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차 샤카디타 세계대회] 운영위원 및 자원봉사자 후기모음 #2

샤카디타 행사 후기 - 글: 정권식 셰프(공양총괄 조리장)

안녕하세요. 제18차 샤카디타 세계대회의 공양팀 총괄조리장을 맡은 정권식 셰프입니다.

세계여성불교협회 31개국이 참가한 행사에서 3,000여명의 회원의 공양을 맡은 책임자로서 대규모 행사에 대한 설레임과 성공적인 공양이 되도록 준비해야 하는 심리적인 부담감이 있었습니다. 천년 고찰 봉은사 주차장 야외에서 진행하는 공양은 참 어려운 부분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경험 많은 자원 봉사자분들의 지원과 전문 조리사 출신 12명의 셰프가 한마음 한뜻으로 뭉쳤기에 가능했습니다.

45년의 조리사 과정 중에 뜻 깊은 샤카디타 행사 공양의 총괄 조리장으로 임명받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세계 요리에 많은 도전을 해온 저로서도 처음 도전해 보는 한국 전통불교식 공양 준비라서 조리법을 전통방식에 맞추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 핵심은 바로 오신채를 사용하지 않고 음식을 조리하는 것이었습니다. 오직 식재료 본연의 맛과 영양을 최대한 살려내며, 최소한의 양념으로 음식의 맛을 이끌어 내야 하는 부분은 저에게 새로운 도전이며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앞으로 우리의 사찰음식이 세계적인 K푸드로 발전하여 널리 알려지길 바랍니다.

이번 행사를 위해 애쓰신 전국비구니회의 모든 스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리며 또한 공양팀 봉사자님들께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샤카디타 행사 후기 - 글: 전해준(봉은사 총무팀장)

붓다의 딸들, 봉은사를 품어 안다.
천년고찰 봉은사, 샤카디타와 함께하다.

역대 최대규모의 동참인원으로 행사 준비와 진행, 마무리까지 만만치 않았던 샤카디타 세계대회!

행사 종료 이후 드는 소회는 한마디로 “대단했다!” “모두 함께가 아니었으면 힘들었을 행사”였다.

5월에 있을 부처님오신날 행사준비로 한창이던 3월, 전국비구니회 스님들께서 봉은사를 방문, 행사 협조를 요청하던 날, 그야말로 6월에 예정된 이 행사는 부처님오신날 행사를 한 번 더 치르게 되는 만만치 않을 행사임을 직감하였다. 비구니회 스님들과 관계자분들이야 당연 노심초사 매일매일 준비하고 점검하는 데 정신이 없고 우리 봉은사도 주지스님 이하 소임자 스님들, 종무실장 이하 팀장 10명이 상황을 공유하고 성공적으로 행사를 마무리하도록 최대한 지원을 하기로 마음을 모았다.

시간계획과 현장점검회의 등을 통해 원만한 행사준비에 박차를 가하였지만 막상 행사 시작되는 날부터 마무리하는 날까지 시시각각 발생하는 돌발상황과 역대급 규모로 동참한 붓다의 딸들 덕분에 매시간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다행히 각 처에 배치된 진행요원과 봉사자 덕분에 큰 사고 없이 진행된 부분이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지 지금 생각하면 아찔하기만 하다.

너나 할 것 없이 마음과 정성을 모아 준비한 행사인 만큼, 각국에서 방문한 붓다의 딸들이 그 정성에 감복하고 만족했다는 소식을 들으니 절로 감회가 새롭다.

봉은사만의 행사였다면 정말 힘들었을 것이지만 비구니회장 스님의 열정과 각 소임자 스님, 각 진행요원, 모든 봉사자분들이 일심으로 화합하여 잘 치러낸 역대급 행사가 아닌가 생각된다.

하루 5천명에 대한 공양을 준비하는 것과 마무리하는 것, 이런 일은 아무나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도 눈에 선한 향적원 공양 총괄스님과 요리 등 공양을 준비해주신 셰프님들, 각 처 담당 스님들과 봉사자분들과 봉은사에서 추가로 봉사자로 합류해서 정성을 다해준 신도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이 시절인연을 계기로 한국불교가 더욱 세계화되고 불교중흥의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샤카디타 대회와 함께한 '수행의 미소' - 글: 법공행(문용선), 금륜사

나는 이른 아침 봉은사와 코엑스에서 펼쳐지는 제18차 샤카디타 세계대회에 봉사자로 참여하였다. 이번 행사에서 내가 다니는 금륜사는 설거지를 맡았다. 봉은사 향적원에 도착했을 때, 대회 참여에 대한 설레임도 잠시, 산더미 같이 쌓여있는 식기와 식재료들에 압도당하고 말았다.

