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지는 샤카디타 대회의 인연 - 글: 유정스님(샤카디타 코리아 운영위원, 전국비구니회 교육국장)
지난 제16차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샤카디타 세계대회에 처음 참석했던 내게, 이번 제18차 서울대회를 준비하는 입장이 된 것은 무척이나 즐겁고 신나는 일이었다. 학술부의 일원으로서 대회책자가 나오기까지 자잘한 일을 도우면서부터 시작된 준비과정의 일환으로, 한국의 근대 비구니승가 역사가 담긴 전통 가사에서부터 각국의 스님들이 가져온 의발을 받아서 전시하는 일도 있었다.
한국 비구니스님의 승복은 물론 미얀마 틸라신 스님의 승복, 베트남의 테라바다 전통의 승복, 태국 매치 스님들의 승복, 일본과 네팔, 대만 스님들의 승복 및 중국전통을 따르는 말레이시아 비구니 스님의 승복, 그리고 몽골의 불교의식용 악기, 인도 히말라야 산맥에 거주하는 티베트불교 스님들의 승복과 의료기기 등을 전시하는 일은 시간이 부족함에도 뿌듯함을 안겨주었다. 의발 전시에 출가자뿐만 아니라 재자가들도 많은 관심을 보였는데, 그 앞에는 다양한 체험들을 하는 이들로 몹시 붐볐다.
전시 이틀째 되던 날, 의발 전시를 점검하던 내게 아주 귀여운 외국 부인이 나타나서 자신의 스마트폰에 있는 사진 한 장을 보여주었다. 사진은 스케치한 그림을 찍은 것이었는데, 왼쪽에는 나의 뒷모습이 보였고 오른쪽에는 도반 스님이 어깨를 활짝 펴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있는 장면이 그려져 있었다. 그 부인은 2019년 호주에서 열린 샤카디타 대회에서 나와 도반 스님 둘이서 대회장 주변의 자연을 만끽하고 있는 장면이 너무 좋아서 뒤에서 사진을 찍고, 그걸 다시 스케치를 했고, 이번 대회에 그걸 들고 남편과 함께 찾은 것이라고 했다. 참고로 같이 사진을 찍은 스님은 현재 선방에서 정진 중이다.
아쉽게도 나는 그날 체험 중인 부부의 사진을 급히 찍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긴 했지만 연락처도 얻지 못하고, 너무 바쁘다는 핑계로 그 자리를 벗어났다. 이제 생각하니 참 아쉽고 미안하다. 이렇게 몇 년을 기다려 온 이 부부의 마음을 모른 채 내가 얼마나 피상적으로 그분들을 대했는지에 대한 미안함과, 스케치를 하고 그걸 잘 말아서 가져온 부부에게 고마운 마음을 제대로 전하지 못한 아쉬움이 크기에, 다시 다음 대회를 기약해 본다. 이렇게 샤카디타 대회에서 만난 불연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다행히 이 소식을 듣고 김한울님이 부부의 이름과 이멜 주소를 알려주었다.)
이 모든 것이 감사한 일이다.
태국, 미얀마, 중국, 방글라데시의 테라바다 스님들, 한국의 대승불교 스님들, 인도, 몽골, 부탄, 이탈리아, 일본 등 금강승의 스님들까지 골고루 80여 명이 어울려 대방에서 이틀간 아주 평화롭게 잠을 잔 룸메이트들의 기념사진입니다. 함께한 모든 이들이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한 수행의 시간이었음을 모두 기억할 것입니다.
18차 샤카디타를 하고 나서 - 글: 혜성스님(다도)
나는 2004년 샤카디타 대회에서도 소임을 맡았지만 이번 대회와 비교해 보면 그때는 대충 했다고 할 수밖에 없겠다. 인원도 많지 않았지만 그때는 가족 같은 분위기였다면 이번 샤카디타 대회는 거대한 세계 행사였다라고 하겠다. 차명상과 찻자리 체험을 하고 나니 아쉬운 점이 많다.
차명상은 장소가 그렇게 큰 줄 몰라 돗자리니 방석이니 명상잔. 찻상 등을 미처 챙기지 못하고 시간이 다 되어서야 챙긴 점, 육법공양 때는 좀 더 젊은 스님들이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는데 이는 나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스님들의 지적사항이기도 했다. 생각은 다 같은 것 같다.
꽃꽂이를 하면서 다른 스님의 제지로 못할 뻔했던 점, 불기를 두 번 세 번 신청하기도 하고 등살은 많은 돈을 들여서 샀지만 결국은 만들어진 작은 등으로 행사를 진행하였고 찻자리 체험에는 자리가 많지 않아 한국스님들 위주로 되었을 때는 속상하기도 하였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많은 외국 스님들에게 한국불교문화를 보여주었다는 점에 만족하며 아쉬움을 달래 본다.
스님들이 이번 기회로 복합문화인 차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어떤 스님이 며칠 동안 많은 스님들을 뵙고 나니 이제 1년은 거뜬히 살 수 있겠다는 말씀에 공감하면서 문화행사를 통한 스님들의 결속도 해야 된다는 생각으로 나의 행복도도 높아졌음을 말하고 싶다
히말라야 스님들이 바다를 만났다 - 글: 효석스님(영상 촬영, 전국비구니회)
히말라야에서 온 스님들은 산도 좋아하지만 물도 좋아하는 것 같았다. 바다와 계곡을 자주 볼 수 있는 나라에 살고 있는 나도 물을 보면 좋아하기는 하지만 신발과 양말을 벗어던지고 물로 뛰어드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런데, 히말라야에서 온 스님들은 물을 보자마자 신발과 양말을 다 벗어던지고 물로 뛰어들었다. 어린아이처럼 소리를 지르며 바닷물에 옷이 젖어도 마냥 즐거워했다. 그 모습이 나는 신기했다. 옆에서 사진을 찍던 올리비에 씨가 말했다. "히말라야 스님들 중에는 바다를 처음 보는 분들이 있어요." ‘아, 그렇구나. 처음 보는 바다와 파도가 히말라야 스님들에게는 신기했구나.’
