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 린포체와 G.E.P. 6기 생존기 – 글: 이은정

지난 2019년 12월, 한 해의 마무리를 법회 봉사자로 함께할 일이 생겼다. 티베트 출신이지만 지금은 미국에 살고 계시는 아남 툽텐 린포체(존경하는 스승님께 쓰는 호칭)께서 한국에 2주간 방문하여 서울, 부산 등지에서 법회를 하시게 됐다. 나는 그 기간 동안 린포체와 함께 이동하며 보조해드리는 비서 일을 맡게 되었다.

린포체를 모시는 일은 무척 쉽고 즐거웠다. 일정을 알려 드리려고 묵고 계신 방에 똑똑, 노크를 하면 늘 오랜 친구를 맞는 것처럼 환한 얼굴로 웃으시면서 “Oh, good to see you!”라고 반겨 주셨다. 집중 수행 중에 어떤 날은 숙소로 돌아가다가 훤한 달이 아름답다며 한참을 추위 속에 서서 바라보시고는 만트라 같은 노래 곡조를 흥얼거리기도 하셨다. 달, 나무, 산, 추위... 린포체는 모든 것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내며 감탄을 아끼지 않으셨다.

G.E.P. 동시통역 훈련

한 번은 샤캬디타에서 수강했던 영어 통번역 프로그램(G.E.P.)의 덕을 톡톡히 보기도 했다. 서초동에 있는 ‘행복 수업’ 공간에서 법문을 하실 때였는데, 통역을 맡기로 준비했던 친구가 긴장한 모양인지 옆에 있던 내게 도움을 요청했다. 법당을 가득 채운 법우님들께서 눈을 반짝, 귀를 쫑긋 세우고 집중하며 듣고 있던 터라 등줄기에 땀이 훅 스몄다. 그렇지만 노트를 펴고, 펜과 마이크를 받아 들자 G.E.P. 6기에서 배우면서 체득한 감각이 금세 다시 살아났다. 그 감각은 내게 있어 무엇보다 ‘완벽한 통역이 아닐지라도 기죽지 않기’였다. 가끔 집중의 끈을 놓쳐서 린포체께서 하신 말씀보다 한참 짧게 통역하면 법당에 어색한 침묵이 흘렀지만, 거기에 연연하면 할수록 다음 말씀에 집중하지 못하니 ‘let it go~’ 하는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도 큰 어려움 없이 법문 시간이 끝이 났다. 옆자리에 계시던 다른 진행 도우미께서 내게 “어디서 통역 배우셨나요?”하고 물으시길래 샤캬디타를 홍보했다. 수강한 지 1년 반이 지난 데다, 그 사이에 통역할 일이 전혀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도움을 받으니 신기하다. 다시 한번 G.E.P. 6기 모두와 함께했던 시간들을 떠올리며 감사의 마음을 보내드리고 싶다.

글: 이은정(G.E.P. 6기 수료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