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P. 5기를 마치며 – 소감문


이영희
G.E.P. 5기 코디네이터
영어강사

지난 초 겨울, 조교수님을 도와 G.E.P. 5기 코디네 이터 일을 하겠다고 나선 것은 어쩌면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명제에 또 한 가지 사례를 더하는 일 이지 않았나 합니다. 프로그램의 성격과 특성을 파악하여 강사들을 섭외하고 일정 조정, 스케줄 확정, 수업진행 구성, 수강생 모집 등을 매끄럽게 운영 해야 하는 all-round player의 역할임을 지금에야 더욱 확실히 느끼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선무당 이었지 싶습니다.그래도 큰 탈 없이 프로그램을 마친 것은 조교수님의 계속적인 조언과 총괄적인 역할, 그리고 김한울, 서혜인 간사, 옆에서 도와주던 안지숙 도반, 2부 수업을 거의 맡아 주었던 Sydney 교환학생, 심지어 5기 수강생분들까지. 거의 모든 분들의 도움과 이해였다고 생각하니 너무 편하게 코디 일을 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선무당의 열정은 갖고 있었다고 자부하며 지난 프로그램을 회상해봅니다. ^^

5기 GEP는 내년(2017년 6월)도 홍콩 샤카디타 인터내셔널 컨퍼런스에서 통/번역 자원 봉사할 스님과 여성 불자들을 교육할 목적으로 올 3월 5일부터 6월 4일까지 3개월간 매 주 토요일 아침 9시부터 12시까지 불교 기본 지식에 관한 강의식 수업 1부와 실질적인 통/번역 연습을 위한 영어수업 2부로 2-track으로 구성하여 운영하였습니다. 그 중에서 1박의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통/번역 집중 워크샵으로 정하고 전 샤카디타 인터내셔널 회장이었던 크리스티 장 박사를 초청하여, 그 분의 통/번역을 육바라밀 수행과 연결시킨 강의와 실전연습, 그리고 경험담을 듣는 것은 굉장히 유익했으며 수강생 모두를 고무시키기에 충분하였습니다. 게다가 특별 강사로, 천연 염색을 하시는 Mary Pettis Sarley와 사진작가이신 Marylin Hurbert, 두 미국 여성분의 작업을 PPT자료로 보며 공유했던 수업은 지금도 즐거운 기억으로 입가에 미소가 떠오릅니다. 그리고 감동스러웠던 타인을 위한 기원 프로그램까지...정말 12주에 걸친 매 주의 강의들이 멀리서도 불원천리하고 와 주신 강사분들의 성의와 열정, 또 수강생분들의 진지한 태도로 항상 충실하고 충만한 수업이었다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다시 한 번 강사분들과 수강생분들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프로그램을 마친 지금, 나 자신에 대한 아쉬움만 빼면 주위의 모든 분들의 순수한 열정과 성실함으로 회향한 G.E.P. 5기에 수희찬탄 드리며 만족하고 있습니다. 우리 5기분들의 얼굴이 또렷이 떠오릅니다. 정말 광대한 한 분, 한 분의 우주를 만난 것이겠지요. 큰 인연에 감사드리고 또한 여성 불자들의 힘과 가능성을 다시 한 번 느껴 봅니다. 2016년 봄, 행복했던 3개월이었습니다. |END


정완스님
G.E.P. 5기 수강생
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 일반연구원

절에 처음 왔을 때, 노스님의 노스님이셨던 돌아가신 상노스님께서는 ‘계축생 갑장’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나를 무척 예뻐해 주셨다. 무려 60년의 세월은 그런 것 같다. 노스님, 은사스님이 몸소 겪어왔기 때문에 어른스님들에게 그동안 각인되어 있던 상노스님의 이미지, 아랫사람에게 엄격하고 때로는 마치 매서운 시집살이처럼 모질기도 했던 상노스님의 모습이라는 것이 나에게는 전혀 없었다. 다만 절집 일이 처음이라 서툰 내게 자주 이 말씀은 해주셨다. “만병 중에 게으름병이 으뜸이다.” 역시 세월을 오래 사신 어른의 눈에는 제대로 보였던 것이다. 나는 절집 일이 처음이라서 모든 것이 서툰 게 아니라 그저 타고난 게으름뱅이라는 것을 상노스님은 잘 알고 계셨다.

