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리더십시리즈] 굿 거버넌스에 대한 불교의 기여 #3

글: 아잔 브람 스님
번역: 이영희(샤카디타 코리아 운영위원)

원문 출처: https://bswa.org/teaching/buddhist-contribution-good-governance-e-book-ajahn-brahm

굿 거버넌스에 대한 불교의 기여 #1와 #2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3장 문제 해결

지도자라면 사리사욕, 악의, 망상 혹은 공포로부터 자유로운 상태에서 의사결정을 해야 할 뿐 아니라 지혜로운 문제 해결사이어야 한다. 지도자는 반드시 피드백을 주고받는 것에, 그리고 유의미한 안건을 내놓는 것에 능숙해야 한다.

3.1 피드백 주기

조직의 지도자는 그 일원들에게 피드백을 줌으로써 그들을 성장시킬 책임이 있다. 오늘날 비즈니스 용어로 이것을 ‘인사고과’라 한다. 자신의 몫을 다하지 않거나 순전히 방해만 되는 일원이 있다면, 그 조직은 성공할 수 없다. 조직 구성원들이 잘하고 있는지 잘 파악하는 것이 지도자의 책무이다.

지도자 중에 일이 잘 풀릴 때는 피드백을 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데 이것은 정말 잘못된 생각이다. 또한, 상당수 지도자는 상대에게 모욕감을 주지 않고 비판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부정적인 피드백을 주는 것을 매우 어려워한다. 이런 사람들은 상황이 몹시 나빠져 “너는 해고야!”라고 말할 정도가 돼서야 겨우 개입하는 방법만을 알 뿐이다. 무엇 때문에 그런 곤란한 상황까지 가도록 해야하겠는가!

불교의 가르침은 다른 사람을 훈계하는데 효과적인 지침들을 제시하고 있다. 비록 비나야(계율)에서 찾을 수 있지만, 그 지침들은 모든 협치의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

첫째, 다른 사람을 훈계하기 전에, 나 자신은 혹 그런 실수나 우를 범하고 있지는 않은지 명확히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의 훈계는 위선자의 말로 간주하여 무시되고 말 것이다.

둘째, 리더 자신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고, 그 사실들을 잘못 판단하고 있지 않다는 합리적 확신이 서야 한다. 단지 몇 개의 사실만 가지고 잘못된 결론을 내리기가 얼마나 쉬운지 알려주기 위해 나는 오래전 내가 어떻게 다른 남자 아내의 사랑스러운 팔에 안겨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냈는가 하는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우리는 서로 껴안고, 쓰다듬고, 입 맞추었다. 비록 이 여인이 다른 남자의 아내였지만 그것은 간통은 아니었다. 알다시피, 그 다른 남자는 나의 아버지였고 내가 입 맞춘 그의 부인은 어린 시절의 나의 엄마였다! 그래서 둘째는, 당신이 모든 사실을 완벽히 알 때 훈계하라는 것이다.

셋째, 당신의 훈계가 선의에서 나온 것이라는 것을 명백히 하라. 다른 사람에게 당신이 선의에서 훈계한다는 것을 전달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모든 비난에 칭찬 다섯 개를 곁들이는 표준 공식을 지키는 것이다. 잘못된 점을 꺼내기 전에, 그들의 작업에서 당신이 가치를 두는 다섯 가지 일을 먼저 지적하라. 그런 방식으로 하면 훈계를 듣는 사람은 자신의 실패에 대해서 어떤 관점을 가지고 바라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그들은 리더의 훈계를 받아도 자신이 거부당했다거나, 화가 나는 감정을 갖게 되지 않을 것이다. 대신에 그들은 훈계를 감사하며 개선하려는 마음을 내게 될 것이다. 이것이 긍정적 피드백이자 심리학이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자신이 중요하게 여겨진다고 느낄 때, 비난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되고, 그 비난을 반추하는 경향이 더욱 커진다는 것을 불교는 잘 알고 있다.

