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키니(Birkini), 정교분리 그리고 불교 상징이 그려진 티셔츠

[생활 속에 실천되는 서양불교]
버키니(Birkini), 정교분리 그리고 불교 상징이 그려진 티셔츠
Buddhistdoor View: The Burkini, Secular Liberalism, and a Buddhist Hoodie

저자: 부디스트 도어(Buddhistdoor)
번역자: 민우스님

출전: Buddhist Door: Buddhistdoor View: The Burkini, Secular Liberalism, and a Buddhist Hoodie


One of the many Buddha-themed clothing items available for sale online. From etsy.com

2015년 1월 7일 두 무장 이슬람교도가 프랑스의 풍자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Charlie Hebdo) 사무실을 공격해 12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부상당했다. 그 후 프랑스인들은 카페나 영화관에 자주 들리고 이슬람교를 계속 희화하는 등 전혀 개의치 않고 자유로운 일상생활을 영위함으로써 테러리즘에 맞섰다. 안타깝게도 지난 18개월 동안 프랑스는 여러 작은 사건들과 더불어 큰 피해를 준 공격을 두 차례 더 겪었다. 사망한 사람이 230명이 넘고 수백 명이 부상당했다. 그 후 프랑스의 저항적인 자유주의는 조금씩 사그라 들어 이제는 불안한 자유주의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정치 분위기에서는 테러의 위협이 일상 생활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프랑스는 이슬람 근본주의에 맞서기 위한 이례적인 조치를 취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한 가지 조치는 국제 언론의 관심을 받았는데 바로 여러 프랑스 지방 정부에서 버키니 착용을 금지시킨 것이다. 버키니는 부르카(Burqa)와 비키니의 합성어로 이슬람교 여성을 위한 특수한 수영복이다. 얼굴, 손, 발을 제외한 몸 전체를 가리도록 디자인되었다. 당국에서는 이러한 금지법을 자유주의적 세속주의를 보호하기 위한 방편으로 보고 있다. 프랑스는 세속주의를 보호하고 사회가 종교적 이념으로 물들지 않도록 오랫동안 노력해 왔다. “버키니는 여성을 노예화시키는 문화에 기반을 둔 프랑스 사회에 반하는 정치 활동의 표현이다.”고 프랑스 총리 마누엘 발스(Manuel Valls)은 선언했다. 이번 금지법과 관련해 가장 최근 일어난 사건은 니스(Nice)의 해변에서 경찰이 파랑색 긴 소매 버키니를 입은 여성에게 상의를 벗으라고 명령한 일이다.

버키니 금지법 이전에도 유사한 조치들이 있었다. 2010년 프랑스 국회는 공공 장소에서 얼굴을 모두 가리거나 부르카처럼 온 몸을 가리는 복장을 금지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2004년 3월, 당시 대통령이었던 자크 시라크(Jacques Chirac)는 세속주의라는 표면적 명분으로 공립 학교에서 종교적 형상을 과하게 노출시키는 것을 금지하는 법을 승인했다. 이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프랑스가 원하는 세속적 사회라는 정체성이 무엇인지 국가적인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다원화되고 다양화된 종교 기관과 국가는 어떤 관계를 유지해야 할까? 서양 국가들의 중동 개입과 그에 따른 난민 위기가 지구촌 공동체를 과격화시키는데 어떤 역할을 하는 걸까? 종교 지도자들과 사회 지도자들이 국내에서 일어나는 종교 극단주의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프랑스에서 일어나고 있는 종교 극단주의 논란에 아직까지 불교가 등장하진 않았다. 하지만 프랑스 대학교정을 불상 또는 ‘모든 이들이 성불하기를‘이라고 적힌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거닌다면? 밝은 황금색 법륜이 새겨진 스웨터를 입고 교정을 거닌다면 정말 무슨 일이 날까? 이것은 종교적 상징을 과시적으로 노출시켜서는 안된다는 프랑스 법을 어기는 것일까? 만약 프랑스 경찰이 이 학생에게 벌금을 매기거나 옷을 벗게 한다면 이는 걱정스러운 일이다. 나는 지금 어떤 추상적인 질문을 묻는 것이 아니다. 세계의 많은 불자들뿐만 아니라 비불자들도 확연히 불교적인 상징들이 그려진 옷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옷은 아마존(Amazon.com)을 비롯한 다른 주요 의류 상점에서 구입할 수 있다. 선과 티벳 불교를 주제로 한 패션 아이템들도 구매 가능하다.


버키니. From telegraph.co.uk

불교는 유럽에서 이슬람교와 심지어 기독교와도 차별적인 대우를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올 해 8월에 브리티쉬 컬럼비아 대학(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에서 열린 제6차 동련각원 연례 컨퍼런스(the 6th Annual Tung Lin Kok Yuen Foundation Conference)에서 데이비드 교수(David McMahan)의 연설은 몇 가지 생각할 점을 던져주었다. 많은 서양인들이 불교를 종교로 여기지 않기 때문에 신앙과 세속주의에 관계된 많은 문제들에 있어 불교가 서양에서 무사통과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닌가 말이다. 불교를 종교로 정의하는 많은 불자들도 마음챙김과 명상을 세속적으로 이용하는데 불만을 느끼지 않는다. 이 두 가지는 불교의 선사들과 심리학자, 신경과학자들의 오랜 협력에서 나온 결과이다.

불교 내에서 세속성과 종교성을 확실히 구분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불상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는다고 가정하는 것은 세속적 사회에서 공공장소와 개인적 신념(그리고 그 신념을 표현하고 수행하는 것)사이의 경계에 대한 고찰을 확대하기 위해서이다. 지금은 헌신적으로 불교를 수행하는 이들의 도움을 받기에 알맞은 때이다. 궁극적으로 불교는 지금 뜨겁고, 위험하고, 논쟁적인 다른 문제들처럼 어떤 정치적 견해를 가지는 것이 아니다. 중생을 죽이거나 해를 입히는 무엇이든지 불교에서는 단호히 거부한다. 불교의 관점에서는 이슬람 근본주의는 잘못된 견해에 대한 극단적 집착이 드러난 것일 뿐이다.

불자들은 프랑스에서 일어난 테러와 같은 사건의 희생자들에 깊이 동감하고 있다. 2001년 아프가니스탄의 바미얀 불상(Bamiyan Buddhas) 은 이슬람의 이념에 따라 훼손되어 현대 불자들에게는 고통스런 기억으로 남아있다. 아시아 전역에 퍼지고 있는 이슬람 극단주의 또는 분리주의자들의 공격은 성전이라는 불을 끄기 위한 많은 조심스러운 조치가 필요함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 중에는 태국과 같은 곳에서 불자들만을 목표로 삼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불교에서 종교성과 세속성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사회적 수준에서 종교 대 세속이라는 문제에 대해 간단한 해결책을 도출해서는 안된다. 많은 프랑스 정치가들이나 버키니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생각하듯이 전체 상황은 흑백 논리로 규정될 수 없다. 불교 자체가 이것 또는 저것으로 분명히 나눠지지 않기 때문에 유신교나 인문주의 또는 비종교적 지적 전통과는 다른 차원의 논란이기 때문이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