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본각스님, 정년퇴임을 맞이하며

샤카디타 코리아 공동 대표 본각스님이 지난 26년간 승가 교육에 매진해 오신 중앙승가대학교를 정년 퇴임하셨다. 이를 기념하며 스님이 평생 사유하신 화엄학의 진수를 경청하는 강연회 '법계와 보현, 그리고 중도'가 11월 7일 오후 3시 30분 중앙승가대학교 대강당에서 열렸다. 샤카디타 코리아 회원들은 강연회에 참석 하여 본각스님의 정년을 축하드리며 앞으로도 한국, 나아가 세계 불교계를 위해 힘써주시기를 요청하였다.

정년퇴임을 맞이하신 본각스님을 모시고 회원 여러분을 대신 하여 몇 가지 질문을 드렸다.

Q. 지난 26년간 매진해 오셨던 승가 교육을 마무리하시게 되었 는데, 정년퇴임하시는 소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26년이 이렇게 일순간에 지나가는구나! 정신 차려서 남은 시간 잘 보내야 되겠다고 다짐합니다. 그리고 긴 시간 동안 승가 교육에 매진할 수 있었던 것에 감사드리는 마음뿐입니다. 학인스님들과 부처님 말씀을 진솔하게 나누고 실천하자고 다짐하면서 보낸 세월이라서 마음 뿌듯합니다.

Q. 정년퇴임 후에 하고 싶으셨던 일이나 다른 계획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A. 정년퇴임하고 이제 중앙승가대학교에 명예교수로서 역할이 조금 남아 있습니다. 화엄 전공과목에 대한 강의와 논문지도 등이지요. 그러나 한결 시간적인 여유가 생겼기 때문에 가고 싶었던 곳에 가보고 싶고 자유로운 마음으로 나 자신을 위한 공부를 하고 싶습니다. 이제 대학 강단이 아닌 아주 낮은 곳에서 다시 화엄경을 펼쳐들고 싶은 마음입니다. 화엄 행자로서요.

Q. 한국에서 비구니스님으로서, 여성학자로서 어려웠던 점이 많으실 것으로 사료됩니다. 그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A. 중앙승가대학교는 대한불교조계종 종립학교로서 격이 높습니다. 초창기에는 비구, 비구니스님들이 재교육을 받으러 많이 오셨습니다. 지금 사미, 사미니스님이 많은 것과는 현격히 차이가 나지요. 그러한 상황에서 비구니로 강단에 선다는 것에 늘 긴장하고 있었습니다. 학문이나 행위에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강단에 서면 힘 있는 자세로, 강단을 내려오면 자비롭고 겸손하고자 자신을 가다듬었습니다.

Q. 스님께서는 샤카디타 코리아의 설립 초기부터 헌신적으로 도와주시며, 2016년부터는 공동 대표로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셨습니다. 스님께서 샤카디타 코리아에 보여주시는 애정 어린 관심과 봉사의 마음은 어디에서 온 것인가요?

A. 그 질문에 답을 하자면 사연이 깁니다. 1999년에 매일신문사에서 한국 비구니에 대한 역사적인 자료를 요청했고 우리에게 자료가 별로 없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한국비구니연구소를 세우고 자료를 수집하느라 애쓰던 중에 2002년 대만에서 열린 샤카디타 대회에 참석하게 되었고 한국비구니연구소 이름으로 샤카디타 제8차대회를 한국에서 개최하기로 덜컥 받아 온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샤카디타 제8차대회를 3년간 준비하면서 마음고생도 많았지만 전국비구니회에서 주관하셔서 대회를 잘 치렀습니다. 한국 불교계에서는 외국 불교 특히 여성 불교에 눈뜨는 계기가 되었고 외국 여성 불자들은 한국 불교를 알게 되는 좋은 만남이었습니다. 그래서 샤카디타 코리아에 깊은 애정과 관심이 늘 함께하고 있습니다.

Q. 앞으로 한국, 나아가 세계의 불교여성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아낌없는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A. 한국 불교는 이제 새로운 변신을 해야 될 때라고 생각합니다. 여성 불자도 이제 수준이 높으니까 스님들과 함께 수행하는 자세가 중요하고 스님들도 불자들께 부처님 가르침의 참 뜻을 전달하고 실천하는 방법을 제시해야 됩니다. 사찰이나 신행 단체를 중심으로 스님과 신도가 협력해서 이 시대에 맞는 불교로, 기도 공부 수행 봉사를 함께 의논하고 방법을 모색하는 일입니다. 서로 공경하면서 수평으로 역할분담이 되어야 되겠지요. 외국 여성 불자들과도 교류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서 글로벌한 한국 불교를 만들어야 되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가 교육과 수행에서 다시 한번 잘 가다듬어져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는 한국 불교가 간직하고 있는 문화 전통을 종교 문화로서 가치를 찾아내고 그것을 서로 주고받는 통로를 구축해야 되는데, 그것이 바로 샤카디타 활동일 것입니다. 샤카디타를 통하여 한국 불자로서 자부심을 갖는 일에 함께 힘을 모으시기 바랍니다. 본각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