넷째, 비판은 알맞은 장소와 시간 안에서 해야 한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공개적인 장소에서는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한다. 대중 앞에서 비판을 받게 되면 비판을 받는 사람이 당황하게 되어 쓸데없이 방어적으로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상대방이 다른 업무로 큰 부담을 느끼고 있을 때에도 하면 안 된다. 우리는 편하게 있을 때 더욱 분명하게 다른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이게 된다. 비판하기에 적합한 시간은 일이 발생하고 나서 너무 오래 지나지 않은 때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축구팀 감독, 알렉스 퍼거슨 경은 그의 선수들에게 피드백을 주기 위해 다음 달까지 기다리지 않는다. 그는 심지어 다음 경기까지도 기다리지 않고, 경기장 사이드라인에서 바로 피드백을 외친다. 아마도 이것이 좋은 협치의 불교적인 방법은 아닐지라도, 시기적절한 훈계는 “싹에서 바로 문제를 잘라낼 수” 있다. 게다가, 피드백을 받는 사람은 당신이 말하는 것을 바로 이해할 수 있다. 왜냐하면 모두의 마음에 선명하게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훈계가 너무 늦게 나오면, 당신은 곧잘 이런 반응을 듣게 된다, “그것이 문제인 줄 나는 몰랐어! 왜 대체 좀 더 일찍 말하지 않은 거야?” 이런 것은 좋은 협치의 조짐이 아니다.

다섯째, 다른 사람을 훈계할 때, 그것이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고, 나만의 문제도 아니며, ‘우리’의 문제임을 분명히 하는 것은 매우 도움이 된다. 지도자와 지도 받는 사람은 잘못된 문제를 바로잡는데 책임을 함께 져야 한다. 그러면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해법을 찾게 된다. 이것이 바로 피드백을 주는 불교적 방법이다.

3.2 피드백 받기

붓다의 10대 제자 중 한 분인 사리불께서 어느 날 공양을 얻기 위해 마을로 걸어가고 있을 때, 사미승 한 사람이 사리불의 옷차림이 적절하지 못하다고 존자께 말했다. 사리불존자의 위상은 지금으로 치자면 마치 막대한 부와 권위를 가진 포춘지 선정 500대 기업의 부회장 정도로 볼 수 있다. 그 같은 사람이 사무실 비서에게 비난을 받은 것이었다. 그러나 사리불존자는, “대체 넌 누구냐? 요런 보잘것없는 생쥐 같은 녀석, 당장 눈앞에서 사라져!”라고 소리치는 대신에, -아마도 보통 VIP와 비서 사이엔 그런 경우였을 테지만- 자신의 승복을 살펴보고 사미승이 옳다는 걸 깨닫고 덤불 뒤로 들어가 옷매무새를 정돈하고 나와 사미승에게 감사해했다. 그것이 바로 위대한 리더가 피드백을 받아들이는 방식이다.

우리는 또 다른 예를 아잔 차(Ajahn Chah)스님의 말씀에서도 찾을 수 있다. ‘누군가 당신을 개라고 욕한다면 아래를 살펴보라. 아래쪽에 꼬리가 없으면 그 비난을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 당신은 개가 아니니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 아래에서 꼬리를 보았다면 당신을 훈계한 사람에게 감사하라. 그 말이 옳았다고.’

리더가 위에서 서술한 것처럼 능숙하게 피드백을 주고받는 법을 모른다면 리더는 조직의 발전을 가로막을 뿐 아니라 자신의 개인적 성장 역시 가로막고 있다. 당연히 이것은 좋은 협치가 아니다.

