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김은희
가을의 문턱에 들어서는 화창한 9월의 오후, 덕수궁은 바깥의 자동차 소리에 빗겨나 고즈넉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아마도 많은 서울 사람들의 인생에서 여러 번 등장했을 덕수궁. 중고교 때에는 친구들과 단체 관람을 갔었고, 20대에는 젊음을 만끽했으며, 젊은 엄마 시절에는 아이들과 씨름했던 덕수궁이다. 시원하게 물을 뿜는 분수도, 분수대 앞의 등나무 그늘도 그대로였다. 아주 오래전에 보았던 자격루 모형은 어디로 갔을까? 석조전을 고종황제 때 모습으로 복원해서 공개하고 있었는데 코로나 상황 때문에 온라인 예약을 한 사람만 관람할 수 있단다. 아쉽지만 다음 기회에…….
석조전 옆 국립현대미술관(덕수궁)에서 2021년 7월 8일부터 2021년 10월 10일까지 ‘DNA: 한국미술 어제와 오늘’이라는 전시회가 열렸다. 이번 전시는 우리나라 문화재와 근현대 미술품을 한자리에서 비교·감상하여, 동시대 안에서 생동하는 과거와 현재의 한국미를 총체적으로 조감하기 위해 기획되었다고 한다.
전시는 19세기까지의 미술과 20세기 미술의 관계성을 '성스럽고 숭고하다(성聖)', '맑고 바르며 우아하다 (아雅)', '대중적이고 통속적이다(속俗)', '조화로움으로 통일에 이르다(화和)'라는 네 가지 키워드로 분류되어, 전통적인 불교 미술(불화, 조각), 도자기, 문인화, 산수화, 풍속화의 영향을 보여주고 있다.
전시에서는 박물관에서 가져 온 문화재와 거기에서 영향을 받은 근현대 미술품을 함께 배치하여 전통으로부터의 영향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근대 이후 서구화의 물결 속에서도 우리나라 예술가들이 전통을 지키고 재창조하려 했던 많은 노력들을 이 전시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석굴암을 시작으로 많은 불상, 불경, 지옥도 등 불교 문화재에 영향을 받은 근현대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
미래에도 유구한 우리 역사속의 문화재가 ‘박물관 속의 유물’이라는 박제된 존재로 기억되기보다는 사람들 사이에서 늘 향유되는 ‘미술’로 인식되면 좋겠다. 현대인들이 전통미술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이를 창작의 원천으로 삼을 때 우리나라 미술은 그 내용이 더 풍부해지며 ‘한국인의 정체성’도 공고해질 것이다. 또한 부처님의 가르침이 ‘불교’라는 틀을 벗어나 미술의 영역으로 들어감으로써 그 가르침은 더욱 넓게 퍼질 것이다.
사진으로 소개하는 작품들은 주로 불교 관련 작품들로 선정했다.
서도호, 카르마<Karma>, 2009년, 영등포 타임스퀘어(이번 전시를 위해 원형틀을 이용하여 특별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