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대회장 본 각
지난여름 제18차 샤카디타 세계대회를 치르고 벌써 겨울의 길목에 서 있으니 세월이 무상함을 새삼 느낀다. 막상 대회를 개최하겠다는 수락을 하고 나니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아득한 마음이 들 뿐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샤카디타 멤버들과 의논을 거듭하고 하나씩 준비해 나갔던 과정이 꿈만 같다. 헌신적으로 대회를 준비해주신 샤카디타 코리아 회원님들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나는 큰일을 앞에 두고 부처님 전에 기도를 시작했다. 지난 2004년 8차대회를 생각해 보면 작은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부처님의 보살핌이 1차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나머지는 오직 기도하면서 최선을 다하는 일이었다. 기도의 시작은 행사기금 준비로 시작되었고, 참가자 인원수, 장소, 숙소, 음식, 전시, 행사진행, 안내, 그리고 마지막으로 날씨가 걱정이었다. 이 모든 걱정을 오로지 부처님께 기도할 뿐이었다.
대회 기간 중 걱정이 많았지만 돌이켜 보면 참 행복했던 5일간, 그리고 사찰순례였다. 나만 행복한 것이 아니라 모두가 행복해 했다. 행복한 대회였다는 감회로 18차 대회를 기억하고 싶다. 많은 참가자도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이 행복의 중심에 샤카디타 코리아 멤버들을 시작으로 3,000여명의 참가자가 함께했다. 부처님의 가피를 느꼈고 기도에 응답해 주심에 감사했다. 앞으로 더욱 부처님 은혜에 보답하고 수행정진 할 것을 다짐하였다.
한국에서 샤카디타 세계대회를 성황리에 치른 것으로 우리의 할 일이 끝난 것은 아니다. 매번 다가오는 대회에서 샤카디타 코리아가 해야 할 역할은 물론 세계불교에 대한 한국불교인의 책임 또한 무겁다고 생각한다. 불교의 자비와 정의를 어떻게 실천할 것이며, 평등과 평화를 이룩하는데 어떻게 이바지할 것인가를 함께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대회는 끝났지만, 우리가 할 일은 남아 있다. 행복했던 추억은 가슴에 간직하되, 현실에 직면해서 정의로운 삶을 구현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한국불교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자세로 다음의 샤카디타 세계대회를 기다리고 있다.
다시 기도를 시작하자. 전쟁의 처참함이 하루 속히 끝나기를, 그리고 모든 생명이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기도하자. 강물이 맑아지기를, 허공이 맑아지기를, 우리의 마음이 맑아지기를 기도한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