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한국 비구니의 리더십 – 인홍선사(仁弘禪師)를 중심으로 – 발표: 정완스님

발표: 정완(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 연구교수)

인홍스님 연보*

*박원자, 『 (인홍스님 일대기)길 찾아 길 떠나다』, 파주: 김영사, 2007, pp.358-361.
**動靜一如ㆍ夢中一如ㆍ熟眠一如
***성철스님을 비롯한 청담ㆍ자운스님 등이 주도하여 실시한 봉암사 결사를 그대로 실현한 대중 결사.

 

1. 서론

본 발표는 인홍스님(1908-1997)의 리더십을 수행의 관점에서 규명하고 그 리더십이 최종적으로 하화중생으로 실천되는 과정을 살펴보고자 한다. 비구니 선원 석남사(石南寺)의 중흥조이자 “가지산 호랑이”로 기억되는 인홍스님은 일생을 화두를 들고 정진한 선승(禪僧)으로 보는 관점이 좀 더 스님의 삶에 대한 본질적인 평가로 생각된다.

이를 위하여 인홍스님의 수행을 막스 베버의 카리스마 이론의 관점에서 살펴볼 것이다. 아울러 수행에 의하여 형성된 인홍스님의 수행 리더십이 비구니 승단 차원에서는 소위 정화운동 시 비구니스님들을 비롯한 대중들의 팔로워십을 형성하였으며, 교단 차원에서는 석남사를 재건하여 팔로워들이 삶의 본질을 공부하도록 하여 하화중생(下化衆生)의 동인이 되었음도 고찰하고자 한다.

현재의 정보화 시대, 세계화 시대에서는 다양성, 존중, 배려, 포용, 수평적 관계 등이 중요한 가치로 자리매김하였다. 이에 따라 수평적 대인관계를 지향하고, 보살핌과 책임에 강점을 보이며, 배려와 권한 공유를 원활하게 하는 여성 리더십의 중요성이 점차 강조되고 있다. 여성은 포용성, 권한 공유, 부하 배려, 수평적 대인 관계 등에서 강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남성보다 더 나은 리더가 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남성 중심의 리더십이 강한 규율과 위계적 관계로 이루어지는 반면, 여성 중심의 리더십은 수용적이고 유연하며 유대가 약한 특성이 있기 때문에 종교가 현대 사회의 복합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더 적합한 리더십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불교계는 다소 성장이 둔화되고 있기 때문에 다변화되고 세심한 돌봄과 개인적 욕구 충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현대 사회에서 여성의 리더십이나 여성 지도자를 활용하지 못함으로써 불교가 성장하지 못하는 측면은 없는지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2. 새로운 리더십 이론과 카리스마 리더십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신조류 리더십 이론이라고 불리는 다양한 리더십 이론이 소개되고 있다. 그 중 막스 베버의 카리스마 리더십을 살펴보겠다.

‘카리스마’는 그리스어로 ‘divine gift(恩賜)’라는 뜻을 가진 용어이다. 그 재능에는 예언의 능력, 가르치는 재능, 치유의 능력, 다스림과 섬김의 능력 등이 포함되는 것으로 성서에 나타나고 있다.(백기복, p.239) 막스 베버는 이 용어를 직책의 권위나 전통에 근거하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자질을 갖고 태어난다는 추종자들의 지각에 근거하는 리더의 영향력 형태를 기술하는 데에 사용하였다.(G.A. Yukl, p.293)

카리스마 이론의 주요 쟁점 중 하나는 카리스마의 발생에 관한 것이다. 즉, 카리스마가 리더의 개인적 속성에 의한 것인지, 상황여건 때문에 발생하는 것인지 또는 리더와 팔로워 사이의 상호적 영향력이 미친 과정의 결과인지 하는 것이다. 카리스마는 현재 관계적이고 상호작용적인 개념으로 수렴되고 있다. 즉, 리더의 자질과 행동에 대한 팔로워들의 지각에서 결과되는 것을 카리스마로 이해한다. 그리고 이 지각은 리더십의 상황 맥락과 팔로워들의 개인적 및 집단적 욕구에 의해서 영향을 받는다.(Ibid, p.294)