하지만 이내 우리 절 금륜사의 본각스님이 대회장이시고, 또한 이번 행사를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하실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다른 사람이 어려워하는 것을 하자는 취지에서 우리가 설거지를 선택했기에 금륜사 도반들은 금세 자기 자리를 찾아 법복이 흠뻑 젖는 줄도 모르고 분주히 움직였다. 그동안 봉사에 단련된 우리 절 도반님들은 최고의 팀웍을 자랑하며 즐겁고 환희롭게 대회 마지막 날까지 설거지 팀으로서 최선을 다할 수 있었다

첫날 점심공양이 끝나고 워크숍 장소인 코엑스 대회장으로 건너가 대회등록 후 전체 프로그램 안내문과 논문 자료집을 받아 보니 다양한 프로그램과 깊이 있는 논문들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이 많은 프로그램 중 과연 내가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무엇이 있을까?

첫날은 진정스님의 「찰나의 명상으로 만든 찰나의 Shorts (Shorts로 표현하는 붓다의 메시지)」에 참여하였다. 명상 중 떠오른 단어들을 각자 적어 발표하면 이를 영상에 담아 shorts를 만드는 프로그램인데 명상 중 떠오른 단어들이 다양하지만 공통적인 단어는 ‘감사함’, ‘깨어 있음’, ‘행복감’ 등이어서 ‘부처님의 위대한 진리가 모두에게 행복의 미소를 주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참여자들의 행복한 눈빛을 통해서 비록 겉모습은 달라도 속마음은 하나인 ’부처님의 딸‘들임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다른 참석한 도반에게 전해 들은 쏘모스님의 법문에서 “명상이란 자기의 나쁜 기운을 좋은 마음으로 스스로 회향해 내는 과정”이라는 말씀을 듣고 나의 어떤 어려움과 고통도 좋은 기운으로 회향해 내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다시 한 번 마음에 새기는 계기가 되었다

2일차에는 「정명스님께 배우는 지화 만들기」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만행화의 꽃잎 하나하나에 담긴 지극한 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만다라 명상 워크숍-무상을 체험하는 치유의 시간」에는 나의 story telling으로 적극 참여하여 현재의 나의 마음 상태를 확인하는 기회가 되었다

그리고 체험존에서는 「봉은사 단청 칠하기와 만다라 그리기」도 흥미롭게 참여하였고 마지막 문화공연은 진화된 미디어의 힘을 마음껏 누리는 멋진 프로그램이었다. 이번 대회를 위해 다양하고 깊이 있게 프로그램을 준비해 주시고 이를 아낌없이 베풀어 주신 스님들께 다시 한 번 경의를 표한다

세상의 모든 시간은 끊임없이 흘러가고 있다. 하지만 순간순간 깨어있는지. 마음의 근육은 진리의 숲에 물들고 있는지. 마음에 머문 바 없이 행하라는 금강경의 구절처럼… 나를 점검해 본다

이번 대회에 봉사자로 참여하면서 나에겐 어느 때보다도 힘들고 바쁜 시간이었지만 대회장인 본각스님의 국제적인 위상과 높은 덕망을 다시 한 번 느끼는 기회가 되었다. 그리고 평소에 모르고 지내던 나의 참모습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모든 것은 그동안 금륜사에 몸담아 온 것에 대한 부처님의 가피라 생각하고, 참여 프로그램들이 나를 돌아보고 앞으로의 수행 과정에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니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퍼진다.

한국에서의 샤카디타 대회를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마무리 할 수 있도록 열과 성을 다하신 스님들과 도반들께 다시 감사드린다.

샤카디타 세계대회 봉사 후기 - 글: 여련화(사찰숙소, 사찰순례)

동국대 비구니스님 기숙사인 혜광원에서도 공간을 지원해주셨다

20여 년 인연이 이어지는 스님의 도움 요청에 샤카디타 대회 봉사자로 참여하게 되었다. 내가 맡은 임무는 행사기간 동안 조계사, 봉은사, 혜광원, 관문사에서 묵으시는 스님들을 돕는 일이었다.

각 사찰 템플스테이 팀장님과 담당 스님들을 도와 한국을 대표하여 각국 스님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한다. 사찰의 특성상 어려운 지리적 접근성, 외국인으로서 익숙하지 않은 우리나라 문화, 반대로 외국인이 익숙하지 않은 우리, 짧은 기간 쌓인 정을 뒤로하고 재회를 기약하는 등 다양한 일화들이 기억에 남는다.

