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제공덕회의 봉사자 이야기: 경청과 포옹, 함께하기—말레이시아 항공기 실종자 가족을 돕는 봉사자들

[자제공덕회의 사회봉사]
자제공덕회의 봉사자 이야기: 경청과 포옹, 함께하기—말레이시아 항공기 실종자 가족을 돕는 봉사자들
慈济意工采访: 傾聽擁抱 與親屬在一起志工陸凱聲合十為家屬祈福。

저자: 劉毅
번역자: 전영숙

출전: Tzu Chi: 慈济意工采访: 傾聽擁抱 與親屬在一起志工陸凱聲合十為家屬祈福。


志工陸凱聲合十為家屬祈福。(攝影者:劉毅 地點:北京市 日期:2014/03/09)

보아하니 이틀째 먹지도 자지도 못한 모양이었다. 초점을 잃은 퀭한 눈빛으로 멍하니 의자에 앉아 있거나, 소리도 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마치 자동 반복 기능을 장착한 기계처럼 스마트폰 뉴스만 쉴 새 없이 클릭하고 있다. 봉사자들이 조용히 다가와 묻는다. “따뜻한 차 한 잔 드릴까요?”

2014년 3월 9일 아침, 38명의 봉사자가 실종자 가족이 모여 있는 북경의 삼가(三家) 호텔을 향해 출발했다. 출발 전 베테랑봉사자[資深志工: 경험, 능력, 소양 등이 충분히 겸비된 전문 봉사자를 칭하는 자제공덕회 용어-역자주] 가 재삼 당부를 아끼지 않았다. ‘다 내려놓고 오로지 그들의 낯빛에 집중하고, 눈으로 듣고, 귀로 보십시오. 만일 우리가 경청하는 역할을 제대로 완수하려면 먼저 우리 자신의 마음을 잘 다잡아야 합니다. 우리는 저 분들의 마음을 위로하러 가는 사람들이니 마땅히 정지(正知)와 정념(正念)으로 대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의 정성어린 마음이 저 분들에게 전달될 수 있으니까요.’

호텔 도착 후 이들은 먼저 말레이시아에서 미리 와 있던 15명의 봉사자 및 말레이시아 항공사 직원, 호텔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중략)

점심때가 되자 항공사에서 실종자 가족을 위해 점심 식권을 나눠주었다. 하지만 물 한 모금도 넘기지 못할 지경에 어떤 가족이 음식을 입에 넣으려 하겠는가? 항공사에서는 자제공덕회 봉사자들을 통해 식권을 나눠주는 방안을 제안했다. 혹시 이렇게 해서라도 가족들이 조금이라도 안정을 되찾고 밥을 한 술 뜬다면 하는 바람에서다.

봉사자들은 실종자 가족 휴게실 문을 밀치고 조심스럽게 들어갔다. 조그마한 공간에 어떤 사람은 앉아서 어떤 사람은 선 채로 서성거리고 있다. 남자 몇 명이 마비된 듯 창가에 쪼그리고 앉아 있다. 눈가는 벌겋지만 눈물도 말라버린 듯하다. 퀭한 눈과 핏기 없는 얼굴빛만 보아도 이틀 동안 거의 정신이 나가 있었던 듯하다. 봉사자들이 식권을 주면서 한 술이라도 뜨라고 권했지만 기계적인 고맙다는 말만 한 마디 남기고 다시 고개를 떨군 채 깊은 침묵에 잠긴다. 긴 침묵, 그 고통의 깊이를 느끼게 하고도 남는다.

중년의 아주머니 한 분이 의자에 앉아 조용히 눈물만 흘리고 있다. 봉사자 증운희 씨가 걸어가 그녀의 어깨를 묵묵히 감싸며 말한다. “희망을 놓치지 않으려면 그래도 한 술 뜨셔야지요?” 이 한 마디에 아주머니의 마음이 열렸다. “제 딸은 이제 27살이에요. 한평생 딸만 보고 살아왔어요. 하지만 이제 …… 아이 할머니한테는 차마 알리지도 못했어요. 어떻게 알릴 수 있겠어요? ……”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한다. 봉사자는 온몸을 기울여 그 어머니의 한 마디 한 마디를 들으려 한다. 마음을 다한 자신의 따뜻한 포옹과 진심이 이 어머니에게 위안이 되기를 바라면서.

