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괘불 미디어아트 전시 관람기 – 글: 전영숙

글: 전영숙

지난 3월 6일 토요일, 국립중앙박물관 불교회화실에서 3차원 디지털 영상으로 보여주는 괘불 전시를 보러 가자는 샤카디타 도반들의 제안에 신이 나서 따라나섰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날씨, 봄바람도 산들 불어 박물관 입구 계단에 서 있는 댓잎들도 기분 좋게 하늘거렸다.

이번 전시는 불교회화실 한쪽 벽면에 높이 12m, 폭 6m의 대형스크린을 마련하여 전통 괘불 3점을 3차원 영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박물관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에 대략 110여 점의 괘불이 전해오고 있다고 하며, 이번 전시에는 그 동안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했던 '부석사 괘불'과 국보 제301호 '화엄사 괘불', 보물 제1270호 '은해사 괘불' 등 총 3점의 괘불을 선택하여 3차원으로 구현했다고 한다.

괘불(掛佛)은 야외에서 열리는 불교의식에 ‘걸어서 사용하는 대형 불화’를 말한다. 괘불은 임진왜란 이후 1600년대부터 등장한, 우리나라에서만 전해오는 불교미술 양식이다. 아무래도 큰 난리를 거듭 겪으며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을 것이고,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함께 달래기 위해 법당밖에 초대형 불화를 걸어두고 의례를 행했던 것이 유래가 아닐까 싶다.

3차원 영상으로 구현된 장면들은 한마디로 ‘압도적’이었다. 그 동안 영취산 법회 장면, 불보살의 모습, 희귀한 새와 나무와 꽃, 영락, 보개, 건축물 등에 관해서는 경전이나 불화에서 수없이 듣고 보아 왔다. 그러나 상상력 부족인지는 몰라도 필자에게는 그런 모습들이 잘 상상이 되지 않았다. 불화의 경우 간혹 색채가 너무 과장적이고 도상도 너무 의례적이라는 생각도 있었다. 그런데 이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서 불경 속 이미지를 구현해 내는 획기적인 또 하나의 방법이 생겨난 것이다. 극락조가 날아서 마치 품안으로 들어올 것 같고 이슬 머금은 꽃봉우리는 촉감과 향기까지 피부가 공명한다. 보살이 착용한 각종 화려한 영락이 걸음마다 댕그랑 댕그랑 소리를 내니 내 마음속에서도 함께 응하여 진동했다. 부처님의 이마에서 뿜어져 나오는 다섯 줄기의 흰 빛은 가슴 속에 닿았고, 보현보살과 문수보살이 친구처럼 다정히 다가오니 나도 이 분들을 마중하며 ‘어서 오세요.’하고 말을 걸어도 될 것 같았다. 가섭존자와 아난존자가 나타났을 때는 부처님을 잘 보필해 주시고 불법을 잘 전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가만히 드렸다. 그 전에 필자는 괘불을 볼 기회가 많지 않았고 또 볼 기회가 있다고 해도 그저 대충대충 보고 넘어갔는데 이번에 3차원으로 구현된 모습을 보고 감동 받아 괘불의 본 모습은 어떠한지가 궁금해져서 찾아보기까지 했다.

먼저 '부석사 괘불'은 1684년에 조성된 것으로 원래 크기는 높이 913.3cm, 폭 599.9cm라고 한다. 부석사는 원래 두 점의 괘불이 전하고 있는데 한 점은 이번에 전시된 국립중앙도서관 소장본이고, 다른 하나는 1745년에 제작되어 부석사에서 소장하고 있다. 1684년에 조성된 괘불의 하단에 적힌 기록에 의하면 1745년에 새로운 괘불을 제작하면서 기존의 괘불을 수리하여 충북 제천의 신륵사로 보내고 새로 제작한 괘불은 부석사에서 사용했다고 한다. 배치를 보면 중앙에는 영취산에서 설법하시는 석가모니불이 계시고, 석가모니불 위에 진리의 상징으로 비로자나불이, 비로자나불의 동쪽과 서쪽에 각각 약사불과 아미타불을 배치하여 삼세불을 표현하였다. 1745년에 제작된 괘불은 이전 괘불과 동일한 구도 하에 석가모니 부처님의 대좌 앞에 노사나불을 조그맣게 첨가하였다. 그리하여 횡으로는 삼세불을, 중앙의 세로축으로는 삼신불을 갖추었던 것이다. 괘불을 그리는 데에 10여 명의 스님 화사(畫師)들이 참가하였다고 하며 이 중 몇 분은 1684년도 괘불을 수리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괘불을 그리는 데에도 동참하였다고 하니 작업 광경이 무척 장관이었을 것 같다.

