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8. 첫 주에 읽기 시작한 샤코의 3차 윤독이 일 년 조금 넘게 걸려 2023.10.14.에 읽기를 마쳤다. 윤독한 책은 비교적 신간으로 2017년 출간되자마자 그해 8월 '뉴욕타임지'의 논픽션 부문 베스트셀러 4위에 오르면서 평단과 대중 모두에게 많은 호평을 받은 책이었다.
저자는 미신적 신앙 요소라 여겨지는 '환생'이나 아비담마의 복잡한 내용을 설명하는데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어쩌면 세속적이고 서양화됐다고도 할 수 있는 ‘마음집중’ 명상을 옹호하며 그와 같은 명상수행이 사람들을 좀더 공감적으로 만들고 파벌주의를 극복할 수 있게 도와 준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것의 배경지식으로 진화생물학과 진화심리학을 설명하면서 불교가 인간의 고통의 원인을 진단하는 데 매우 정확하고 그 처방은 아주 유효하다고 말하고 있다.
즉 저자가 말하려는 요지는 진화의 하드웨어는 우리에게 사실 거의 망상에 가까운 강력한 감정을 장착해 두었는데, 이런 강력한 감정(불안, 절망, 증오, 탐욕 등)은 예전에 우리가 진화 초기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당시 환경에 최적화 되어 있었지만, 현대사회에서는 더 이상 논리에 맞지 않고 생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솔직히 현대에는 이런 과장된 망상적 감정이 없어야 더 잘 살 수 있다. 더 넓게 확대하면 세상도 마찬가지이다. 결국 이런 불안, 증오, 절망, 탐욕과 같은 감정은 전쟁과 잔혹 행위를 만들어 내고 인간의 고통과 잔학함의 근원이 이런 망상적 감정에서 기인한다면 이 망상은 분명하게 탐구해 볼 가치가 있다. 이런 주장을 지지하기 위해 저자는 진화심리학에 의존하는데 진화심리학은 자연선택에 의해 우리를 잘못 이끌고 심지어 노예로 만들기도 하는 인간의 뇌가 어떻게 만들어져 있는지에 대한 연구이고, 우리 뇌의 이러한 오류와 구속은 오직 우리의 유전자를 다음 세대로 전하려는 생물적 목적에 기반한다. 저자에 따르면 불교는 적어도 명상적 면에서 이러한 망상으로부터 벗어나는 길에 대한 통찰을 제시하고 특히 명상 수행을 통해 얻어지는 직접적 경험은 전에는 필요했던 진화적 망상의 장악력을 점차 약화시켜 줄 수 있고 또한 수행을 통해 우리는 자신과 세상에 대해 덜 파괴적인 삶의 길을 배울 수 있다고 설파한다.
이제까지와는 다른 종류의 책을 선택한 데에다 저자 특유의 호흡이 긴 문체 때문에 윤독에 참가한 도반들이 우보로 찬찬히 읽으며 힘들게 완독할 수 있었다. 문장을 따라가다 대의를 놓치기도 하였고 단락 속에서 길을 잃기도 하였으나 서로 격려해가며 끝까지 읽어낸 도반분들이 자랑스럽기만 하다. 좀 식상한 표현일 수도 있지만 ‘함께 가야 멀리 간다’를 외치지 않을 수 없다. 윤독 도반님들 최고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