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재경(샤카디타 코리아 회원)
이 글의 저자인 로버트 버스웰(Robert E. Buswell)은 1974년에서 1979년의 5년간, 당시 한국의 가장 큰 사찰중의 하나이자 외국인에게 유일하게 참선 수행의 참여를 허용했던 승보사찰 송광사에서 머물며, 구산스님(1909~1983)의 가르침을 받았다. 구산스님은 당시 송광사에서 많은 수행승을 지도하던 저명한 선사로 한국불교 수행법을 외국에 전파하기 위하여 그 당시 미국에 송광사 분원을 설립했던 분이다.
이 책은 4세기경 한국 불교의 유입부터 비구와 대처승의 분쟁, 불교정화운동은 물론 사찰의 일상생활인 이른 새벽의 도량석, 범종루에서 사물 (법고, 목어, 운판, 범종)을 친 후 대웅전에서 예불을 시작하는 모습을 비롯하여, 안거의 결재와 해재, 천도제, 송광사 창건주 지눌선사를 기념하는 의례, 부처님오신날과 새해 축하 행사 등을 다양하게 다루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 사찰의 일주문, 사천왕문, 대웅전, 위태천 벽화, 특히 한국 사찰의 과학적인 급수시설과 배수로, 온돌 제작 방법, 물을 담아 놓는 화강암 수곽, 울력, 포살 전날 목욕하는 모습, 연비, 세 손가락 태우는 소지공양, 큰 삼보 종찰을 행자 때부터 원찰로 정해 수행하는 경우의 이로운 점까지 한국의 불교전통을 놀랍도록 세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무엇보다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한국 사찰 특유의 공간 활용의 유연성을 잘 소개한 점도 이 책의 강점이다. 예를 들면 필요에 따라 큰방 바닥에 작은 책상을 놓으면 교실이요, 선반에 놓아둔 발우를 펴면 공양간이 되며, 벽장 속에 넣어둔 목침과 이불을 펴면 침실이 되고, 반으로 나누어 줄 세워 방석을 펴면 선방이 된다는 점을 상세히 기술하였다. 또한 많은 서양 불교서적에서 소개한 한국불교에 대한 내용은 과장이 많고 실제와 다름을 밝혔다. 저자는 본인의 경험에 의거해서 교외별전, 불립문자, 직지인심, 견성성불로 표현되는 한국의 간화선은 단박에 깨치는 돈오의 방식이 아니라, 유아가 걷기 전에 기는 것부터 배우듯이 경전과 선어록을 먼저 익힌 후 참선 수행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을 소개하였다. 또한 실제로 돈오를 체험하기 위해서는 계율을 지키며 점진적으로 수행하는 것을 가르치지 결코 계율과 단계를 무시한 채 무작정 돈오만 강조하지 않는다고 피력하였다.
당시 상황을 엿볼 수 있는 일제강점기의의 송광사 전경, 지붕 위의 낡은 기와를 새 기와로 교체하는 사진, 줄을 맞추어 공양간으로 향하는 스님들의 사진, 그리고 젊은 시절 혜국 선사의 사진도 보았다. 특히 혜국 선사의 사진을 보니 예전에 석종사 혜국 선사의 방에서 20여 명의 도반들과 법문을 듣던 때가 생각났다.
이 밖에 ‘subitism(돈오)’, ‘seminary(강원)’, ‘soteriology(깨달음)’ 등 불교 영어 단어의 의미를 음미해 볼 수 있었다는 점, 불교에 관한 흥미로운 여러 가르침을 새로 알게 되고, 옛 송광사 스님들의 일상 풍경을 현장에 있는 것처럼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는 점도 이 책의 장점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좋은 책을 선정해 주시고 강의해 주신 조은수 교수님께 감사드리며, 윤독에 참여하신 모든 분들께도 감사드린다.
샤카디타 코리아에서는 지난 2023년 11월 6일부터 2024년 2월 26일까지, 매주 월요일 저녁 9시~10시30분, 온라인 화상회의 프로그램인 Zoom을 통해 로버트 버스웰 교수의 저서 'Zen Monastic Experience'를 읽었다.
이의 후속 윤독프로그램으로 2024년 4월 17일부터 매주 수요일 저녁 8시~9시 30분, Zoom에서 모여 아남 툽텐 린포체의 저서 'Embracing Each Moment'를 읽을 예정이다. 함께 하고 싶은 분은 언제든지 샤카디타 코리아(02-443-8982)로 문의하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