그 준비과정에서 쿠수마스님은 보명사 상원스님으로 음양으로 도움받은 것을 잊지 않았다.

수계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스리랑카의 비구승들과 재가불자들의 반대가 극심하였지만, 그 당위성을 피력하며 위뿔라사 스님을 일으켜 세운 것도 쿠수마스님과 스리랑카 샤카디타 회원 란자니 드 실바 여사이다.

쿠수마스님은 수계식을 통해서 스리랑카의 ‘모든 여성’이 이득을 볼 것이라고 주장했고, 이후 1998년 인도 보드가야에서 봉행된 제2차 국제비구니구족계 수계산림에서도 스리랑카 실마타들을 위한 안내자 역할을 했다. 1998년 인도 보드가야에서 봉행된 제2차 국제 비구니수계식에, 당시 전국비구니회장이었던 광우스님이 존증아사리 자격으로 참여했다.

이후, 스리랑카 비구니계에서 1996년에 수계한 사르나트 계맥과 1998년의 담불라 계맥은 초기 긴밀한 협력에도 불구하고, 테라바다 여성들을 위한 최초의 비구니가 누구인가를 놓고 내부 논쟁이 이 두 집단 간의 담론으로 지배하면서, 곧 관계가 소원해졌고, 이는 스리랑카 비구계의 움직임과도 깊은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대한 쿠수마스님의 견해는, 비록 대승을 따르는 한국승가에서 비구니계를 받았지만 한국승려들이 구족계를 이어온 것은 테라바다 전통을 잇는, 즉 성문계인 『사분율』전통에 의한 것으로, 자신은 분명이 테라바다 전통을 잇는 비구니라는 점을 분명하게 하고 있다. 이는 붓다 시대에 시작된 수계는 상가미따를 통해 왔고, 중국을 거쳐 여기에 왔으므로, 수계과정은 동일한 이부승이며, 자신들이 받은 것은 그것뿐임을 강조한다. 스리랑카에 빠알리 전통이 있지만, (조상들이 어느 순간에) 수계를 포기했고, 자신들이 현대에 와서 그들로부터 수계를 받아서 빠알리 전통을 이어가게 된 것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이렇게, 쿠수마는 상가미따가 세운 스리랑카 본래의 비구니 계맥과의 연속성을 강조하여왔다. 현재, 스리랑카에는 천 명이상의 비구니가 수계를 받았으며, 이들을 통해 주변의 태국, 방글라데쉬, 미얀마를 비롯한 동남아시아권과 서양의 여성출가자들이 테라바다 전통의 비구니계를 수계하고 수행정진하고 있다. 이로써 쿠수마스님은 현대 비구니승가의 가교역할을 해온 셈이다.

에필로그 : 2021년 9월 5일 쿠스마스님 입적1주일 추모 zoom 영상

 

* “다사실(실마타): 스리랑카 여성불교 종교운동에 관한 연구: 역사적 선례의 개요; The Dasasil Nun: A Study of Women’s Buddhist Religious Movements in Sri Lanka with an Outline of its Historical Anteced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