아래에서는 막스 베버의 카리스마 이론을 인홍스님의 수행과 직위에 적용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3. 인홍스님의 수행과 리더십의 형성

다음은 인홍스님이 행한 수행법이 불교 수행으로써 갖는 효과에 대한 논의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미치는 리더십의 형성에 초점을 맞추어 고찰하겠다.

대중과 함께 정진하는 경우에 누군가는 대중의 정진을 위한 ‘외호’가 필요하다. 즉, 대중과 함게 있으면서 먹을 것과 입을 것을 마련하여 대중이 공부할 수 있게 해주고, 사찰에 문제가 생기면 그것을 해결해야 하는 일 등이다. 그러므로 마산 성주사에서 대중과 함께 정진하던 인홍스님은 오로지 화두에만 몰두하여 마음껏 공부하고 싶어서 출가한 지 10년이 되던 해인 1952년, 경상북도 양산군 하북면 천성산에 있는 조계암에서 하안거 정진을 하게 된다. 이 때 100일의 안거 기간 동안 등을 바닥에 붙이지 않았다. 이러한 장좌불와는 결코 눕지 않고 꼿꼿이 않은 채로만 수행하는 방법으로, 깨달을 때까지는 편안하게 누어서 쉬는 시간 없이 정진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인홍스님의 장좌불와는 사람들에게 종교지도자로서의 카리스마를 형성해줄 수 있는 요건을 갖추고 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카리스마’는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가 1920년대 제시한 신학적 개념이었다.(* Weber는 charisma라는 어휘를 종교사가인 Rudolf Sohm에서 찾았고 Rudolf Sohm은 더 거슬러 올라가 이 어휘를 신의 선물 또는 은혜로운 선물로 설명하는 St. Paul에서 인용하였다.) 당시 베버는 카리스마의 원래 의미(divine gift)를 받아들이면서도, 동료나 하위자가 그 사람에게 특출한 능력이 있다고 인정함으로써 그 리더에게 카리스마가 귀인(歸因)된다고 주장하였다.

베버는 카리스마적 리더를 위기 시에 사람들을 구원할 수 있는 해결책을 지니고 출현하는 신비스럽고 자아도취적이며 사람을 끌어들이는 흡인력을 지닌 사람이라고 보되, 카리스마는 사람들이 특정한 인물이 지니고 있는 특별한 속성을 목격하고 초자연적ㆍ초인간적 능력이 있다고 인정할 때 발현된다고 하였다.(박정남, p.51) 베버의 이러한 카리스마 이론은 이후 카리스마적 리더십에서 유전적이고 성격적인 리더의 특성보다는 리더가 어떤 독특하고 위대한 특징을 타고나면서부터 가지고 있다는 팔로워들의 지각에 근거하여 받아들여지는 것으로 정의되고 있다.(J.M. Jermier, pp.217-233)

