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북동부에 부처님이 성도하고 첫 설법을 한 사르낫트Sarnath가 있다. 그곳에서 남쪽으로 10km 떨어진 곳, 갠지스Ganges 강변에 바라나시Varanasi가 있다. 힌두교도들은 그 곳에서 생의 마지막 숨을 거두고 화장되는 것이 최대의 희망이다.
갠지스 강변의 바라나시는 묘한 곳이다. 아침 해 뜰 녘에 강물에 들어가서 기도를 하고 하루를 시작한다. 기독교든 힌두교든 불교든 어느 종교를 막론하고 기도가 가장 기본이다. 전지전능 할 것 같은 신에게 의존하든 자등명법등명이든 기도를 한다. 그렇게 자신을 향한 숙제를 시작으로 바라나시의 하루가 시작된다. 아이들은 구걸하고, 기도를 했던 그 물에 빨래도 하고 망자를 화장해서 뼈를 물에 흘려 보낸다. 소, 돼지, 개, 사람이 한데 어울려 살아간다. 무엇이 더럽고 무엇이 깨끗한지, 누구에게는 세균이 득실거리는 오염 된 물이고 누구에게는 삶의 터전이다.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신비한 바라나시다. 누구에게는 신비하고 누구에게는 그저 자신들이 태어나고 죽는 마을일 뿐이다.
기원전 11세기에 만들어진 바라나시. 뒷골목은 그 지역 사람도 길을 잃기 쉬운 미로다. 인적이 드문 좁디 좁은 골목을 지나면 인도 정통 음료수 짜이chai와 라씨lassi를 판다, 무언가를 외치는 청년들이 떼 지어서 지나간다. 시장 통에는 알록달록한 사리sari가 지천이고 땅콩도 팔고 과일도 판다. 뒤죽박죽이지만 나름의 원칙이 있는 활기가 넘치는 곳이다.
가트 건너편에는 항하사가 보인다. 경전에 나오는 항하사다. ‘말할 수 없는 항하의 모래수 같은 모든 부처님 세계가 마치 허공 꽃이 어지럽게 일어나고 스러지는 것 같아서 ……. 중생이 본래 부처이고 생사와 열반이 지난 밤 꿈과 같은 줄을 알 것이니라.’
종교를 가진 자에게 성지순례는 한번은 꼭 치뤄야 하는 의식이다. 가트 계단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갠지스 강 저 건너편에 있는 항하사를 바라본다. 싯다르타 왕자가 태어나서 부처가 되기까지의 순례 길을 떠올려본다. 2,500년 전의 그 때와 지금은 어떻게 다른 걸까. 그 때 부처님의 가르침과 계율을 지금의 젊은 출가자들에게 지키게 하는 것이 과연 맞는 걸까. 우주만물의 진리는 그대로인데 사람들의 사고는 달라졌고 의식이 달라졌다. 지금을 바라보는 부처님은 뭐라고 하실까, 어떻게 하라고 하실까……. |END
글쓴이: 정형은(샤카디타 코리아 운영위원, 국제포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