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럽고 미묘하게 온라인 아침 명상을 시작하며 – 글: 선우스님

글: 선우스님

절은 허공의 문이다. 누구든 올 수 있는 곳, 이곳 절은 잘난 척할 필요가 없는 곳이다. 잘 보이고 싶어서 긴장할 필요가 없는 곳, 그래서 다치고 옹이진 마음을 그냥 풀어놓을 수 있는 곳이다. 마음을 있는 그대로 풀어놓고 비추어 보는 것, 그것이 다름 아닌 명상이다. 절에 가면 허공의 문에 들어서면서 자연스럽게 그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이다.

절집 공간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공간은 툇마루이다. 산사의 툇마루는 매력 쩐다. 질감 좋은 나뭇결과 오랫동안 사람의 손길이 닿은 온기와 윤기가 있다. 놀랍게도 대청마루는 트임과 소통의 공간이다. 대청마루의 앞쪽은 마당을 향해 열려있고 뒤쪽은 뒷마당으로 창이 오붓하게 나있다. 그리고 각 방의 앞·옆으로는 툇마루가 있다. 툇마루는 여분의 공간이라서 덤으로 얻은 공간이다.

호모 마스쿠스라고 불릴 만큼 마스크를 끼고 살아야하는 우리 시대에, 다가올 다음 세대에 툇마루와 대청마루는 무엇으로 대체되어야 할까? 우리의 일상 아주 가까운 곳에 서로를 연결할 수 있는 대청마루가 있다면, 그리고 우리의 내면에도 이런 널널한 공간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산사의 고즈넉한 에너지에도 기댈 수 없고 기라성 같은 큰스님에게도 의지할 수 없는 시대라면 더욱 강건하게 나로부터 뿌리를 내려야하는 쿨한 시대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그러한 내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명상의 공간, 절에 갈 수 없다면 우리는 더욱 자신의 방을 법당으로 삼아 마음공부의 길을 만들어 나가야한다. 나의 얽힌 매듭을 누군가 풀어줄 수 없다면 내 스스로가 아침을 여는 주인공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매듭을 풀어내야한다. 이번 3월 온라인 아침명상에는 러시아와 미국 캔자스에서도 접속해왔다. 자신의 방에서 온라인으로 연결되어 명상을 함께 하는 시간과 공간은 매우 의미 있는 시대적 과제라고 생각된다.

이제 명상은 우리의 삶의 일부가 되어야 하고 실제로 자신을 치유하고 내면의 힘을 키워낼 수 있어야 한다. 이번에 기획한 아침명상코스는 관찰자모드로의 전환에 포커스를 맞추었다. 자신의 방을 법당으로, 지식이 아닌 지혜로, 관념이 아닌 체험으로 함께 나눌 수 있는 나만의 명상코스를 함께 만들어 가보자.

온라인 명상을 통하여 내 마음에 툇마루 하나 내어보는 건 어떨까?
그리고 툇마루가 연결된 대청마루에서 만나는 걸로.
그 널널한 마루에 앉아서 오붓하게 담소를 나누는 걸로.
See you again onl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