시간이 지난 지금도 변함없이 나의 게으름병은 난치이고 불치이다. GEP 5기 신청을 하면서 제일 걱정이었던 것이 지각을 해서 같이 공부하는 분들의 흐름을 방해하는 것이었는데, 내 걱정은 기우가 아니었다. 더구나 이번 5기 분들 중에는 익산과 진주에서 매주 토요일 아침마다 올라오는 경우도 있었다. 지각하고 결석하면서도 부끄러웠지만, GEP가 마무리된 지금 되돌아보니 얼굴이 더욱 붉어진다.

하지만 내 성격 중 자랑하고 싶은 뻔뻔함도 있다. 바로 내가 좋은 사람이기 때문에 내가 만나는 내 주위의 사람들은 늘 좋은 분들이라는 점이다. 이 말을 할 때마다 도반스님들은 어처구니없다고 하지만, 이번에도 여지없이 증명되었다. 이번 GEP 5기를 통해 만나게 된 한 분 한 분의 열정, 사람을 향한 따뜻한 시선을 마주할 때마다 내가 가진 복 중 두 번째인 인복(人福)을 여지없이 느끼게 되었다. 물론 샤카디타코리아 운영진과 GEP 4기 선배분들의 노고가 없었다면 이런 인복은 느낄 수 없었을 것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데 좋은 만남으로만 이어지기가 어려울 텐데도 변함없이 잘 이끌어준 샤카디타코리아 운영진과 GEP 4기 선배분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그리고 내가 가진 복 중 인복을 앞선 첫 번째 복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다음에 있을 GEP 5기의 화엄사 템플스테이에서 꼭 확인해드리고 싶다. |END


최지연
G.E.P. 5기 수강생
영어 교습자

샤카디타 코리아의 G.E.P. 5기 활동은 도전적인 일이었지만 상당히 고무적이었습니다. 불교 초심자로서 좋은 도반들을 만나 꾸준히 공부를 해나갈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들이었지만, 매주 강의를 듣고, 논문을 번역하고, 통역 훈련을 하는 동안 제 자신이 인간적으로 성숙해졌음을 느꼈습니다.

1박 2일 워크숍을 비롯해서 많은 의미 있는 시간들을 함께 해 왔는데, 이번 프로그램의 백미는 마지막 2회에 진행되었던 3분 영어 발표였습니다. 어떤 주제를 이야기할까에 대한 고민에서부터 영어로 발표를 해야 한다는 부담까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준비했던 시간 이상의 뜻 깊은 경험이었습니다. 떨리는 목소리로 각자의 이야기를 전하는 동안 꽤 오랫동안 고민하고 준비하신 분들의 노력이 그대로 전해져서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언어 능력이 부족할까 걱정이 많았는데, 막상 수업에 참여하는 동안은 서로 도움을 얻고 나눠가며 배웠기에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습니다. 무지했던 것이 부끄럽지 않았고, 아는 것에 자만하지 않았습니다. 강의를 듣고, 논문을 번역하고, 법문 통역을 하는 동안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고, 그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G.E.P. 프로그램이 단순히 언어의 능력을 높이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언어를 전달하는 너머에, 자신을 돌아보고 사람들과 공감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소통이 있기에 그 시간들이 더 가치 있는 것입니다. 시절인연이라 한다지만, 순간에 그치지 않고, 이 좋은 인연들이 계속되어 더 이로운 시간을 만들어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ND


