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리더십시리즈] 참선 2, 다시 나에게 돌아가는 길

샤카디타 코리아는 현대 리더십 문제의 해결책을 부처님의 지혜로부터 찾고자 ‘불교리더십시리즈’를 연재합니다. 2019년 10월 발행한 소식지부터 3회에 걸쳐 아잔 브람스님의 글 ‘굿 거버넌스(Good Governance)에 대한 불교의 기여’ 중 제1장 지도 능력, 제2장 의사결정, 제3장 문제 해결을 번역하여 실었습니다. 그 와중에 전 세계적인 코로나 사태를 지켜보며 우리는 각국의 리더십이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다시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호에는 테오도르 준 박님의 글을 소개합니다. 아래 글은 저자와 출판사의 동의를 받아 『참선 2, 다시 나에게 돌아가는 길』 (나무의마음, 2019년 11월 출간)에 나오는 ‘리더십과 참선’이라는 장에서 발췌하였습니다. 게재를 허락해 주신 저자와 출판사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저자 테오도르 준 박은 미국에서 태어나 하버드대학교에서 비교종교학 학사, 뉴욕대학교 대학원에서 심리학 석사를 수료했습니다. 1990년에 한국으로 와서 송담스님의 제자로 인천 용화사에서 출가했습니다. 20년 정도 수행에 몰두한 후 송담스님의 권유로 대중에게 참선을 가르치고자 대외 활동을 시작, BTN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현재는 절에서 나와 자유로운 21세기의 수행자로 살며 한국과 미국에서 참선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부처님은 한 명의 장수가 만 명의 군사를 이끌고 전쟁터에 나가는 것보다 자기 자신을 다스리는 것이 더 어렵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지난 몇 년간 조직의 리더들이 힘겨워하는 모습을 적지 않게 지켜보며 이 말이 진실임을 확인했다.

조직의 리더나 보스와 관련해 매우 흥미로운 사실 중 하나는 자기 분야에서 필요한 능력을 갖추고 실질적 권한과 책임이 있는 위치까지 올라가는 사람은 누구나 예외 없이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가장 큰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졌지만 스스로의 행동을 제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다. 정말로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을 찾아내 관리해야 한다. 그리고 상황분석과 판단, 의사결정 그리고 문제해결에 있어서 자기의 방식을 파악하고 유연성을 가지려고 노력해야 한다. 또한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핵심 가치에 숨겨진 모순을 인식해야 하며, 개인적 욕구를 조절하는 법도 배우고자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하는 습관적 행동, 특히 다른 사람을 대하는 방식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좋은 리더는 자신의 성격이 가장 큰 적이고, 자신의 사고방식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것을 잘 안다. 조직의 사다리를 힘겹게 올라갈 때까지 가치관과 신념, 기호가 분명한 것이 장점이었다. 이런 점들이 날카로운 집중력과 자신감, 빠른 판단력과 적극적인 추진력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상에 오르고 나면 옳고 그름과, 선과 악, 인상적인 것과 인상적이지 않은 것에 대한 견해가 확고하고, 관점이나 접근법이 뚜렷한 것이 이제는 잠재적 기회와 위험요소를 파악하는 데 장애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좋은 리더는 자신을 포함해 누구나 자기가 좋아하는 누군가의 말에는 더 귀를 기울이고 그 조언을 받아들이려고 하는 반면,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반감을 가진다는 사실도 잘 안다. 그러나 좋고 싫음은 다분히 자의적이다. 리더나 관리자들 또한 매력적이고, 말도 잘하고, 호감형이고, 자기만의 분명한 스타일이 있는 사람에게 더 끌린다. 그런 면들이 옳고 그름이나 효율성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된다.

따라서 스스로를 조금이라도 성찰할 수 있는 리더라면 자신의 편견과 기호 때문에 좋은 아이디어를 놓치거나 잘못된 생각을 따르게 되지 않을까 염려한다. 그들은 판을 뒤집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거나 형편없는 정책을 펼치게 되는 이유가 대개는 지략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통제되지 않은 성격 때문이라는 것을 안다. 모든 형태의 거래가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요즘은 판단과 결정도 빠르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 이런 식의 위험을 더 가중한다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이 있다. 누구나 무의식 속에 정신적으로 매우 어둡고 원초적인 편견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머리로는 평등과 정의, 연민 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하지만 우리의 정서적 발달 수준은 늘 그것을 따라가지 못하고, 많은 경우 한참이나 뒤쳐져 있다. 현대사회에서는 정식으로 감정을 조절하는 훈련을 받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정서적으로 무지한 상태다. 따라서 우리의 감정적 반응은 거의 인제나 유치한 수준이다.

그러다 보니 무의식적인 감정 차원에서 보면 우리의 인식과 판단, 행동 방식은 기본적으로 인종 차별적이거나 성차별적이고, 동성애를 혐오하거나 엘리트주의적일 수 있다. 또한 본의 아니게 무의식적으로 속임수를 쓰거나 이용하고, 착취하고, 과장하고, 심지어 가학적인 태도나 의도를 보일 수도 있다. 이러한 인식과 정서적 반응, 충동 조절 양상은 아주 오래 전에 뿌리내려 습관으로 형성된 것이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도 잘 기억하지 못한다. 더욱이 이러한 습관적 행동은 매우 깊숙이 숨어 있다가 어느 순간 의식의 저 아래에서부터 작동하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이 작동했다는 것도 거의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럼에도 다른 사람들에 대한 그런 태도와 관점, 그릇된 형태의 동기 부여는 우리의 선택과 결정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누군가에게 편견을 갖고, 누군가를 증오하고 멸시하고, 학대할 수 있다는 건 인간이 가진 최악의 면모이자 인류 전체로 봐도 가장 부끄러워해야 할 모습이다. 이런 모습은 우리가 감추려고 가장 애쓰는 부분이기도 하다.

우리가 위선자이거나 증오를 부추기는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단지 그런 면들을 없애는 법을 배운 적이 없기 때문이다. 더 좋은 방법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 끔찍한 면들을 방사성 폐기물을 처리하듯 눈에 띄지 않도록 숨기기 바쁘다. 그런 면들이 부지불식간에 새어 나오지 않기만을 바라고 기도한다. 하지만 그런 면들은 어김없이 새어 나온다.

참선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이런 어둡고 원초적인 습관들, 즉 카르마가 우리의 인식을 왜곡하여 행동을 오염시키기 전에 뿌리째 뽑아 버리기 위한 것이다.

참선은 우리 인간의 마음속에 있는 가장 해로운 독소를 제거하는 작업이다. 우리가 가진 가장 나쁜 면들, 우리 영혼의 어두운 부분을 빛으로 비추고 태워 없앤다.

응어리진 분노와 감춰온 증오, 끝없는 두려움과 마음의 상처, 깊은 실망과 원망, 지독한 심술과 중독 등 수치심에 얼굴을 들지 못하게 만드는 모든 것, 우리 내면의 빛을 가려 세상 밖으로 빛을 발하지 못하도록 하는 모든 것을 태워 없앤다.

따라서 나는 우리 사회의 리더들이 반드시 스스로를 인식하고, 제어 하는 방법을 체계적으로 훈련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송담스님이 내게 대중을 상대로 활동하라고 하신 이유가 참선의 가르침을 우리 사회의 리더들에게 전하기 위해서였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