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 당선에 대한 불교 스승들의 한 마디

[생활 속에 실천되는 서양불교]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 당선에 대한 불교 스승들의 한 마디
Buddhist teachers respond to Trump’s presidential win

저자: 로드 미드 스페리(Rod Meade Sperry)
번역자: 민우스님

출전: Buddhist teachers respond to Trump’s presidential win

_
페마 초드론(Pema Chödrön)
지금과 같은 어려운 시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서로를 사랑하고 그것을 표현하며 부정적이고 공격적인 사고에 사로잡히지 않는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가 분열되기보다 어떤 확고한 입장에 머무르지 않을 수 있는 기회입니다. 저는 명상을 해오며 아주 깊고 심오한 슬픔을 느껴왔습니다. 그런 슬픔과 오랫동안 머무는 것은 힘든 일이지만 그것이 제가 해오고 있는 일입니다. 우리는 확고하지 않음, 부드러움, 슬픔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지금은 우리의 마음과 소통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도울 때입니다.

_
노만 피셔(Norman Fischer)
나는 내 생각을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했을 때, 다른 이들처럼 놀랐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많이 놀란 것은 아니다. 보살들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앉고, 서고 그리고 마당을 쓰는 일과 같은 수행에 매일 전념한다. 그들은 항상 이러한 일을 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좋은 시절이든 나쁜 시절이든 그들은 똑같은 모습으로 이어갈 뿐이다. 보살들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놀이를 한다. 그들은 결국 선(goodness)이 이길 것이라고 자신있게 믿고 있다. 그들은 힘든 시기가 우리 안에서 영웅을 이끌어 낼 것이라는 것도 또한 알고 있다.

급진적이고 자유로운 신념을 가진 사람들 중에 나이가 지긋이 든 이들은 우리가 닉슨(Nixon), 레이건(Reagan), 부시(Bush) 통치 시절도 살아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행복하진 않았지만 어쨌든 우린 살아남았다. 우리는 트럼프 시대도 살아남을 수 있다. 앞서 말한 대통령들은 좋은 대통령들이 아니었으며 지속적인 영향을 남겼다. 하지만, 우리는 잘 살아냈다. 트럼프 통치 시절 또한 살아갈 수 있다. 사실 지금으로서는 트럼프 정권 아래 무슨 일이 일어날 지 아무도 모른다. 왜냐면 지금까지 그가 한 말들은 그다지 의미가 없기 때문에. 그는 그가 내뱉는 말에 그다지 신념이 없는 것 같다.

잠시 동안 놀라고, 슬퍼하고, 화를 내는 것도 괜찮다. 그리고 나서 우리는 항상 그랬던 것처럼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것이다.

우리가 지난 8년 동안 백악관에 점잖고, 지적이며, 사려깊고, 세심한 대통령을 두고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이는 우리가 기대했던 이상이었다. 오바마(Barack Obama) 대통령을 뽑았던 사람들이 이번에는 트럼프를 뽑았다는 사실을 잊어버리자.

잠시동안 놀라고, 슬퍼하고, 화를 내는 것도 괜찮다. 서로의 손을 잡자. 그리고 나서 우리는 항상 그랬던 것처럼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것이다.

달라이 라마(Dalai Lama)가 평생동안 겪어야 했던 일들에 대해 생각해 보자. 그는 매일 수행했고 모든 중생을 향한 자비심을 지녔지만 폭력적인 정권아래 그의 조국과 문화를 잃었다. 하지만 그는 중국인들을 싫어하지 않고 그들에게서 어떻게든 장점을 찾아낸다. 그는 유머감각도 갖추었다. 그가 겪은 비극을 세상에 교훈이 되도록 했다.

우리도 그렇게 하자.

_
로시 팻 은교 오하라(Roshi Pat Enkyo O’Hara)
우리는 모두 선거 결과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대하지 못했던 무서운 소식이었다. 우리는 당연히 이런 시기에 어떤 가르침이 우리를 지탱해 주고 힘을 줄 수 있을지 자문 할 수밖에 없다. 나는 세상의 소리를 듣는다는 대자대비한 관세음보살을 떠올렸다.

아마도 우리는 지혜와 투지의 귀로 세상의 소리를 듣지 못하고 있었나보다.