이현민
G.E.P. 5기 수강생
숭실대학교 컴퓨터학과 4학년

어머니가 우연치 않게 ‘불광’ 책자를 읽으시다가 샤카디타 GEP 수업 광고를 발견하신 인연으로 저에게는 3개월동안 매주 토요일 ‘GEP 수업 출석하기’ 스케줄이 생겼습니다. 모집 시기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따스하게 맞이해준 샤카디타 회원님들 덕분에 첫 수업 자연스럽게 자리를 찾아가 앉을 수 있었습니다. 첫 날 GEP 수업은 저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주었습니다. 부족한 영어 실력을 소유한 저는 불교에 관한 깊이 있는 지식들을 자유자재로 영어로 말씀하시는 분들 사이에서 3시간동안 멍만 때리다가 당혹스러운 마음으로 집에 도착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첫 날 가장 강렬한 기억 중 하나는 원래 서로를 알고 계셨던 분들도 있으셨겠지만, 처음 보는 새로운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불교와 영어를 공부하고자 하는 한 마음으로 다들 따스한 미소를 나누며 전혀 낯설지 않고 마음이 편했다는 것입니다. 마지막 석 달 째가 다 되어갔을 때, 어법이 전혀 맞지 않고 영어 단어를 겨우 늘어놓는 식이지만, 몇 마디의 영어 문장을 얘기 할 수 있었던 것은 이 분들이라면 저의 부족한 영어 실력을 이해해 주시며 제가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에 더욱 더 귀를 기울여 주실 분들이라는 믿음이 강하게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게으른 습이 많이 남아 있어 공부에 집중하는 데 많은 더딤이 있지만 샤카디타 모든 회원님들 덕분에 내년 홍콩 대회에서 통역 봉사에 의미 있는 한 일원이 되고 싶어졌습니다.

매주 훌륭한 스님들의 법문을 들으면서 저는 제 마음 속을 향해 조금 더 진실되게 파고 들 수 있었습니다. 지금이 왜 중요한가, 어떻게 렛 잇 고 하는가,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라는 말은 말도 안되는 소리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이치들인데, 제가 생활 속에서 자꾸 놓치는 부분들이었기에 크게 다가왔습니다. 고등학생 때 대학교를 가기 위해 자기소개서를 쓸 때도 저를 제대로 되돌아보지 못했던 것 같은데 매주 매주 간단한 듯 깊이 있는 주제들은 제 삶을 되돌아보고 지금까지 애매하게 풀리지 않던 문제들을 꼬집는 기분이었습니다. 사실 제 마음 속 답은 ‘답이 없다’로 결론이 났기 때문에 해결이 완전히 된 것은 아니지만, 어떠한 것을 옳다 잘못되었다 제가 정의 내릴 수 있는 답은 없다는 사실은 저의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답을 내리기 위해서 항상 답답해왔는데, 예를 들어 친구가 이렇게 행동하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나의 문제점은 무엇이고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마지막 샤카디타 테드발표의 주제를 생각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머니께 답을 구하고자 질문을 하였습니다. 이러한 답을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머니 길게 답하여 주셨지만 결론은 ‘그냥’ 하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때 문득, ‘그냥’이라는 단어가 스님 법문의 ‘렛 잇 고’와 겹쳐 들렸습니다. 왜 인지 간단하게 한 문장으로 표현할 실력이 되지 못하여 설명이 부족하지만 왜인지 모르게, ‘그냥 하면 된다’, ‘렛 잇고’가 머릿 속에 들어왔을 때, 마치 지금까지 복잡한 문제가 해결이 된 것처럼 편안해졌습니다. 문제점을, 그에 대한 답을 찾은 것이 아님에도 붙잡고 있던 마음을 놓아서인지 아니면 저 스스로 깨달음이란 이런 것일까 하는 기쁨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샤카디타의 일원이었기에 이 한 생각을 더 깊이 있게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값진 생각 씨앗을 많이 얻어 가는 것 같아 감사한 마음으로 GEP 수업을 되돌아보았습니다. 정말 모든 샤카디타 인연에 감사하며 오래 함께 하기를 발원하옵니다. 감사합니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