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불 천탑의 불국토 미얀마. 불상도 많고 탑도 많은 미얀마에서의 날들은 남달랐다. 단순히 관광만 하는 여정이 아니었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찰에 우리의 마음을 전하고, 불자로서 스님들에게 공양을 올리기도 하고 나를 위한 알아차림의 체험을 했다. 나와 남을 모두 이롭게 하는 자리이타의 가슴 벅찬 열흘이었다.
미얀마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어린 동자승 사찰에 갔다. 여러 사람의 수고와 도움을 받아 우리는 그곳에 아주 작은 독서 공간을 만들고 도서관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들의 마음을 전했다. 선반에 책을 채우고 의자와 테이블을 넣고 벽도 밝은 페인트로 칠을 하니 제법 차분하게 책을 읽고 싶은 따뜻한 공간이 되었다. 그곳 사찰에서 만난 동자승들은 고아이거나 집이 너무 가난해서 사찰에 맡겨져서 그곳에서 생활하고 교육을 받는3살에서15살까지의 아이들이다. 우리나라의60년대를 연상케 한다.가기 전에 한국에서 사진으로 보고 상상했던 것보다 직접 이들을 만나니 훨씬 밝고 한편으로는 안타깝기도 했다.뭐라도 더 준비해갔으면 좋았겠다는 미안함과 아쉬움에 우리 모두 가슴이 뭉클했다. 그들에게 필요한 책 읽는 공간을 만들어준 우리를 반기러 마중 나온 동자승들에게 얼마나 부끄럽던지……. 하지만, 그늘지지 않은 그들의 당당하고 맑은 모습에 이들의 미래가 그리 나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소 위안인지 안심인지 모를 마음으로 발길을 돌릴 수 있었다. 다음을 기약할 수 있을까
이른 아침 시간에 비구스님들을 호텔에 모시기도 하고 탁발 나온 스님들에게 공양을 올리기도 했다. 스님들을 모시고 준비된 아침 공양을 올리는 공양의식의 경건한 자리나 길거리에 줄 서서 탁발하는 스님들에게 공양을 올리는 미얀마인들의 신심 어린 모습에 우리도 그들과 마음이 하나가 된다. 작은 보시로 마음이 충만해지는 기회에 함께 할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가! 공양을 받는 스님과 공양을 올리는 불자의 모습은 진지하다. 서로를 마주하는 순간이 진지하고 그것이 그들의 일상이다. 굳이 무주상보시를 따질 이유도 없다. 감사히 받고 감사히 주는 일 자체가 일상이다. 그냥 주고 그냥 받을 뿐이다. 그냥 감사할 뿐이다.
가는 곳마다 길 가에 탑이 보이는 미얀마에서 위빠사나 명상을 며칠 체험했다. 좌선을 하고 경행을 하면서 자신을 바라본다. 단원 중 한 사람은 수년간 괴로워했던 마음의 고민자리를 알아차린 모양이다. 알았으니 괴로움을 떨친다…….
이번 미얀마 여정은 벅참, 충만, 감사, 가피로 표현 된다.여정을 기획하신 스님과 여행사 관음고정의님, 그리고 무엇을 하든 그저 기쁘게 한 마음으로 따라준 단원들 덕분에 행복했다. 다음은 어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