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스님(대한불교조계종 전국비구니회 기획국장)
매일 매일 같은 일, 매일 매일 반복되는 일을 통해 이루어지는 우리의 생활을 일상이라 한다. 일상은 오랜 시간을 두고 자연스럽게 익어진 생활 패턴이다. 일상이 잔잔함, 규칙적인 연속이라면 그 규칙적인 흐름을 깨고 일어난 파장을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이 시대의 사건이 코로나 바이러스의 등장이다. 우린 코로나라는 시대의 언어를 낳았다. 일상이 깨어졌다. 코로나 3년 차에 들었다. 2년 전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생소한 사건이 공상 소설인 듯 영화인 듯한 사건이 바이러스가, 연일 전 세계의 모든 곳을 뚫었고, 호흡이 존재하는 모든 곳은 코로나의 터전이 되었다. 멈춤 없이 열심히 퍼졌다. 코로나 바이러스, 오미크론 등 각종 변이 바이러스, 이제 우리는 여러 바이러스와 공생의 길로 들어섰다.
코로나는 대면사회를 비대면사회로 바꾸고 있다. 대면의 삶이 가져오는 인간다움, 손길과 눈길, 서로서로 교감하는 돈독한 가치가 차단과 거리두기로 자리바꿈을 하고 있다. 그동안 밀접과 친밀을 사회성의 중요한 요소로 여겼는데 이제는 서로 막고 거리를 두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어린이의 미소도 마스크 안에 갇히고 말았다. 생명, 생기의 에너지 자체인 어린이의 얼굴을 우리가 스스로 잃은 것이다. 지금 만난 눈앞의 얼굴을 보자. 마스크에 가려진 반쪽, 슬프다! 이제 온전한 얼굴을 만나는 일상이 어려워졌고 하얀 치아를 보이며 미소 짓는 얼굴을 볼 수도 없게 되었다. 미소 담은 인사는 마음으로 전하는 사람의 생태적 언어인데, 그것을 보여주고 보는 일상이 깨졌다. 참 귀한 것을 우리는 잃었다.
이제 우리는 코로나에 포위된, 자승자박(自繩自縛)의 꼴이 되었지만, 이를 통해 우린 개인을 돌아보고 사회를 되돌아보게 하였다. 그리고 코로나를 만들어낸 환경, 그 환경을 만든 우리의 욕심과 어리석음을 보게 하였다.
지난 10월 대한불교조계종 전국비구니회관 법룡사에서 환경 문제를 다루는 영상매체, 교육, 체험, 생명소리 환경콘서트를 통해 다양한 각도에서 환경에 대한 문제 자각, 해결, 홍보 등을 시도하였다. ‘환경캠페인주간’은 우리에게 늦었지만, 지금이 가장 빠르다는 진부한 답으로 스스로를 위로하는 작은 시작이었다.
참 아쉬운 것은 언어문자로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배우고 이해하는 것은 빠르지만, 우리 스스로의 변화와 실천에 이르기까지는 무척 더디다는 것이다.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보고 듣고 놀라 경악하지만, 정작 생활 속에서는 또 익숙함, 편리함에 묻혀 산다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인간 스스로 환경문제를 제기하고 극복하려는 언변에 의구심을 갖게 된다. 부처님께서 그토록 간절하게 일러주신 말씀, 탐진치 삼독(三毒)의 해악에서 우린 스스로 벗어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 번 생명 환경에 대한 매스미디어의 경고와 달램, 울부짖는 소리를 들으며, 반성하고, 조금씩 인식이 바뀌어 가고 몸으로 실천하는 모습들을 보며 환경운동의 보람을 느낀다.
마스크에 갇힌 어린이의 미소, 이런 상황을 만든 것은 어디까지나 어른의 책임이다. 건강하고, 안전한 생명 환경을 통해 더욱 성숙한 사회, 아름다운 삶을 꿈꿀 수 있는 환경을 우리 어른들이 보장해주어야 한다.
환경문제의 해결은 탐욕을 거슬러 가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다. 탐욕을 줄임과 환경 문제 해결에 진일보하는 것은 일맥상통한다. 우리의 탐욕이 진정될 때, 환경 문제 해결에 좀 더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이다. 환경 문제 해결에 대한 적극적인 접근과 극단적인 해결책이 요구되는 변곡점에 이르렀다. 소중한 생명 환경, 아름다운 삶을 위한 우리의 희망이 살아나기를 발원 한다.
전국비구니회
‘푸르니청정도량’ 실천 발원문
거룩한 삼보님께 귀의합니다.
전국비구니회는 ‘우주 만물 모든 존재는 상호의존하여 생겨나고 멸한다’는 부처님의 연기법을 의지하여, 뭇 생명들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건강한 생존환경, ‘푸르니청정도량’ 만들기를 발원합니다.
‘살기 좋은 행성, 아름다운 지구별’은 생태환경 악화로 낯선 단어가 되었고, 이제 우리의 삶과 환경문제는 깍지 낀 손과 같습니다. 이에 환경을 지키기 위한 용기를 가질 것을 서원합니다. 실천하는 힘과 지혜의 힘을 생존환경을 회복하는 의지처로 삼겠습니다.
부처님이시여,
생태환경의 현실을 직시하는 지혜와 소비를 줄이고 불편함을 감내하는 더 큰 용기를 갖도록 이끌어주시옵소서.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들은 도처에 널려 있고, 이제는 실천만이 남아 있습니다. 전환의 시점에서 지혜와 용기를 갖고, 미래의 후손들에게 행복한 삶의 터전과 건강한 생명환경을 물려 줄 수 있도록, 부처님의 가피로 이끌어주옵소서.
하늘과 땅의 스승이신 부처님께 서원합니다.
서로 관계되어 어우러진 세상임을 깨달아 모든 생명과 함께 하는 삶을 살겠습니다. 환경문제가 ‘바로 나’부터 시작되었음을 알고, 해결도 ‘바로 나’부터 시작임을 깊이 깨달아 먼저 실천하겠습니다. 오늘의 오염환경을 만든 삶의 가치 기준을 버리고 바꾸겠습니다.
지구는 더 이상 소비 산물을 정화해 낼 수가 없습니다. 환경 악화를 이끈 소비생활의 근간인 욕심을 줄이겠습니다. 물질적 소유욕의 뿌리인 탐욕을 줄여, 모든 존재들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유지하겠습니다. 삶의 숭고한 가치가 해탈임을 알아 물질적 소유와 소비에 젖은 생활을 바꾸어,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겠습니다.
삼보에 귀의하여,
삼독三毒의 악순환에서 벗어나 용기로 인내하고 견디며, 바로 실천하여 ‘푸르니청정도량’ 운동의 원만성취를 발원합니다.
나무 시아본사 석가모니불_()_
전국비구니회
"푸르니청정도량" 실천 청규
-, 연기로 이루어진 세상임을 자각하겠습니다.
-, 환경운동, 바로 지금, 나부터 시작하겠습니다.
-, 환경운동, 작은 습관이 큰 변화를 가져옵니다.
-, 환경운동,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 일회용 NO, 일회용을 거절하는 습관, 쓰지 않겠습니다.
-, 빈그룻 운동, 음식물을 낭비하지 않겠습니다.
-, 환경운동실천, 인내하고 견디며 이겨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