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갠지스 강에서 산책을 – 글: 정형은

인도 북동부에 부처님이 성도하고 첫 설법을 한 사르낫트Sarnath가 있다. 그곳에서 남쪽으로 10km 떨어진 곳, 갠지스Ganges 강변에 바라나시Varanasi가 있다. 힌두교도들은 그 곳에서 생의 마지막 숨을 거두고 화장되는 것이 최대의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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갠지스 강변의 바라나시는 묘한 곳이다. 아침 해 뜰 녘에 강물에 들어가서 기도를 하고 하루를 시작한다. 기독교든 힌두교든 불교든 어느 종교를 막론하고 기도가 가장 기본이다. 전지전능 할 것 같은 신에게 의존하든 자등명법등명이든 기도를 한다. 그렇게 자신을 향한 숙제를 시작으로 바라나시의 하루가 시작된다. 아이들은 구걸하고, 기도를 했던 그 물에 빨래도 하고 망자를 화장해서 뼈를 물에 흘려 보낸다. 소, 돼지, 개, 사람이 한데 어울려 살아간다. 무엇이 더럽고 무엇이 깨끗한지, 누구에게는 세균이 득실거리는 오염 된 물이고 누구에게는 삶의 터전이다.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신비한 바라나시다. 누구에게는 신비하고 누구에게는 그저 자신들이 태어나고 죽는 마을일 뿐이다.

 

 

기원전 11세기에 만들어진 바라나시. 뒷골목은 그 지역 사람도 길을 잃기 쉬운 미로다. 인적이 드문 좁디 좁은 골목을 지나면 인도 정통 음료수 짜이chai와 라씨lassi를 판다, 무언가를 외치는 청년들이 떼 지어서 지나간다. 시장 통에는 알록달록한 사리sari가 지천이고 땅콩도 팔고 과일도 판다. 뒤죽박죽이지만 나름의 원칙이 있는 활기가 넘치는 곳이다.

 

골목에서 빠져나와서 다시 가트Ghat다. 배를 탄다. 카스트 제도가 21세기에도 존재하는 인도, 수십 개의 가트 중에서 마니까르니까 가트Manikarnika Ghat에서 화장을 한다. 이때 망자를 만질 수 있는 계급은 가장 낮은 계급의 천민, 빨래도 천민의 몫이다. 남녀평등을 외치고 페미니즘을 주장하는 21세기에 이들은 여전히 자신들의 처지를 묵묵히 받아들이는 걸까.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면 가트에서 천도재puja를 지낸다. 재는 카스트의 최상위 계급인 브라만의 몫이다. 전생에 지은 업에 따라 이생에서 주어진 몫을 받는다. 돈이 많은 사람은 죽을 때도 좋은 나무를 많이 준비해서 화장에 사용한다. 돈이 적은 자는 나쁜 나무를, 그마저 충분히 마련하지 못해서 끝까지 타지 못하고 팔 한쪽, 다리 한쪽이 툭 떨어진다. 그대로 이들은 갠지스 강에 흘려 보내진다.

가트 건너편에는 항하사가 보인다. 경전에 나오는 항하사다. ‘말할 수 없는 항하의 모래수 같은 모든 부처님 세계가 마치 허공 꽃이 어지럽게 일어나고 스러지는 것 같아서 ……. 중생이 본래 부처이고 생사와 열반이 지난 밤 꿈과 같은 줄을 알 것이니라.’

종교를 가진 자에게 성지순례는 한번은 꼭 치뤄야 하는 의식이다. 가트 계단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갠지스 강 저 건너편에 있는 항하사를 바라본다. 싯다르타 왕자가 태어나서 부처가 되기까지의 순례 길을 떠올려본다. 2,500년 전의 그 때와 지금은 어떻게 다른 걸까. 그 때 부처님의 가르침과 계율을 지금의 젊은 출가자들에게 지키게 하는 것이 과연 맞는 걸까. 우주만물의 진리는 그대로인데 사람들의 사고는 달라졌고 의식이 달라졌다. 지금을 바라보는 부처님은 뭐라고 하실까, 어떻게 하라고 하실까……. |END

글쓴이: 정형은(샤카디타 코리아 운영위원, 국제포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