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멀었나요?

[샤카디타 뉴스]
아직 멀었나요?
Are We There Yet?

저자: 도나 린 브라운(Donna Lynn Brown)
번역자: 김한울

원문 게재일자: Sep 11, 2017
출전: Tricycle: Are We There Yet?


[까르마 렉셰 쏘모 스님. 도나 린 브라운 촬영]

까르마 렉셰 쏘모(Karma LeksheTsomo) 스님이 티베트에 대해 공부하기 위해 다람살라(Dharamsala)로 향했던 60년대에, 불교론 연구소(Institute of Buddhist Dialectics)에서 비구 스님들과 함께 공부하려면 달라이라마 존자의 축복을 받아야만 했다. 그때부터 스님은 티베트 여승들이 글을 읽는 방법을 터득하도록 돕는 한편, 세계 불교 여성을 지원하며 아시아 수천 명의 여성이 구족계를 받는 것을 지켜보았다.

2015년 11월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린 미국 종교학 컨퍼런스에서 도나 린 브라운(Donna Lynn Brown)은 쏘모 스님과 함께 불교에서의 여성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스님은 티베트 불교 사원에서 공부한 최초의 서양 여성 중 한분입니다. 어떻게 그런 마음을 갖게 되셨는지요?
저는 1965년에 아시아에 왔고, 네팔에서 티베트 불교를 접했어요. 당시에는 불교를 영어로 가르치는 곳이 거의 없었어요. 그래서 티베트 어를 공부하러 버클리와 하와이로 갔고, 그 후에 인도다람살라에 있는 티베트 기록관에서 공부를 계속했죠. 티베트 어에 익숙해질 무렵 제가 불교 철학을 깊게 공부할 수 있던 유일한 곳이 있었어요. 바로 다람살라의 불교론 연구소인데, 여기가 비구 스님들 절이었어요. 이 연구소에서 제가 오길 바랐는지는 모르겠어요. 달라이라마 존자님이 제가 그곳에 들어갈 수 있도록 선처해 주셨거든요. 존자님의 배려로 저는 공부할 수 있는 엄청난 기회를 갖게 되었죠. 그 연구소에서 저는 유일한 여성이었기 때문에 항상 편하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덕분에 6년 동안 불교 경전과 주석서를 공부할 수 있었죠. 매우 행복했어요.

그 후 스님께서는 티베트 여승을 돕기 시작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가 다람살라에 있는 동안, 많은 여승들이 글을 읽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1987년에 글을 읽고 쓰는 방법을 가르치는 교실을 시작하기로 결심했어요. 처음에는 읽기가 유용하다고 설득해야만 했어요. 스님들이 스스로 배우는 능력이 부족하고 똑똑하지 못하다고 믿고 있었거든요. 그도 그럴 것이 여승들은 옴마니반메훔을 외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배워 왔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만약 읽는 법을 배운다면 존자님의 가르침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하며 스님들을 설득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설득이 통했어요. 우리는 라마와 약속을 했어요. 63세의 스님을 포함한 모든 스님들에게 글을 가르쳐서 두 달 안에 읽는 법을 배우도록 하겠다고요. 몇몇 서양에서 온 스님들이 토론하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고, 일부 티베트 스님들이 그 모습을 보고 관심을 보였습니다. 그래서 읽고 쓰기 프로그램이 늘어났어요. 자도(Jhado) 린포체가 그때는 꽤 젊으실 때였죠. 린포체는 제가 만약 린포체에게 영어를 가르쳐 드린다면 스님들에게 불교철학을 가르쳐주기로 하셨어요. 시작하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아 우리는 그 일에 전념하게 되었고, 이 프로그램이 나중에 다람살라의 잠양쵤링(JamyangChöling) 사원이 되었습니다.

