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서소개] 미국 여성의 눈으로 보는 불교 Buddhism Through American Women’s Eyes

Buddhism Through American Women’s Eyes, edited by Karma Lekshe Tsomo (Snow Lion Publications, 1995, 2010)

한국어 번역 및 요약: 이영희, 김은희

샤카디타 코리아 회원님들께 미국계 티베트 불교 비구니 스님이신 까르마 렉셰 소모 스님이 편집한 미국 여성 불자들의 에세이 모음집『Buddhism Through American Women's Eyes』를 소개한다. 편집자인 쏘모 스님은 1970년대 티베트 불교로 출가하였으며, 당시 티베트 불교에는 비구니 교단이 없어 1982년 한국에서 비구니계를 받으신 분이다.


이 책은 1989년 8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여성 안거에서 탄생하였다. 다양한 수행 이력과 불교 전통의 배경을 가진 여성 불자들이 모여 명상과 대화의 시간을 가지던 중 각자 불교를 만난 연기와 그 후의 경험과 수행 체험에 대해 책을 하나 같이 꾸려보기로 하였다고 한다. 각 저자들의 불교 경력은 매우 다양하다. 몇 십년간 오래 불교수행을 해온 사람도 있고, 처음 입문한 사람도 있으며 독신으로 오랫동안 수행하다가 결혼해서 엄마가 된 분 등 여러 사람들이 미국 문화 속에서 각자 어떤 식으로 불교를 받아들이고 수행을 통해 성장해 나갔는지를 진솔하게 토로하고 있다. 그중 몇 편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하이디 싱(Heidi Singh)은 불교 수행을 통해서 오랫동안 소원해져 있던 알코올 중독자인 아버지와 화해할 수 있었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어릴 때 아버지로부터 받은 트라우마를 불교를 만나면서 극복하게 되고, 그 후 노쇠해진 아버지에게 화해의 손을 스스로 내밀 수 있었다. 이것을 불교 수행 덕분이라고 말하고 있다.

불교 수행은 아이가 없는 독신자나 아이들이 다 큰 중년 이상의 여성들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도 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 되어야 한다는 재클린 맨델(Jecqueline Mandell)의 주장은 매우 고무적이다. 사회 복지에 아이들을 위한 데이케어, 노인들을 위한 케어가 있듯이 24시간 육아에 시달리는 엄마들을 위한 마더 케어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새롭게 들린다. 출산율이 떨어지는 우리나라에서 필요한 복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 불자이면서 알코올 중독자임을 인정하는 레이첼 브이(Rachel V.)는 불교가 인도에서 중국으로 넘어와 도교의 영향으로 선불교를 탄생 시켰듯이 미국 불교는 미국 내 사회복지 프로그램인 12단계 프로그램과 융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이야기 하고 있다.

카루나 달마(Karma Dharma)는 무아의 입장에서 인간관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선방에 40명의 수행자가 있다면 거기에는 ‘완벽하게’ 만들어진 40개의 ‘우주’가 있으며 각 수행자들은 자신이 만든 이 우주를 완벽하게 관리하고 그곳에서 안주하느라 늘 바쁘다. 사람과 사람이 서로 가까워질수록 사람들은 자신이 만든 이미지에 손상을 받고 힘들어진다. 카루마 달마는 이 때 수행을 통해서 더 이상 자신이 만든 새장 안에 갇힌 작은 새가 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우리에게 익숙한 렉세 쏘모 스님의 출가하게 된 동기에 대한 이야기도 아주 흥미 있다.

각각 짧은 에세이지만 자신들의 경험을 진솔하게 이야기하고 있어 여성 불자라면 한 번 읽어 볼만한 책이다. 또한 치열하게 수행을 하는 서양 불자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