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ID-19 동국대학교경주병원 현장의 목소리

2020년, 전세계를 강타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의 팬데믹이 계속 되고 있습니다. 전쟁을 방불케 하는 최전선 현장에 계시는 분들은 일반인들이 짐작조차 어려울 정도로 큰 압박감을 받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현장에서 수고하시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리며, 동국대학교경주병원 격리병동에서 근무하시는 조성만 교수님(소아청소년과)을 모시고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고자 합니다.

동국대학교경주병원

샤카디타 코리아(샤코): 정말 수고가 많으십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대규모 감염에 대한 훈련을 하신 적이 있으신가요?

조성만: 저는 이번 사태 이전에도 격리병동에서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본원은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으로 고위험병원체 발생 대비를 위해 매년 모의훈련을 실시합니다. 또한 본 부서로 발령되는 신규 직원의 필수 교육에 개인 보호구 착탈의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샤코: 일반적으로 병원은 감염에 민감한 곳인데요. 이번 사태로 더욱 더 강화된 감염 예방에 대해 알려 주세요.

조성만: 말씀하신대로 병원에서의 감염은 환자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안전에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감염전파예방을 위한 지침을 평상시에도 늘 수행하고 있습니다.

다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해서 입원환자 또는 방문객에 의해 원내 감염이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은 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예전에는 호흡기 증상이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 적용하던 지침들이 이제는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되었습니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원내출입 자체가 제한되고 면회도 안되며, 조금이라도 증상이 있는 사람들은 코로나 검사부터 시행해야만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상황입니다.

샤코: 뉴스에서 보면 의료인들이 우주복 같은 방역복을 착용하고 진료를 하고 있습니다. 그 옷을 착용할 때의 느낌이 어떠신가요?

방역복 착용 모습

조성만: 저희가 본격적으로 방역복(레벨 D)을 입기 시작한 것은 올해 2월이었는데, 그때는 겨울이라 불편해도 참을 만 했었습니다. 그런데 날씨가 점점 더워지다 보니 환자를 보는 시간이 길어지면, 환자가 있는 방에서 당장 이 옷을 벗어 던져버리고 싶은 답답함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등뒤의 양압호흡구는 마치 누군가를 등에 업고 있는 듯하기도 합니다.

우주복이라 표현하셨는데요, 방역복을 입고 업무를 하다 보면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몰라서 저희들끼리 ‘인터스텔라’라고 장난을 치기도 합니다. 확진환자를 보고 난 후에 방역복을 벗기 때문에 벗을 때도 완벽하게 바이러스를 차단했을까 하는 불안감도 매번 느끼고 있습니다.

샤코: 한때 대구·경북 지역에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때 국민들이 큰 공포를 경험했습니다. 당시 현장에 있던 분들의 심정은 어떠셨나요? 감정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무엇일까요?

조성만: 무서웠죠. 처음에는 경기도 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어서 언젠가 우리에게도 닥치겠다는 막연한 긴장감을 갖고 있었는데 갑자기 한 종교단체의 잘못으로 경기도에서 대구·경북 지역으로 감염병이 엄청나게 확산되는 상황이 되어 버렸을 때, 정말 암담했었습니다.

샤코: 현장에 있는 의료진의 가족들도 많이 힘들었을 것 같아요.

조성만: 사실은, 가족들 단속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가족 중에 누가 모임이나 술자리에 갔다고 하면 화를 내기도 했죠. 가족들을 감시하는 것 같았어요.

샤코: 함께 일했던 동료들과의 추억이 많으시겠어요. 응원메세지도 많이 받으셨습니까?

조성만: 많은 분들이 의료진들을 응원해 주셨어요. 늘 기부하라는 메시지는 많이 받았어도 직접 기부를 받아 본적이 없었는데 따뜻한 도시락, 힘내라고 보내주시는 물품들……. 알게 모르게 그런 것들이 많은 힘이 되었어요. 동료들 역시 마찬가지죠. 가족보다도 힘든 걸 가장 잘 알아주고 위험한 순간에 서로를 지켜주는 그들이 함께 있기에 버텨내는 거 같아요.

샤코: 진료했던 환자들 중 인상 깊은 환자가 있었다면 말씀해 주세요.

코로나19 검사 접수처

조성만: 초기 입원환자들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정신과 환자들이 한꺼번에 감염이 되고, 그들이 혹시 모를 충동적인 행동을 할까봐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막상 그들은 숨이 차서 가슴을 심하게 들썩이면서도 시키는 대로 마스크를 절대 벗지 않고 ‘살려주세요’ 하던 모습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아요.

그리고 사람에 대한 실망도 많이 했던 거 같아요. 보건소 직원들을 함부로 대하고 생필품을 가져다 주지 않는다고 민원을 제기하는 등 국가에서 해주는 모든 것들을 당연히 여기는 사람들이 있어요. 일선에서 환자를 위해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면 좋겠어요.

샤코: 병원은 늘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곳입니다. 코로나 사태 이전의 모습과 현재의 모습에서 다른 점이 있을까요?

조성만: 고위험 환자들은 감기로도 폐렴이 올 수 있어요. 그러면 위험해지기도 하죠.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저 환자들은 지금의 일상을 살고 있었을까? 그렇진 않더라도 사망을 앞둔 순간 가족들과 마지막 한마디를 나누고, 손을 잡아주고, 생을 마무리하며 가시게 할 수는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코로나로 마지막 순간에 가족을 만나지도 못하고 장례절차도 제대로 치루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의료진에게 감사를 전하는 #덕분에 캠페인

샤코: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든 시기에 어떤 방법으로 자신의 일상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까?

조성만: 병원내 법당에서 부처님께 기도하며 힘들고 지친 마음을 달랩니다. 가끔은 인터넷 쇼핑, 유튜브 시청 등으로 기분전환을 하기도 했습니다.

샤코: 코로나 현장에서의 경험으로 본인의 삶에 대한 태도가 바뀐 것이 있을까요?

조성만: 사람들과의 거리감이 실제로 생기는 거 같아요. 낯선 사람을 더 피하게 되고, 나 혼자 있을 땐 마스크를 쓰지 않다가도 누군가가 가까이 오면 습관처럼 마스크부터 찾게 돼요. 식당도 가지 않게 되고요. 혹시라도 내가 감염이 되면 내 동료, 내 가족들의 안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죠. 그런걸 나 스스로가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자꾸 들다 보니 외부와의 접촉이 더 꺼려집니다.

샤코: 불교의 가르침과 수행이 이 사태를 견디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십니까?

조성만: 네, 불교의 가르침을 배우면서 마음을 치유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봅니다. 평소 기도를 열심히 하는 편이 아니었는데 의심환자가 있다거나 동료, 가족이 아프면, 코로나가 아니기를 나도 모르게 간절히 기도 드리게 됩니다.

샤코: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불보살님의 가피가 더욱 증장하시길 두손 모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