종종 리더는 솔직한 피드백을 얻기 위해 자신의 내부 핵심 인사들을 훨씬 넘어설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과 같은 일이 일어난다. “세 명의 열성적 정치인이 다가올 선거에서 당 대표 입후보 선출을 위해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첫 번째 사람이 “2+2는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계산기를 가지고 초조하게 더듬거리다 “4입니다.”라고 대답했다. 두 번째 사람도 같은 질문을 받았고 즉시 “4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세 번째 사람이 같은 질문을 받자, “2+2가 무엇이냐고요? 당신이 내게 말하는 무엇이든 그것이 바로 정답입니다!”라고 말했다. 누가 당 대표가 되었을지 추측해보라.

리더가 자신의 핵심 인사를 넘어, 심지어 외부 인사들에게까지 피드백을 얻으려면 겸손과 용기, 그리고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와 같은 피드백이 없다면, 좋은 협치는 실종된다.

3.3 유의미한 의제(agenda) 만들기

내각의 수상, 군주, 주지, CEO, 장군, 회사 부장을 막론하고 이 세상 모든 리더는 가치 있는 목표를 향해 나라나 조직을 이끌어 가는 역할을 맡는다. 유의미한 의제를 만드는 일은 협치를 함에 있어 ‘큰 그림’에 해당한다. 나는 일부러 이것을 맨 마지막에 두었다. 왜냐하면 대다수의 관리자가 그 ‘큰 그림’ 작업을 거치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의제를 분명히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그 가치를 설득하고 본보기를 통해 그것을 구현해 내는 것이 리더의 임무이다.

사찰이 깨달음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면 오늘날 우리 삶에서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당연히 깨달음이 우리의 의제가 되어야 하고, 절의 주지를 맡은 사람은 최소한 그 목표를 강화하거나 심지어 구현해 내야 한다. 불교를 통해 사람들이 단지 경제적 번영만을 추구하는 한계를 넘어서서 인생에 더욱 의미 있는 의제를 향하도록 장려하는 정부도 있다. 사람들은 부탄의 왕이 GNP가 아닌, 국민총행복(Gross National Happiness)을 정부의 주요 의제로 만든 데에 대해 찬탄한다. 비록 모든 회사 직원에게 유의미하지는 않을지 모르지만, 사업을 할 때 이윤과 주식 가격이 중요하다. 그렇지만 많은 핵심 직원들, 회사의 성장을 이끌어가는 인재들은 직업적 만족을 중요시하며 회사가 여기에 부응하지 못하면 그곳을 떠난다. 그들은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기존의 능력을 개발하며, 그들이 몸담은 사회에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직장 환경이 갖추어져 있을 때만 힘을 얻는다. 군대에서 남녀 군인들이 그들의 희생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느끼도록 이끌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기가 떨어지고 제대로 역할을 해내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올바른 거버넌스는 의미 있는 의제를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결론- 카르마

‘법륜을 굴리는 올바른 지도자’의 이상적 전형과 같은 불교의 가르침은 더 나은 세상이 가능하고, 이는 위에 서술한 현명하고 자비로운 협치를 통해 달성될 수 있다고 제안한다. 카르마의 법칙은 우리가 행복이나 고통을 만들어 낼 힘을 가지고 있으며 우리의 미래는 우리의 책임이라는 것을 말한다. 리더는 다른 사람들보다 이 책임을 더 많이 지는 사람이다.

다른 종교의 몇몇 지도자들은 이 책임을 신이나 운명에 돌린다. 불교 카르마의 법칙은 책임이 있는 곳 즉 리더의 손에 책임을 돌린다. 초기 기독교 신학의 거두였던, 성 어거스틴(St. Augustine)도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신에게 호소하는 것이 효과가 없음을 인식하고는, “신이 사람들의 고통을 멈출 생각이 없거나 아니면 고통을 멈출 수가 없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리더가 사원이나 신전, 교회에서 초월적 존재에게 기도할 때, 그들은 스스로 문제를 부여잡고 고심하는 데 더 좋게 사용될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이것을 ‘전적으로 책임지기’라 하며, 카르마 법칙의 근본적인 메시지이고, 아마도 이것이야말로 불교가 협치의 과학에서 가장 크게 기여하는 점일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