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승려장인’ 국립중앙박물관 2021.12.7.-2022.03.6. – 글: 김은희

글, 사진 : 김은희(샤캬디타 코리아 운영위원)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쌀쌀한 겨울 날씨가 아직 기승을 부리고 있는 날에 ‘조선의 승려장인’ 전시를 보기 위해 국립중앙박물관을 방문하였다. 이번 전시는 단순히 ‘신라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 등 전시를 시대별로 나누거나 지역별로 나누는 단편적인 전시가 아니라, 조선후기에 활약했던 승려 장인들에 대한 세밀한 분류와 역사, 그들의 화풍을 알아보는 전시였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열린 불교관련 전시 중 가장 학문적으로 깊이가 있는 전시가 아닐까 생각한다.

승려 장인은 시대에 따라 처한 환경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그 성격과 위상이 바뀌었다. 삼국시대와 통일신라시대의 승려 장인은 전에 없던 새로운 기술을 갖춘 전문가 또는 지식인으로 우대받은 것으로 보인다. 고려시대에는 불교가 더욱 융성하면서 승려 장인의 활동도 세분화, 전문화되었고 유교가 국가 지배이념으로 채택된 조선시대에는 승려 장인의 지위가 이전보다 낮아졌지만 그들은 끊임없이 활동했다. 무엇보다도 임진왜란(1592~1598)으로 피해를 입은 전국의 사찰을 승려 장인이 중심이 되어 재건했다. 이 과정에서 큰 사찰을 중심으로 전문화된 직능을 갖춘 승려 장인 집단이 형성되었고, 이들은 조선 후기에 크게 성장하여 수많은 불상과 불화를 조성했다.

조선 후기 승려 장인에는 예배 대상인 불상과 불화를 만드는 조각승과 화승뿐만 아니라 불전을 짓는 건축승과 기와를 굽는 기와승 범종을 만드는 주종승, 비석과 목판에 글을 새기는 각자승과 판각승, 목재 불구를 만드는 목공예승 등 여러 분야가 있었다. 일부 승려 장인은 분야를 넘나들며 사찰 곳곳에 다양한 불교미술품을 만들기도 했다. 비록 당시의 사회적 지위는 높지 않았지만 예배 대상을 비롯해 사찰의 상당수를 불교미술의 관점에서 볼 때 조선 후기는 특히 '승려 장인의 시대' 라고도 볼 수 있다.

승려 장인은 출가한 수행자였지만 사회의 한 일원으로 시대가 요구하는 다양한 역할을 동시에 해냈다. 승려 장인이 남긴 결과물은 불상과 불화를 비롯한 사찰과 관련된 것에 한정되지 않았다. 나라와 관청의 부름을 받아 궁궐과 도성을 짓거나 심지어 마을에 다리를 놓는 일까지 크고 작은 일에 동원되어 전문성을 발휘했고 당대 문인들과 스스럼없이 교류하며 그들의 문화를 공유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 내용을 표현했다. 속세를 떠났지만 그들은 대중과 더불어 동시대를 살아간 사람이었다. (국립중앙박물관 설명 참조)

특히 이번 전시는 유명한 승려 장인들과 그 계보들을 잘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서양 화풍은 잘 알면서 우리의 그림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는 자괴감이 들었다. 또한 현대 미술가들과의 협업을 통해서 전통적인 불화가 현대적으로 어떻게 계승되고 발전될 수 있는지를 잘 알 수 있었다.

전시된 모든 작품들인 인상적이었지만 가장 인상에 남은 것은 예천 용문사 대장전의 ‘아미타여래삼존’과 ‘아미타여래의 설법 장면’은 인상 깊은 것을 넘어 거의 충격적이었다. 따로 만든 공간에 복도를 돌아 들어간 공간에 황금색으로 빛나는 불상과 목각후불탱은 입을 쩍 벌리게 하였다. 정말 예상하지 못한 광경이었다. 예전부터 예천 용문사의 명성은 익히 알고 있었다. 그러나 불상과 목각후불탱까지 통째로 뜯어 올 줄은 몰랐다. 너무 당황해서 전시관 직원에게 진품이냐고 묻기까지 했다.

보통 절에 가면 예불과 기도 등 할 일이 많아서 불상과 후불탱을 자세히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기 힘들다. 또 주변의 많은 벽화, 화려한 단청을 한 공포, 그 외 장엄물, 공양물 때문에 불상에 집중하기 힘들고 또 수미단이 높아서 시각적으로 한계가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전시칸을 따로 만들고 불단을 낮추고 주위 배경을 어둡게 해서 오직 불상과 후불탱에만 시선이 가도록 전시를 했다. 아마도 다시 볼 수 없는 전시일 것이다. 이 전시를 허락해 준 용문사 주지스님에게 너무 감사했다.

아미타여래

천주교 성당의 제단화와 비교한 동영상

또한 현재 미국 보스턴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약사십이지장도도 매우 반가운 작품이다. 16세기 불화로 아마도 문정왕후가 조성한 수많은 불화 중의 하나로 추측되는 작품이다. 정말로 고급스런 그림이었고 미국에 있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약사십이지장도, 16세기, 보스톤미술관 (이 사진은 보스톤 미술관에서 다운받았다)

앞으로도 이 같은 전시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 전국에 퍼져 있는 수 많은 불상과 불화들을 신도들만 보기에는 너무 아까운 경우가 많다.

화승 축연이 그린 금강산을 유람하는 나한, 1910년대

20세기 전반에 간행된 관광엽서 속 구룡폭포와의 비교

전통과 현대 미술의 만남, 바키(Vakk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