보통 사람들에게 24시간 눕지 않고 수행하는 것은 초자연적ㆍ초인간적 능력으로 인지되기에 충분하다. 그러므로 천성산 조계암에서 인홍스님의 장좌불와는 사람들에게 카리스마를 형성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리더는 자신이 주장하는 비전을 달성하기 위하여 자기희생과 위험을 감수하며, 값비싼 대가를 치르는 행동을 마다하지 않는 리더는 카리스마적으로 지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J.A. Conger and R.N. Kanungo, pp.78-97) 인홍스님의 비전은 깨달음이며 이를 위하여 백 일 동안 꼬박 잠을 자지 않고 화두에 몰입한 수행은 사람들에게 충분히 카리스마적으로 여겨졌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인홍스님은 입적 직전까지 출가자가 반드시 지켜야할 계율과 청규를 솔선수범하여 지켰다는 점에서 대중들에게 더욱 팔로워십을 형성해주었을 것이다. 아랫사람은 규율과 규칙을 지키더라도 윗사람은 안 지켜도 된다는 인식이 만연한 사회 또는 집단에서는 크고 작은 법규를 솔선수범하여 지키는 사람은 리더십의 모본으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인홍스님의 수행은 인홍스님만의 고유한 수행법은 아니다. 하지만 인홍스님은 여타의 추앙받는 스승들과 마찬가지로 일반인들이 할 수 없는 이러한 수행법을 철저히 실천하였기에 인홍스님 역시 카리스마적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인홍스님은 여기에 더하여 소수의 비구니 스님들만이 오를 수 있는 비구니회 총재 직위에 추대되었다. 그리고 이를 통하여 전통적 권위와 법적-합리적 권위라는 리더의 권위를 갖춘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비구니회 총재라는 직위는 다른 비구니 스승들이 갖췄던 수행에서 비롯된 카리스마에 더하여 전통적 권위와 법적-합리적 권위를 인홍스님에게 부여하였다. 그리고 그러한 권위는 인홍스님의 카리스마적 리더십을 형성할 수 있게 해준 것으로 생각된다.(Max Weber, pp.215-216)

4. 결론

이상으로 인홍스님의 수행을 통한 리더십의 형성을 살펴보았다. 이러한 리더십을 실천한 목적과 그 구체적인 내용[정화운동 및 종단 행정 참여, 석남사 재건 등]에 대해서는 지면과 시간 관계상 다음 기회에 좀 더 논구해보겠다.

지금까지 성역할 고정관념과 리더십과 함께 연결하여 분석한 연구가 한국 불교학계에는 드물고, 특히 한국 불교계 내에서 여성 불교인의 리더십이나 리더로서 여성 불교인들의 활약과 역량에 관한 연구는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후속 연구에서는 불교 내에 여성 리더의 중요성과 활용에 대한 시사점을 제시하고 불교 내에서 젠더감수성 향상과 양성평등 문화 확산을 위한 교육 및 상담 프로그램 개발에 다소 기여할 수 있도록 좀 더 면밀하고 심도 깊게 살펴보도록 하겠다.

참고문헌

강관수, 『여성 리더십 유형과 조직성과에 관한 비교연구:변혁적 리더십과 거래적 리더십을 중심으로』, 동국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07.
박원자, 『(인홍 스님 일대기) 길 찾아 길 떠나다』, 파주: 김영사, 2007.
박정남, 『최고경영자의 카리스마적 리더십에 관한 연구』, 명지대학교 박사학위논문, 1994.
백기복, 『이슈리더십』, 서울: 창민사, 2001.
조기룡, 「慧菴 禪師의 수행 리더십 형성과 下化衆生」, 『大覺思想』 22, 대각사상연구원, 2014.
Eun-su Cho ed., Korean Buddhist Nuns and Laywomen: Hidden Histories, Enduring Vitality, New York: SUNY Press, 2012.
G.A. Yukl, Leadership in Organaization, London: Pearson, 2012.
J.A. Conger and R.N. Kanungo, “Behavioral dimensions of charismatic leadership,” In J.A. Conger and R.N. Kanungo, eds., Carismatic Leadership: The Elusive Factor in Organizational Effectiveness, San Francisco: Jossey-Bass, 1988.
J.M. Jermier, “Introduction: Charismatic Leadership: Neo-Weberian Perspectives,” Leadership Quarterly 4, 1993, pp.217-233.

인홍스님에 대한 기사 및 동영상

불교신문, 비구니회 초대 총재 지낸 인홍스님 일대기 간행:  http://www.ibulgyo.com/news/articleView.html?idxno=80305
불교신문, 향곡스님 회상에서 인홍스님을 만나다:  http://www.ibulgyo.com/news/articleView.html?idxno=114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