히말라야 스님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고 우리 모두는 함께 즐겁고 행복했다. 우리가 높은 히말라야 설산을 바라보고 아이처럼 감탄하고 행복해하는 것처럼 히말라야스님들은 바닷가의 모습이 신기했던 것이다. 누군가가 즐거워하고 행복해하는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우리에게 행복을 준다. 우리에게 행복을 나눠준 히말라야스님들께 깊이 감사드린다.
샤카디타 세계대회 후기 - 글: 권건우(통역봉사)
샤카디타 세계대회는 다양한 문화권의 불교인들이 모이는 자리이다. 2023년 서울에서 열린 이번 대회는 "위기의 세상 속에 깨어있기"라는 주제를 다뤘다. 세계 각지에서 온 스님들과 재가자들은 자신들이 겪은 위기와 그 극복 과정을 공유하였다. 환경 문제와 코로나 위기, 그리고 무엇보다도 불교계에 만연한 남녀불평등의 문제를 두고 참가자들은 심도 있게 토론하였다.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의 고통을 해소하고자 하는 마음이 이번 회의 주제의 핵심 정신이었던 만큼, 사람들은 열정적으로, 또 배려심을 가지고 서로를 대하였다.
나는 이 회의에 스텝으로 참여하면서 특히 어느 티베트 스님과 나눈 대화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 우리는 세계적으로 종교인의 수가 감소하는 원인이 무엇인지, 한국의 십우도(十牛圖)와 인도의 십우도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중도(中道)'의 함의가 무엇인지, 그리고 티베트 명상법과 한국불교의 화두 참구 수행법의 유사성을 어떻게 볼 수 있는지에 대해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대화를 하면서 우리는 서로에게 '상식'에 해당하는 지식의 범위가 다르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내가 그의 얘기를 쉽게 따라갈 수 있게끔 차근차근 설명해주었다. 책을 직접 읽으면 직접적으로 논의되는 내용뿐 아니라 드러나지 않은 저자의 성격도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그와 대화를 나누며 그 스님이 가진 포용력의 깊이를 체감할 수 있었다.
세상을 위기로부터 구해내는 일은 결국 그 세상을 이루는 구성원들에게 달린 일일 것이다. 내가 대화를 나눈 그 티베트 스님과 같은 이들이 주변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의 종자들이 세계 곳곳에서 발아한다면, 개개인의 손을 벗어난 듯한 거대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내게 샤카디타 대회는 그러한 희망이 주는 위안을 느끼고, 다시 결의를 다질 수 있었던 소중한 자리였다.
아름다운 미소의 여성불자들 - 글: 정형은(부추진위원장, 학술부)
샤카디타 국제대회와의 인연은 2017년 제15차 홍콩 대회에서 시작되었다. 그 때 만난 여러나라 여성불자들과 우리의 젊은 비구니스님들의 맑은 눈빛의 표정과 행복한 미소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아마 그건 ‘love at first sight’, 첫눈에 반한 것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그 다음 호주 대회에서도 또 다시 홍콩에서 경험했던 기분 좋은 충격을 느꼈는데, 그들과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순수해지는 것 같았다.
이번 18차 샤카디타 서울 대회는 작년 10월부터 슬슬 시동을 걸기 시작해서 총 8개월의 준비를 했고 “이 대회가 언제 끝나나…” 했었는데 역시 그 끝이 왔다. 총 8개의 부서 중 학술부는 각종 번역과 통역이 주 임무다. 논문의 번역과 윤문, 워크숍의 배치, 번역과 통역 요원들에게 통역에 필요한 자료를 배포하고 발표자들과 소통하고 그 분들의 요구에 응하기 위한 이메일을 주고 받고, 발표자들에게 프로필 사진과 이력을 요청하는 등 끝없이 확인하고 체크하고 변동과 수정에 대처하는 일을 했다.
논문 번역은 이전 대회 때는 영문과 한글 자료집만 만들었는데 이번에는 주최국으로서 중국어와 베트남어로의 번역까지 조율해야 했다. 대회 시작은 다가오는데 참석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발표자도 있었고 심지어 워크숍 발표 당일에 나타나지 않은 발표자도 있었다. 모든 일은 일어날 수 있기 마련이니 중요한 건 당황하지 않고 순발력 있게 대처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까르마 렉셰 쏘모 스님, 텐진 빠모 스님 등 여러 국내외 참석자분들이 두 손을 모아 대회에 대극찬을 하셨고 대회장을 두루두루 다니며 사람들의 표정을 살피니 ‘우리의 이번 샤카디타 서울 대회가 그리 나쁘지는 않았구나’ 하는 안도감을 갖게 했다.
가방 디자인, 장엄등 만들기, 사찰순례, 통역, 번역, 순간순간의 초치기 대처는 한 사람이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여러 사람의 의견조율이 필수인 팀워크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다시 한번 확인한 지난 몇달이었다.
대회 주최국으로서 공항 영접에서부터 마지막 날에 보내드리는 일까지 우리의 손님들이 불편함이 없도록 전국비구니회와 샤카디타 코리아의 승가와 재가가 한 마음 한 몸이 되어 정말 열심히 움직였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이번 대회를 위한 사전 준비는 길고 험난했으나 즐겁고 보람 있게 마무리 했으며 2년 후 말레이시아 대회에 가서 다시 한번 ‘맑은 눈빛의 표정과 행복한 미소’의 여성불자들을 만나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