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끝자락에 하와이 호놀룰루 무량사에 다녀와서 – 글: 정형은

글/사진: 정형은(샤카디타 코리아 운영위원장)

하와이는 8개의 섬으로 이뤄졌다. 그 중에서 오아후(O’ahu) 섬의 중심지 호놀룰루에서 차로 약 20분 거리에 있는 팔롤로(Palolo)의 조용한 주택지 언덕길을 오르다 보니 갑자기 눈에 익은 건물이 나타났다. 한국 사찰 그대로의 모습, 무량사다! 한국을 떠나 외국에 나가면 괜한 애국심이 발동하고, 고국을 연상시키는 무엇인가를 발견하면 갑자기 흥분하게 된다. 얼마나 반갑던지!

방문 전에 도현 주지스님께 전화를 드려서 2시에 만나뵙기로 하고 조금 일찍 도착했다. 사찰 곳곳을 둘러보며 사진을 찍었다. 일주문, 대웅전, 명부전, 1,080불, 범종각, 미륵보살반가사유상을 본 딴 미륵보살상, 설법전, 템플스테이관 그리고 장독대까지 있었다! 무량사는 명실상부한 한국 사찰다운 면모를 지니고 있다. 한 가지 다른 점이라면 야자수와 이름을 알 수 없는 태평양에서 자라는 열대 식물들과 온갖 새들, 파란 하늘과 새하얀 구름이 마치 극락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주지스님께서는 채마밭 정비에 분주하셨다. 선 채로 삼배를 올리는데 스님께서도 몸을 낮추어 함께 삼배를 하시는 모습에 사뭇 놀랐다. 향기로운 차를 대접받으며 스님의 말씀을 들었다. 무량사는 1980년에 건물의 주춧돌이 올라가기 시작했고 스님은 그곳에서 24년째 한인과 하와이 주민들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고 계신다고 한다. 이민 온 한인들의 힘든 마음도 어루만져 주시고 각종 생활의 도움도 주신다. 정신과 의사에게서는 도무지 치료가 되지 않던 사람이 절에 와서 비로소 마음의 안정을 찾았던 일화도 말씀해 주셨다. 명상에 관심이 있는 다수의 한인, 서양인 등 지역 주민이 꾸준히 모이고 점점 숫자가 늘어 지금은 참여자가 백 명을 훌쩍 넘겼다고 한다. 코로나 이전에는 동안거와 하안거 때 스님들이 오셔서 수행하고 가시기도 하고, 일반인들의 개인별 혹은 그룹별 템플스테이도 인기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팬데믹 시기라 스님께서 직원 분 및 봉사자 몇 분과 도량을 가꾸고 계시다고 했다.

스님께서는 지역의 한인 어르신들을 위한 장기요양 시설인 초이정 팔로로한인요양원(Palolo Choi-Jung Korean Care Home)을 만들었고 앞으로 더욱 규모를 넓힐 계획이다. 이 밖에 하와이싯다르타대학(Hawaii Siddhartha Collage)을 운영하며 불자 및 불교에 관심이 있는 분들을 위한 포교에 여념이 없으시다. 스님께서는 이 곳 기독교인 가운데 꾸준히 무량사에 와서 봉사도 하고 열심히 행사에 참여하시는 분도 있다고 알려주셨다. 스님의 종교간 화합과 열린 자세를 보고 불교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스님께서는 하와이에 머무르는 동안 봉사활동을 하거나 명상을 하고자 하는 분들은 무량사를 찾아와도 된다고 하셨다. 팬데믹으로 요즘은 비자 발급 사정이 어떤지 모르겠으나 종교비자를 받아서 오면 2년간 체류가 가능하다는 말씀도 하셨다.

스님께서 별도의 인터뷰나 사진 촬영을 불편해 하셔서 차담을 하면서 편하게 들은 이야기들을 기억에 의존해 적어보았다. 역시 기억력은 나의 강점이 아닌 듯하다.

팬데믹 중에도 이러한 기회와 인연이 만들어졌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시간을 내어 주신 무량사 주지 도현스님께 두 손 모아 감사를 올린다. 내게 무량사는 언제라도 다시 찾고 싶은 절이다!

*무량사 블로그: https://muryangsatemple.com/
*무량사 웹사이트: http://hawaiimuryangsa.com/xe/
*무량사 방문 영상(사진/촬영 정형은): https://youtu.be/LlHldo1Tw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