우리의 입장에서는 배려일 수 있는 것이 외국인에게는 낯섦일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베트남 스님께서는 한국의 달팽이 크림을 선물할 지인이 있다며 사고 싶어 하셨다. 달러를 환전하고 올리브영까지 동행하여 그 크림을 구매하였는데, 가는 길에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속을 내가 가진 우산 속에 함께 하자는 권유도 마다하시고 갓 하나에 의지하시고 가시는 모습이 다소 의아하기도 하였다. 또 다른 한 미얀마 노스님(79세)께서는 익숙하지 않은 에어컨 바람에 발목이 부어올라 대방 밖 복도계단에 앉아서 기도를 하셨다. 아마도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 쉽지 않으셨던 모양이다.

그러나 익숙하지 않은 방식의 배려라 할지라도 마음은 하나로 통한다는 것을 느꼈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문안드리고 질문과 부탁에 최선을 다해 도와드리며 오고간 온정에 서로의 나라와 사는 곳을 이야기하며 마음을 열어갔다. 태국의 한 스님께서는 “땡큐!”를 수없이 말씀하시면서, 내 팔목을 당기시며 “행복과 행운이 너를 감싸줄 것이다.”라는 말과 함께 정성이 담긴 오색실을 직접 채워주심에 봉사란 이래서 하는 것이구나 하는 감동을 느꼈다. 떠나시는 스님의 맞잡은 따뜻한 두 손과 눈에 맺힌 눈물을 통해 국적을 불문하고 감사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건널목을 꽃길처럼 아름답게 - 글: 이병두(공항영접, 건널목 봉사)

“건널목도 없고 차가 많은데 어떻게 건너야 합니까?”

2014년 연말 즈음 미얀마 여행 중 내 질문에 가이드의 대답은 그냥 조심해서 건너가면 된다는 것이었다.

지난 2023년 7월 23일부터 개최된 제18차 샤카디타 한국대회에서 COEX에서 나는 봉은사로 건너가는 건널목에서 참가자들이 교통사고를 당하지 않고 안전하게 건널 수 있도록 교통안전 지도를 했다. 행사 첫날부터 COEX와 봉은사를 건너는 길을 사이로 두고 너무 무질서하게 건너는 모습을 보고 저러다가는 누구든 큰일을 당할 듯싶어서 모두가 무관심하고 아무도 시키지 않은 일을 자청했다.

행사의 목적은 성과에 있지만 그 기본은 안전에 있다. 아무리 좋은 성과를 얻었다 할지라도 안전하지 못해서 사고를 당한다면 그 행사에 기억되는 것은 사고로 인한 상처뿐이다. 그런데 이 행사에 참가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오신 분들이다. 앞의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건널목에 대한 개념이 기본적으로 한국사람들과 많이 다르고 도시 생활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이라 더욱더 그렇다. 그래서 더욱 건널목에서 교통안전 지도가 필요하고 참가자들이 안전에 주의할 필요가 있었다.

게다가 이 도로를 통행하는 차량이 많은 반면에 신호등의 신호 주기가 유난히도 짧아서 빨리 건너지 않으면 사고를 당할 위험이 있고 차량통행에도 방해를 주어 남에게 폐를 끼칠 수가 있다. 그런데 이번 행사에 건널목을 건너는 많은 수행자들이 안전사고에 무관심했다. 심한 경우는 신호가 거의 끝나가려 하는데도 건너가려고 서두르는 사람들도 많았다. 이를 그대로 두었다가는 불교가 손가락질을 당하고 참가하신 수행자들이 욕을 먹게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건너는 사람들의 안전을 기도하면서 이 일을 하고 있었는데 일부이기는 했지만 개중에는 길을 건너면서 장난을 치는 사람도 있었다. 신호가 곧 바뀌려 하는데도 길 가운데에 서서 나를 사진 찍으려 하지 않나, 빨리 건널 생각은 안 하고 내게 말을 걸려고 하지 않나… 그렇지만 잠시 대신 수고할 테니까 식사하고 오라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불교의 대의(大義)는 도(道)와 도(度)에 있다. 이는 곧 바른 길[正道]를 실천해서 고통의 바다를 건너는[濟度] 일이다. 누구나 일상적으로 길을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바르게 건너는 일에 무관심하여 사고를 당해서 고통을 겪게 되고 남에게 폐를 끼치게 된다면 그는 어리석은 사람이다. 정도(正道)를 지키는 일에 정도(定度)를 벗어나면 안 된다. 도가도 비상도(道可道 非常道), 도로를 도로라 하지만 상식을 벗어나면 도로라 할 수 없다.

