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문화산책: 흥천사 후기 – 글: 김계숙

2023.11.21(일) 성북구 흥천사 방문기

글: 김계숙

작년 11월21일, 이날은 흥천사 부처님께 인사드리러 가기 좋은 날이었다.

겨울의 시작이지만, 따스하고 눈부신 파란 하늘 밑에, 이런 저런 걱정을 다 내려놓고 도착한 흥천사는 포근함 그 자체였다. 아파트만 보이는 동네에 이런 산이 있고, 절이 있다니. 수없는 시간 동안 세상의 변화를 보아오며 다 감싸 안은 듯 한 절 분위기가 참 좋았다. 이래서 오래된 도심 사찰이 잘 보존되고 사람들에게 잠시라도 쉼!을 느끼게 하는구나 싶었다.

흥천사 극락보전 1853년

제일 먼저 찾아간 극락보전(極樂寶殿)은 그 자체가 “내 마음의 보석”같은 곳이었다. 아담한 크기의 건물 내,외부에 있는 탱화들을 보면, 수많은 말의 설명이 없어도, “내가 여기 있으면 무엇이 두려우랴, 이렇게 부처님이 딱 나를 보시고 내 손을 따뜻하게 잡고 이끌어 주시는데...” 싶은 느낌을 받는 곳이었다.

극락보전 안에서는 전에 말로만 들었던, 감로도(甘露圖)를 보았다. 1939년에 두 화승(畵僧)이 그리셨다고 하는데, 처음에는 왜 이렇게 그리셨을까 의아했지만, 한참을 들여다보니 그 분들 덕분에 그 시대의 감성을 직접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다른 나라에서 들어 온 근대 문물로 평온함이 있는가 하면, 공포 불안의 피폐함이 다 공존하는 시대적 상황을 가벼운 터치로 그려서 언제고 산화(散花)되어 갈 세상사에 미련을 두지 않는 것인가 싶다. 그렇지만 기존의 화법(畫法)으로 변하지 않는 화신불(化神佛) 법신불(法身佛) 보신불(報身佛)을 모신 것은, 삼세(三世)를 관통하는 영원한 굳은 믿음의 의지가 아닐까 싶다.

흥천사 감로도 1939년

이처럼 하나의 건물에서 긴 시간 동안 축적된 신앙의 형태를 보는 것도 마음이 경건해지는데, 그와 더불어 같이 둘러본 분들의 작은 경험담을 듣고 나누었던 짧은 시간도, 멀리 나들이 할 만한 이유가 되어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