다음으로 '화엄사 괘불'은 1997년 9월 22일 국보 제301호로 지정되었다. 역시 석가모니 부처님이 영취산에서 설법하신 장면을 묘사한 그림으로 1653년에 제작되었다. 괘불의 크기는 높이 11.95m, 폭 7.76m로서 부석사 괘불보다 높이가 약 2미터가 더 높고 폭도 1.5미터 정도 더 긴, 현존하는 가장 큰 규모의 괘불이라고 한다. 석가모니불을 중심으로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이 삼각형으로 배치되고 그 아래에는 지국천왕과 증장천왕이 서 있으며, 이들 사이에 향로가 놓인 단이 있다. 부처님 머리 부분 좌우에는 10대 제자와 비로자나불, 노사나불이 있고 약간 위쪽 좌우에는 다문천왕과 광목천왕이 있다. 이처럼 사천왕이 아래와 위로 나누어 배치되니 개성이 넘치고, 동서남북 네 귀퉁이를 지켜주는 것 같아 든든하다. 화엄사 괘불의 화기에는 임진왜란 때 활약했던 승병들의 이름이 등장한다고 하는데, 이를 통해서 승병들이 전란 후 사찰 재건과 불사에도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은해사 괘불’은 1750년 작품인데, 이 또한 높이 1,156cm, 폭 553cm의 대형 괘불이다. 연꽃이 활짝 핀 연못을 배경으로 아미타불 한 분만을 단독으로 그렸다. 아미타불을 중심으로 양쪽에 붉은 꽃들이 여기 저기 피어 있고, 상단 양끝에 극락조가 날고 있으며, 화려한 천개가 돋보인다.

이번에 괘불을 감상하면서 이런 훌륭한 괘불을 3차원 영상으로 구현해 준 박물관 측이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쉬운 점은 이런 작업이 박물관과 일반 미술대학이 중심이 되기보다는 불교계가 주도적으로 참가하여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질적인 면에서도 더욱 발전되어야 한다. 우리는 ‘슈렉’에서부터 ‘겨울왕국’까지 디지털 영상 기술의 놀라운 발전을 목격해 왔다. 그런데 이는 영화계만의 일이 아니다. 닌텐도의 ‘젤다-야생의 숨결’을 위시한 스위치 게임의 영상 기술은 영상미뿐 아니라 유저에게 높은 자율성을 제공하면서 인문과 기술이 잘 버무려져 게임을 하면서 인문정신이 함양될 수 있도록 치밀하게 구성되었다.

불경 속에 등장하는 각종 이야기와 불교 미술을 3차원 영상으로 구현하는 일은 포교와도 직결될 것이다. 국립박물관에서도 이런 시도가 있어야 하겠지만 불교계가 이런 분야에 신심과 기술력을 가진 젊은 인재를 잘 양성해서 이 시대 ‘불교 디지털 영상 불모(佛母)’가 많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기술력에 더하여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나도 부처님이 되어야겠다는 절실함을 가진 사람들이 만들어 낸 작품과 단순히 기술력을 가진 사람들이 만든 작품이 사회에 미치는 파장은 시간이 갈수록 드러나지 않겠는가?

[참고한 곳]
통도사 성보박물관(http://www.tongdomuseum.or.kr/)
국립중앙박물관 블로그(https://blog.naver.com/100museum)
국립중앙박물관 유튜브(https://www.youtube.com/watch?v=Hv2_viLQ1d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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