주변을 바르게 보아서 제대로 건너간다면 모두가 안전하고 행복해질 수 있다. 건널목도 꽃길처럼 아름다워질 수 있다. 삼척동자인 초등학교 어린이도 아는 일을 수행자 어른들이 몰라서는 절대 안 된다. 도로(道路) 아미타불!!

무념 이병두 합장

샤카디타 세계대회 자원봉사 후기 - 글: 김계숙(문화분과, 사찰순례)

저는 결혼 이후, 언어와 생활 습관이 다른 낯선 곳에서 긴 시간 동안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살아 왔습니다. 어느 순간 따뜻한 미소로 용기를 내도록 이끌어 주신 분부터, 본인의 자식을 대하는 듯 여러 면에서 저의 어려움을 보살펴 주신 분까지, 저의 삶은 그분들의 바다 같은 마음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흘러올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제가 받은 마음을 그 분들에게 다시 돌려 드리기는 여건상 쉽지 않은데, 마침 샤카디타 세계대회를 통해 조금이라도 마음을 낼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기뻤습니다.

그 언제가의 저처럼 낯선 곳에서의 어색함, 망설임 등 마음의 불편함을 느끼는 외국 분들이나 우리나라의 연배가 위이신 분들에게, 저의 활동을 통해 샤카디타 대회의 하나의 작은 기억을 스스로 만들 수 있게 해 드렸다고 생각합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팔모등을 만들며, 손끝에 마음을 실어 집중하고, 덕분에 잡념에서 멀어져 가벼워진 마음에 작은 성취감의 기쁨이 자리 잡았다는 사실이, 제게는 돈 주고 살 수 없었던 체험이었습니다.

코엑스와 백담사에서 많은 분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시는 모습을 보며, 이 또한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실행하는 영산회상, 영산정토이며, 또 언제 이런 기회에 참여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저 감사한 마음 가득입니다.

샤캬디타 세계대회를 끝내고 - 글: 김은희(문화분과, 사찰순례위원장)

6월26일 오후, 코엑스 1층

6월24일부터 코엑스 1층에서 진행되었던 문화행사와 전시, 체험 활동이 모두 끝았다. 27일 까지 진행되는 다른 행사와 달리 1층 행사는 조금 일찍 끝났다.

서서히 비워져 가는 전시실을 보고 남아 있는 물품들을 정리하며 안도감과 만족감을 느꼈다.

문화분과팀에 합류하면서 개인적인 바람이 있었다. 최근 비구니승가가 형성되고 있는 나라들에게 한국비구니승가의 역사를 알려서 어려운 시절을 견디어 현재의 한국 비구니승가가 있듯이 그분들에게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한국비구니스님의 옛 사진 전시’를 기획했다. 빛바랜 흑백 사진 속에서도 또렷이 풍기는 그 기운을 외국인들과 현대 한국인들이 느끼기를 바랬다. 또한 한국 전통불교문화와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현대의 불교문화를 외국인들에게 소개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각종 전시관람과 체험활동을 좋아하던 사람이다. 그러나 기획에 참여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아마도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이다. 점점 비워져 가는 전시장을 보면서 나의 소망이 어느 정도 이루어졌다는 생각을 했다.

김계숙(왼), 김은희 자매의 역할이 빛났다

6월30일 금 새벽 3시30분, 백담사

옆에 자던 사람들은 새벽예불 나가고 나는 남아 게으름을 피우며 오늘 일어날 일을 상상하고 있었다. 이제 이 방에서 나가면 400명분의 주먹밥을 만들어야 하는 대소동의 한복판에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게으름을 피우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드디어 1주일에 걸친 사카디타 세계대회의 마지막 날, 오늘만 무사히 보내면 집에 가서 소파에 누워 TV를 볼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면서 지난 일주일을 되새겼다. 수많은 회의를 거치면서 계속 바뀌던 사찰 순례 계획, 그렇게 계획을 만들었는데 계획대로 된 것은 거의 없었다.

28일 코엑스에서 떠나는 시간이 지체되었고, 그래서 백담사 도착 시간이 지연될 것이라는 예상과는 반대로 두 시간이나 일찍 도착해서 선발팀을 당황시켰다. 또 아침 공양 시간이 7시 인데 6시40분부터 공양을 하고 있었고, 숲속 걷기는 9시부터 인데 7시 30부터 걷고 있었다.