옆에 있던 몇 명의 봉사자들이 그녀와 함께 같이 기도하자고 제안했다. 함께 의자 옆에 꿇어 앉아 가장 경건한 마음으로 그녀의 젊고 아름다운 딸이 무사하기를 기도했다.


出發關懷前,志工們虔誠祈禱。(攝影者:劉毅 地點:北京市 日期:2014/03/09)

이제 비록 식권은 순순히 받았지만 그렇다고 실종자 가족의 무겁고 슬픈 마음이 조금이나마 나아진 것은 아닌 것 같다. 가족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녹여주기 위해 봉사자들은 뜨거운 차를 좀 마시게 하고 싶지만 호텔 직원들이 너무 바쁘게 움직이는 것을 보니 이 또한 부탁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호텔 직원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얼른 나가서 컵과 찻잎, 넵킨 등을 사 오고 따뜻한 차를 끓여 왔다. 실종자 가족들은 한 잔의 차를 통해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연다. 이틀 동안 이들은 한 숨도 자지 못했고 아무 것도 입에 넣지 못했다.

“뜨거운 물 한 잔만 주세요.” 배가 나온 젊은 여성 한 명이 입을 열었다. 아기가 아직 세상에 나오지도 않았는데 아기 아빠가 실종되었다는 날벼락 같은 소식을 듣고 이 젊은 여인은 얼마나 속을 끓이고 태웠을까? 또 얼마나 두려웠을까? 호텔방에 가서 좀 쉬었다 오라고 계속 권하자 가까스로 그녀도 그렇게 하겠노라고 했다.

“저도 밥 먹을게요.”, “냅킨 좀 주시겠어요?” 마침내 사람들이 조금씩 입을 열기 시작했다. 이 기회를 틈 타 봉사자들도 얼른 격려의 한 마디를 넌지시 던진다. “마음 단단히 잡수세요. 우리가 옆에 있습니다.” 그러면서 안심시킨다. “우선 물을 좀 많이 드세요. 마음을 가라앉히세요.”


志工關切地問候、真摯的眼神,讓這位元媽媽有了傾訴的物件。(攝影者:劉毅 地點:北京市 日期:2014/03/09)

지극히 평등한 사랑과 보살핌으로
봉사자들이 마음을 써야 할 사람은 실종자 가족만이 아니다. 북경에 도착한 말레이시아 항공사 직원들은 대부분 말레이시아 사람이거나 인도 사람이다. 항공사 직원과 실종자 가족 사이에 언어 소통이 안 되는 것도 작은 문제가 아니다. 봉사자 가운데 진맹련(陳孟蓮)은 본래 말레이시아 화교다. 중국어 외에 말레이시아어와 영어도 능통하다. 쿠알라룸푸르에서 온 봉사자 외에 그녀가 있으니 이제 항공시 직원과 봉사자들 사이의 의사소통도 가능해졌다. 얼마나 고마웠던지 항공사 직원들이 그녀에게 ‘천사’라는 별명을 지어 주었다.

찬찬히 살펴보니 항공사 직원들 중 일부는 무슬림들이다. 북경의 호텔에서 무슬림 음식을 준비하지 않아 이들은 말도 못하고 굶은 채 일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봉사자들은 얼른 밖으로 나가서 무슬림 요리를 사왔다.

사람이 많고 혼잡하다 보니 여기저기 쓰레기가 뒹군다. 봉사자들은 말없이 수시로 페트병과 휴지 등의 쓰레기를 조용히 처리하고 위생을 위해 눈에 띄지 않게 닦고 쓸기를 부지런히 한다.

(중략)


志工蹲低,一一為等候消息的親屬們奉上熱茶。(攝影者:劉毅 地點:北京市 日期:2014/03/09)

“저, 죄송하지만 저희도 밥 좀 먹어도 될까요?” 눈물로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실종자 가족 앞에서 차마 음식을 입에 넣지 못했던 기자들도 조심스럽게 묻는다. 실종 여객기에 대한 확실한 소식이 없던 상황에서, 가족들의 슬픔을 지우기는 어려웠지만 이처럼 쿠알라룸푸르와 북경에서 온 봉사자들 덕분에 큰 위안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런 마음은 모든 인간이 본래부터 갖고 있는 마음이며 특별한 사람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닐 것이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