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카디타 코리아 공동대표 10년의 소회 – 글: 조은수

조은수(2023-2024 예일대 초빙교수, 서울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

그동안 본각스님을 모시고 지난 십년간 샤카디타 공동대표로서 소임을 맡아 오다가, 이제 퇴임하면서 스님과 같이 작별의 인사를 드립니다. 지난 십년 세월 속에서 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진 순간도 있었지만, 중간쯤의 길목에서 다음 2024년 대회가 한국에서 개최된다는 것이 확정되면서, 결국 쉬지 않고 한 길로 달려왔습니다.

저희 단체의 역사에서 중요한 순간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2002년 대만 화범대학(華梵大學)에서 열린 제7차 샤카대회에 참여한 것이 그 한 가지 입니다. 본각스님께서 한국의 비구니 학인스님 40여분과 같이 줄 맞춰서 입장하셨는데 한국 비구니의 저력을 말해주는 그 당당한 모습은 세계인의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었습니다. 이전의 선학들이 길을 닦아 두신 것도 잊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이미 1991년 방콕대회에 당시 비구니회 회장 혜춘 스님(1919~1998)이 참가하셔서 출가 이전의 담마난다 스님(Dhammananda, 1944~2019, 당시 카빌싱Kabilsingh 교수)과 같이 찍은 사진 자료가 남아 있습니다. 저희 샤카디타 코리아의 고문을 오래 맡아 주시고, 누구보다도 저희에게 많은 후원과 사랑을 아끼지 않으신 명성스님께서도 수차 샤카디타 대회에 참석하셨습니다. 그리고 운월스님은 참가기를 써서 『불교평론』에 기고해서 샤카디타라는 낯선 단어를 한국독자들에게 알리는 데 기여하셨습니다. 본각스님은 2002년 대회에서 차기 대회 개최를 요청받고 돌아오셔서 바로 준비에 들어가서 2004년 여름 중앙승가대학에서 제8차 대회를 잘 치루어 내셨습니다.

한편 저는 2004년 여름에 오랜 미국생활을 접고 귀국하여 모교에 돌아와 무척 바쁘게 지내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2010년 겨울 한국의 불교재가자 여성의 대표적 단체인 불교여성개발원의 당시 김애주 원장께서 불교여성연구소 설립을 제게 부탁해 왔습니다. 결국 저는 지금이나 그때나 거절을 할 줄 몰라서 그 소임을 맡게 되었고, 초대 소장으로서 여러 가지 사업을 고민하였는데, 그 첫 번으로 시행한 사업이 영어교육프로그램인 G.E.P(Global Empowerment Project) 프로그램이었습니다. 2011년 3월에 첫 수업을 연 이래, 젊은 재가자 여성과 비구니 스님들을 대상으로 한 이 프로그램은 지금까지 계속 진행되고 있습니다. 샤카디타 코리아 김한울 국장도 바로 G.E.P 출신입니다.

그러다가 G.E.P 졸업생과 수강생들에게 영어 통역 실전 교육을 시키겠다는 목적으로 베트남대회, 방콕 대회 등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여러 사람이 모여 서로 뜻을 모으고 봉사하면서, 샤카디타 한국 지부를 설립하고자 하는 생각을 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일단 재가자 중심으로 김애주 교수, 조성자 교수, 박선미님, 오지연님, 그리고 조은수 이렇게 다섯 명이 발기인으로 서명을 하여 설립신청서를 본부에 제출하였습니다. 오랜 심사 후에 설립 허가가 났습니다만, 문제는 같이 계속 일하겠다는 분이 없었습니다. 물론 본각스님은 처음부터 같이 하실 것으로 약속하셨고요.