나는 이 불행한 나라의 소리를 모두 듣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새삼 깨닫는다. 이런 분노와 증오를 만들어낸 고통이 무엇일까? 이런 감정의 분출에 왜 이렇게도 많은 사람들이 놀라는 걸까?

아마도 우리는 지혜와 투지의 귀로 세상의 소리를 듣지 못하고 있었나보다.

우리는 반드시 주의깊게 듣고, 그렇게 듣는 동안에 사람들을 모으고, 조직하고, 시민 권리와 기후 변화, 언론 윤리 등 변화를 만들어낼 새로운 방법을 찾고, 정보를 알리고, 모든 사람들을 깨우치도록 움직여야 한다. 따라서 우리가 고통을 해소하고 이 지구와 이 사람들, 우리 모두를 아낄 수 있게 말이다.

_
이썬 닉턴(Ethan Nichtern)
내가 뉴욕(New York)에서 자랄 때 미 대륙도 아니고 미국도 아닌 미국 해안에서 떨어진 섬에 살고 있다고 상상하곤 했다. 어제 한밤 중에 어린 시절 그 환상을 다시 생각해 냈지만 이제는 단지 소망일 뿐이다. 사실 이 모든 분열의 원천은 분열이 일어나고 있는 곳에 있으므로 우리가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가르침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된다. 나는 미대륙의 시민이고 자랑스러운 애국자이기도 하다.

지금 현재 나의 마음챙김 수행은 미국이 겨누고 있는 증오와 학대에 대해 참을 수 없는 고통과 두려움을 호소하는 많은 동료들을 위한 것이다. 여성이거나, 유색인종이거나, 성소수자, 이민자 그리고 비기독교인에 속하는 나의 많은 동료들은 지금 현재 그들의 두려움과 상처를 호소하고 있고 나는 그들의 편에 서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나는 곧 이런 결과가 나오도록 투표를 한 사람들에게 연락을 해서 그들이 느끼는 공포와 기대감도 들어볼 것이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상할 수는 없지만 나는 최선을 다할 것이다.

우리가 정서적으로 그리고 영적으로 크게 한 걸음 물러섰다는 사실에 슬퍼해도 괜찮다.

나는 적어도 이번 결과가 21세기 인간성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 아주 분명히 보여준다는 일종의 낙관적 전망도 가지고 있다. 이런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 우리는 공감과 소통을 위해 뭉쳐야 한다.

이 세계가 자비롭게 나아갈 수 있도록 내가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내가 신뢰하는 지도자들을 내일 만나볼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우리가 정서적으로 그리고 영적으로 크게 한 걸음 물러섰다는 사실에 슬퍼해도 괜찮다.

명상의 요점은 우리의 감정을 억누르는 것이 아님을 기억하자. 우리 자신과 친구가 되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때에 명상은 우리 안에 기본적인 선(goodness)이 희미하게 빛나는 것을 기억하는 방법인 것이다. |END


*페마 초드론: 미국인 티벳 승려이며 티벳 불교에서 최초로 비구니계를 받았다. 여러 저서를 출간했으며 서양 재가자를 위한 최초의 북미 티벳 사원인 감포애비(Gampo Abbey)의 원장으로 재임하고 있다.

*노만 피셔: 조케츠 노만 피셔. 미국인 조동종 선사이며, 순류 스즈키의 법맥을 잇고 있다. 시인으로도 활동하며 많은 불교 서적을 출판했다. 2000년 에브리데이 선 재단(Everyday Zen Foundation)을 창립했으며 캐나다와 미국, 멕시코 등지에 지부를 두고 있다.

*로시 팻 은교 오하라: 조동종의 법사이며 하라다-야스타니 법맥을 잇고 있다. 뉴욕의 빌리지 젠도(Village Zendo)를 설립했으며 현재 주지로 재임중이다. 활발하게 사회문제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썬 닉턴: 삼발라 불교센터(Shambhala Meditation Center of New York)의 법사이고 불교에 관한 많은 책을 냈다. 그의 저서 집으로 가는 길(The Road Home: A Contemporary Exploration of the Buddhist Path)은 2015년 도서관 최고 서적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는 야후를 비롯한 인터넷 채널과 뉴스 미디어 등에 21세기 불교가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의견을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