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심리학과 불교의 자비

[불교와 심리학]
긍정심리학과 불교의 자비
Positive Psychology & the Buddhist Path of Compassion

저자: 론 라드너(Lorne Ladner)
번역자: 이현숙

출전: Buddha Net: Positive Psychology & the Buddhist Path of Compassion

서양심리학은 병리학에만 중점을 둔 경향이 있었다. 지난 100년 이상 서양 심리학에서는 위대한 사상가들과 학자들이 히스테리, 강박증, 정신병, 충동증, 우울, 불안, 충동적 분노, 인격장애, 정신병 등을 이해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반면 긍정적 감정이나 인간의 강인함, 웰빙에 대한 이해에는 과학적 연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마틴 셀리그만(Martin Seligman) 박사는 이러한 긍정 심리학에 대한 소홀함에 대하여 글을 썼고 병리학에만 집중한 결과 삶을 가치 있게 하는 긍정적 특성이 부족한 인간 모델이 생겨났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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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 감정들 중에 특히 자비는 서양심리학사에서 다루지 않았다. 프로이드는 정신분석가들에게 정신분석 치료 동안은 모든 감정, 인간적인 공감마저도 배제한 외과 의사를 본받으라고 조언했다. 심리학에서 감정이입의 중요성을 주장한 하인즈 코헛(Heinz Kohut)은 감정이입을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수단으로 정의하면서 친절이나 자비나 공감과 같은 의미와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심리치료사들은 자비롭다는 비난을 받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학자들 또한 자비에 대한 연구를 꺼리는 경향이 있었다. 최근에 참가한 한 컨퍼런스에서 많은 학자들이 불교와 심리학의 소통에 관하여 말했다. 그들이 주목한 것은 서양심리학이 아직 자비의 정의에 대하여 합의를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심리학이 어떠한 감정에 대하여 정의를 내리기 전에는 그 감정에 대하여 측정하거나 연구하기는 무척 어렵다. 또한 우울이나 불안과 화에 관한 수많은 심리학 테스트와 측정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비에 관한 것은 아직 믿을만하고 인정된 측정방법이 없다.

과학적 관점에서 볼 때 아직 명확하게 규정하지 못하고 쉽게 측정할 수 없는 것이라면 그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사랑과 자비는 분명 존재하고 화나 불안만큼 사실적이고 중요한 것은 확실하다. 지난 몇 년 동안 학자들은 자비라는 긍정심리학에 대하여 연구했다. 불교가 자비를 행복과 웰빙의 요인으로 강조함에 따라 서양 심리학은 불교와의 소통을 통하여 자비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 왔다.

리차드 데이비슨(Richard Davidson) 박사는 명상가들의 뇌를 연구하여 명상이 뇌의 여러 부분에서 뇌 회로 연결과 기능을 강화하여 두려움이나 화나는 감정을 진정시킨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한 명상 경험이 많은 사람의 뇌파를 연구한 결과 뇌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활동성이 행복과 긍정적 감정과 연결되어 있음을 발견했다. 여러 기초 연구는 친절과 자비에 대한 명상이 행복감과 연결되어 있음을 시사하는 것 같았다.

불교적 관점에서 봤을 때 이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수세기 동안 인도, 티베트, 몽고, 부탄 그 밖의 불교 국가에 있는 유명한 불교대학의 불교 수행자들은 긍정심리학에 대하여 체계적으로 공부했다. 수세기 동안 이루어진 모든 정신과학 분야의 발견 중에 가장 중요하고 실질적인 심리학적 발견은 다음과 같다; “행복해지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자비를 개발하는 것이다.”

서양 심리학은 행복이 마음의 상태이며 가장 중요한 요인 또한 심리적인 것이라는 것을 자주 잊어버린다. 우리는 너무 자주 행복을 부, 성공, 명예, 일, 또는 관계와 같이 우리 밖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진실을 말하자면 행복지수는 주로 우리의 감정에 달려 있다. 가장 가까운 사람과 매우 아름다운 상황에 함께 있다 해도 마음이 심하게 불안하거나 걱정이 있다면 행복하지 않을 것이다. 반면 강한 사랑이나 자비를 느낀다면 어려운 외부 상황에서도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본인의 연구 결과 사람들은 부정적 감정이 다양한 수준의 강도와 힘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에 익숙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우리는 귀찮음, 화, 분노, 증오, 이러한 감정들 간의 차이를 알고 있다. 또한 불안, 걱정, 두려움, 공포, 이러한 감정들 간의 차이도 알고 있다. 게다가 부정적 감정이 강해질수록 우리 자신과 주변 사람들에게 더 많은 고통을 가져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긍정적 감정 또한 그러한 미묘한 차이들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다. 타인에 대한 가벼운 걱정으로부터 압도적으로 강력하고 확장되어 가는 타인과의 연결감, 따뜻함, 보살펴주고 싶은 에너지에 이르기까지 자비의 여러 단계를 설명하는 언어도 가지고 있지 않다. 서양에서는 사랑이나 자비의 감정을 유약함과 연결하는 일이 자주 있다. 강해지려면 화를 내야하고 거만해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불교의 긍정 심리학은 자비 또한 강할 수 있음을 기억하게 해 준다.

다양한 불교전통은 긍정적 감정을 함양하는데 다양한 방법을 제공한다. 사무량심(사랑, 자비, 평정심, 기쁨)에 대한 명상, 보리심을 개발하는 명상, 타인의 고통을 떠안고 자신의 행복을 타인에게 주는 명상 등이 있다. 심리학적 관점에서 볼 때 중요한 것은 우리 자신과 타인을 위하여 자비의 가치에 대하여 인식하는 것이고 여러 가지 실질적인 방법을 우리의 일상생활에 적용하여 사랑과 자비심을 실제로 키워가는 것이다.

시간을 내어 적극적으로 자비를 키워 간다면 자비가 어떻게 행복을 가져오는지 금방 알게 된다. 최근에 읽은 연구에서 사람들이 타인을 위하여 기도를 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오래 사는 것을 발견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사랑이나 자비의 감정을 개발할 때 그들에게 항상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지는 못하겠지만 우리 자신이 그러한 감정으로부터 항상 도움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 감정은 우리들 행복의 요인으로 작용한다.

자비를 개발하는데 시간을 쓰면 쓸수록 자연스럽게 타인들에게 도움이 되기 시작할 것이다. 심리분석학자로서의 경험으로 봤을 때 프로이드의 주장과는 반대로 자비를 표현하고 타인과의 깊고 강력한 공감관계를 개발함으로써 의미 있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 기쁜 자비의 감정이야말로 타인을 보살피는 것이 곧 나를 보살피는 것이라는 최고의 방법을 가르쳐 준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