그나마 시간이 정확히 지켜진 것은 영진 스님 법문 뿐…

서울 코엑스 도착 예상 시각이 오후 4시인데 3시에 도착해서 나는 4시에 벌써 집에 도착했다. 정말로 계획대로 되는 것이 거의 없었다. 아마도 유동적인 날씨 때문에 참가자들이 알아서 한국의 사찰을 즐기고 있었던 것 같다. 아마도 나는 계획을 세울 때 참가자들의 적응력을 과소평가하고 있었나 보다.

계획이 뭐가 중요할까! 참가자들이 행복해 했으면 만사가 형통이다.

참가자들의 행복한 표정만이 나의 모든 힘듦을 해소시킨다.

비 오는 산사에서 마루에 앉아 처마 끝으로 떨어지는 빗물을 바라보던 많은 이들의 충만한 표정이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

7월 둘째 주, 집에서

집에서 편안한 자세로 유튜브로 간간히 올라오는 사카디타 세계대회의 영상을 보고 있다.

‘영상을 올려 주신 효석스님 감사합니다!’

같은 코엑스 건물에 있었는데 1층에 있던 분들, 2층에 있던 분들의 경험이 너무 다르다. 유튜브 영상의 대부분은 내가 경험하지 못한 것들이다. 심지어 함께 있었던 백담사의 영상도 생소한 것들이 많다.

새삼 부처님의 말씀 중 ‘시각장애인들이 묘사하는 코끼리 이야기’가 떠오른다. 한 사람이 코끼리의 모든 면을 알지 못했지만 그 경험을 모두 합치면 코끼리가 완성되는 것처럼 사캬디타 세계대회도 모든 사람들의 경험이 합쳐져서 완성되는 것이라고 새삼 깨닫는다. 비록 나의 경험은 영상으로 남지 못해도 그 만족감은 오롯이 나의 것으로 남아 있으며 이 거대한 ‘코끼리’의 일부분을 채웠다는 것에 자부심과 행복감을 느낀다.

18차 샤카디타세계대회를 마치고 - 글: 이영희(부추진위원장, 학술부)

2023년 상반기 내내, 대회 준비와는 다른 일을 하고 있어도 마음엔 돌 하나가 얹혀 있는 듯 압박감이 심했다. 물론 공동대표이신 본각스님과 조은수 교수님이 느꼈을 심적 부담과는 비교가 되지 않겠지만 항상 마음에서 떠나지 않았다. 이제 6월이 되자 시험을 앞둔 수험생처럼 ‘이번 대회만 지나면 자유롭고 한가한 마음으로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해야지.’ 하고 부담감을 달래기도 하고 동시에 ‘이제 그냥 부딪혀보는 수밖에 없어.’라고 절박함을 느끼기도 했다.

그 많은 사람들의 대회 준비와 수고, 열정을 바탕 삼아 대회는 대과 없이 그리고 우려하던 안전사고 하나 없이 정말 ‘부처님의 가피’로 잘 진행되었고 세계 불자여성들과 교류와 감동을 함께하며 ‘원만회향’ 되었다. 다른 어떤 말보다 이런 상투적인 표현이 성공적으로 대회를 치른 데 대한 감사함과 안도감을 가장 잘 나타내 주는 말이 아닐까? 돌이켜 생각해 보아도 감사하고 놀라울 따름이다. 정말 6월 22일 입국부터 30일 포스트 투어까지 매 순간 생각 이상으로 잘 넘어갔고 성과를 거둔 것 같아 감사하는 마음뿐이다. 그리고 ‘부처님 일(佛事)은 혼자서는 못한다’는 깨달음도 큰 가르침으로 남는다. 많고도 다양한 사람들이 각각의 능력과 재능으로 자발적으로 참여해서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며 한 마음으로 큰 그림을 채워나가는 대회의 모습은 감동이었다. 꿈 같은 일이 2023년 6월 말에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진 거다. 그리고 전무후무할 백담사 하안거 중의 선원 개방은 큰 이야기거리로 남을 것 같다. 쉽게 범접하지 못할 치열한 구도의 공간에 들어왔다는 경외감에 선방 문고리를 잡고서 서로 사진을 찍어주던 일은 재밌고도 귀한 추억이 될 것 같다.

대회를 치룬 일이 벌써 꿈 속의 꿈 같기도 하지만 이제 다시 냉철한 눈으로 대회를 복기하며 아쉬운 점을 찾아 더욱 발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때이다. 그런데 아직은 꿈에서 깨고 싶지 않은 마음이다. 아직은 백담사 계곡의 탕탕한 물소리에 귀 기울이고 코엑스 개막식과 문화공연의 감동을 계속 간직하고 싶기만 하다.

소감 사진: 조성미(자원봉사자)

소감 영상: 안창해(자원봉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