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문화산책] 고려불화의 백미 일본 경신사 소장 수월관음도 – 글: 신미아

글: 신미아 (샤카디타코리아 운영위원)

2024.3.19(화) 저녁 7:30~8:40 온라인

청명한 지난해 가을, 일본 큐슈 후쿠오카현에 있는 큐슈국립박물관에서 '숭고한 믿음의 아름다움 - 고려 시대와 조선 시대의 불교미술' 전시회가 열렸다. 안타깝게도 현재 주로 일본 큐슈 지역에 있는 고려와 조선 시대 우리 불화들과 공예품 등을 전시하는 자리였다. 이번 전시회에는 출품되지 않았지만, 큐슈 지역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1310년 고려 충선왕과 숙비가 발원한 것으로 알려진 일본 가가미신사 (경신사) 소재 수월관음도이다. 크기가 가로 419.5cm * 세로 254.2cm의 이 거대하고 아름다운 관음도는 보수 과정에서 크기가 줄었고, 원래는 이 보다도 더 큰 작품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보살의 옷자락 위로 정교하고 화려한 무늬를 빽빽히 채우고, 그 위에 살짝 걸치신 투명한 너울 위로 금으로 그린 봉황과 구름이 날아다니는 이 그림 앞에 서면 세속을 벗어난 보살의 우아함과 크기에 압도당하게 된다.

고려 왕실이 발원한 이 그림은 80여 년이 지난 1391년, 고려말 왜구의 본산 중 하나였던 후쿠오카 지역 가가미신사에 봉안된다. 그 후 오랜 세월이 흘러 1970년대 비로소 후손인 우리들에게 모습을 드러내셨으니, 기쁘고도 가슴 아픈 일이다. 그래도 일본의 미술사가들이 먼저 고려 불화들의 국적을 인정하고, 전시와 연구에 협력하는 데에서 새로운 희망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