2013년 1월 무척 추운 날씨 속에서 열린 인도 바이샬리 대회에서 한국 지부 설립에 대한 공식 발표가 있었습니다. 저희는 이 사실을 국내에 알리기 위한 발족식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하고 7월에 발족식을 갖기 위해 창립 회원들을 모집했는데 본각스님께서 나서 주시지 않았으면 정말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이러이러한 단체를 만들었으니 회원가입을 해달라고 하면, 우리 단체를 잘 모르는 분이나 아는 분이나 대부분 바빠서 시간 내기를 어려워하셨습니다. 또 설사 시간이 있는 분이라도 이제 막 발족한 단체에서 일한다는 것에 부담을 느끼셨습니다. 그래도 저희들은 조성자 교수의 오피스텔에서 경전 강독도 하고 독서 모임도 하면서 새로운 모멘텀을 일으켜 보려는 노력을 쉬지 않았습니다.

2013년 11월에는 국제적 명사이신 텐진 빠모(Tenzin Palmo) 스님을 모시고 창립 기념 법회를 열기로 했습니다. 예상한대로 스님의 방한은 크게 성공적이었고, 언론사의 지대한 관심 속에서 사회적으로도 크게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당시 저와 김한울 국장이 무대에 서서 같이 <샤카디타 코리아 선언문>을 읽던 생각이 납니다. 또한 이 법회를 준비하면서 본각스님, 조은수, 그리고 김한울 세 사람으로 이루어진 샤코팀이 본격적으로 가동되었습니다.

이후 샤카디타 코리아는 순항을 거듭하여 인도네시아, 홍콩, 호주 대회 등 대회 참가에서 그 활동의 폭을 넓혀갔습니다. 저희들은 이제 더 이상 개인 참가자가 아니라 단체로서 일하였으며, 대회 참가 준비를 위한 체계와 조직을 갖추었습니다. 발표 논문을 미리 입수해서 일일이 번역하고 감수한 다음 한국어 참가자들이 나누어 볼 수 있는 자료집을 만들었으며, 발표자들과 미리 연락하고 그분들을 무대에서 소개하는 등 대회 전반의 각종 사항들이 물 흐르듯이 진행될수 있도록 만전을 기했습니다. 특히 G.E.P 졸업생들은 그동안 공부한 영어실력으로 번역과 통역 봉사를 해 냈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대한불교진흥원 등의 지원금을 확보하여 참가하시는 학인 스님들의 여비를 댈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거의 100명에 가까운 대회 일반 참가자들이 대회 등록, 항공, 숙소 예약, 여행 준비 등 여러 방면에서 어려움이 없도록 도움을 제공해 드렸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국제 불교 행사에서 동시통역까지 해내는 자원봉사 통역사를 훈련시키고 배출한 일은 참으로 대단한 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가장 기억이 나는 행사는 2019년 호주 대회입니다. 저희는 호주 주최 측이 대회 준비에 어려움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4명으로 실무팀을 구성하여 대회 일주일 전에 미리 선발대로서 호주에 도착하였습니다. 그때 정관스님을 함께 모시고 갔었는데 공항에서 여러 가지 재미있는 해프닝이 있었습니다. 개최 전부터 대회조직위의 학술분과를 맡아 집행하였을 뿐만 아니라, 대회 첫날 등록 데스크 업무부터 녹음 기록 등을 맡아 저희 실무팀은 많은 일을 하였고 결국 그 팀이 이번 18차 샤카디타 대회 준비의 중심축이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 동안 도와주신 여러 분 한분 한분에게 깊은 감사의 절을 올리고 싶습니다. 우선 앞으로 샤카디타 코리아를 힘차게 이끌어 주실 광용 스님과 정형은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그동안 동고동락한 운영위원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특히 운영위원장 이영희님, 샤코 뉴스레터를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려준 김은희 편집위원장, 그리고 언제나 젊은 패기와 씩씩함으로 저희들을 이끌어준 김한울 사무국장에게 특별한 감사를 표합니다. 그 외 이루 말할 수 없는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큰 실수 없이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이제 저희는 물러나 멀리서 미소를 띠면서 여러분들을 지켜보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