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카디타 포럼 – 제10차 나의 커피 이야기 – 글: 안미경


제10차 포럼

나의 커피 이야기
발표자: 안미경
일시: 2020년 10월 31일
장소: 서울 불교여성개발원/온라인

오프라인/온라인 동시 진행

원두 가공방식의 차이 알아보기

내가 어렸을 적에 커피란 손님이 오면 내오는, 어린이는 머리가 나빠진다고 주지 않는 어른만의 전유물이었다. 냉동 건조된 인스턴트 커피는 뜨거운 물에 마법처럼 녹아 들었으며 그 향기는 아주 매력적이었다. 진하게 탄 커피에 크림과 설탕은 당연히 곁들이는 것으로, 달고 부드러운 커피가 정석인 줄 알았다.

에티오피아가 원산지로 알려진 커피를 사람들이 즐기기 시작한 지 천 년이 넘고, 카페의 역사도 오백 년이 넘는다. 한동안 아랍에서만 재배되며 잠을 쫓는 약으로 쓰이던 커피는 밀수를 통해 외부로 전파되어 이제는 전 세계 사람들이 가장 즐겨 마시는 음료가 되었다. ‘지옥처럼 검고 죽음처럼 강하며 사랑처럼 달콤하다’는 터키 속담처럼. 커피를 거절하기가 어려운 것을 빗대어 악마의 유혹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우리나라에 커피가 전해진 때는 대한제국 시기로 백 년쯤 되었다. 시간은 세상을 빠르게도 변화시킨다. 2021년 대한민국에는 백 원도 안 되는 돈으로 즐기는 인스턴트 믹스 커피가 있는가 하면 밥값과 맞먹는 커피도 흔하다. 밥을 먹고 나면 숭늉처럼 커피가 따라다니는 데, 이는 도시와 시골이 다르지 않다.

그런데 생존에 꼭 필요하지 않은 기호식품인 커피를 이렇게 마음 편하게 즐겨도 되는 것일까? 그리고 우리는 언제까지 커피를 즐길 수 있을까?

지금과 같은 소비 추세라면 2050년에는 현재 생산량의 3배 정도의 커피가 필요하다고 전망한다. 커피를 생산하는 나라에서는 당연히 증산에 박차를 가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기후 변화로 인해 커피 생산 지역이 점점 좁아지는 데에 있다. 게다가 커피는 엄청난 탄소배출 산업의 산물이다. 킬로그램 당 탄소배출량이 가장 높은 식품 중 하나인 쇠고기의 절반이 넘는 수준이다. 또한 우리가 저렴하게 즐기는 커피의 이면에는 하루 일당이1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는 극단적인 빈곤상황에 놓인 노동자에 대한 저임금 착취가 있다는 점도 가슴 아픈 일이다.

하지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의 커피 소비자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사실상 없다고 본다. 공정무역이라는 상품도 있지만 그 한계는 분명하다. 값을 조금 더 쳐주고 커피를 사는 것이 장기적으로 생산농가와 소비자에게 정말 이익이 되는 것인지도 따져볼 일이기 때문이다. 다만 지구촌이라 불리는 좁은 세계에 사는 시민으로서, 특히 지구 반대편의 커피 생산자와 내가 맞닿아 있다는 걸 인정하는 불자라면 상생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내려놓지 말기를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