스님께서 1987년에 샤카디타 세계불교여성협회를 시작하게 된 동기가 무엇인가요?
단지 다른 불교 여성과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갖기 위해서였습니다. 우리의 기록을 비교해봤더니 굉장히 많은 경험을 공통적으로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좀 더 수준 높은 교육기회를 가질 수 없다는 것이나, 명상센터를 이용할 수 없다는 것에 좌절감을 느꼈고, 우리를 격려해 주는 것이 너무나 부족해서 낙담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모여서 이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해보자고 결정했던 것이지요. 처음에 우리가 상상했던 것은 그저 작은 차 모임 같은 수준이었어요. 하지만 인도 보드가야의 달라이라마 존자님이 샤카디타 대회의 개최를 정식으로 인정해 주시면서 거대한 모임이 되어버렸습니다. 샤카디타 대회에서 수많은 ‘최초’가 탄생했어요. 티베트 여승들이 최초로 공식적인 자리에서 걀링(gyaling)이라는 트럼펫을 연주하며 존자님을 환영했어요. 또한 티베트 여승들이 최초로 다람살라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최규(chögu)라는 노란 법복을 입었죠. 스님들께 점심공양을 올리는 공승제에서는 태국에서 온 비구스님들이 비구니 스님들과 같은 높이의 식탁에 앉았는데, 이것도 최초였습니다. 정말 믿을 수 없을 만큼 놀라운 광경이었어요. 대회가 끝날 때쯤 우리는 다음을 기약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여성들이 배움의 경험을 공유하고 불법을 배울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샤카디타를 발족시키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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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로 어떻게 발전했나요?
정말 놀라운 진전이 있었어요! 지금이야 여승들이 공부할 수 있고 또 공부해야만 하는 게 당연하잖아요. 그 당시에는 많은 사람들이 여성은 배우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여승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진언을 암송하고 기도하여 남성으로 환생할 수 있도록 바라는 것뿐이라고 생각했었죠. 하지만 지금 그런말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죠! 오늘날 티베트 여승들이 철학을 공부하는 사원이나 여성을 위한 명상센터가 많이 생겨났습니다. 티베트와 히말라야의 젊은 여성들이 불교를 통해 교육을 받고 있으며 그 중 일부는 교사가 되기도 합니다. 스리랑카의 2,000명에 달하는 여승 중 절반이 구족계를 받았습니다. 굉장히 보수적인 태국 불교에서조차 100여명이 비구니가 되었어요. 이는 계속해서 밀려오는 파도와 같습니다. 캄보디아에서는 사실상 여승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몇 달 전 제가 캄보디아의 한 절에 방문했을 때 불법을 공부하고 있는 수많은 여승들을 보았어요. 샤카디타는 거대한 변화를 위한 하나의 촉매제였던 거예요. 아시아에서 얻은 가장 큰 이익은 교육과 구족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양에서는 점점 더 많은 여성들이 불교 스승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더욱 평등해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여러 선사에서는 비구, 비구니, 우바이, 우바새가 거의 동등하게 일을 분담하여 하고 있어요. 그러나 학문으로써의 불교 연구에서는 여전히 남성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서양의 불교 여성들은 평등을 이루었나요?
(웃음) 비구니 스님들은 말을 아끼실 걸요! 비구 스님들이 더 유리할 때가 있죠. 비구니 스님들이 음식이나 나를 동안 비구 스님들은 대개 존경심과 관대함으로 대접 받을 때가 많으니까요. 겸손하게 말하자면 좋은 교훈 같지만 평등을 이루었다고 볼 수는 없죠. 재정적인 지원이나 공부하며 지낼 곳을 찾는 것도 비구니 스님들이 훨씬 어렵습니다. 비구니 절이 아직도 부족하거든요. 만약 여승이 공부하고 수행할 도량이 늘어난다면, 더 많은 여성들이 출가할 것입니다. 갈 곳도 없고, 먹을 것도 없고, 공부할 것도 없는데 어느 여성이 출가하려고 할까요? 예전에 우리들이 인도로 갔던 이유는 한 달에 미화 50불만 있으면 생활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비록 비자나 건강 문제를 해결해야 했지만요. 서양에서는 공부하는 데에 돈이 많이 듭니다. 공부와 수행을 위한 재정적지원이 부족한 것이 출가여성이든 재가여성이든 모두의 장애물이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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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여성을 격려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샤카디타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이야기와 경험을 나누면서 공부와 수행을 하고 학자, 통역자, 리더가 되는 것을 격려하는 자리입니다. 대회에서 우리는 이슈를 발전시킵니다. 그러나 더욱 많은 것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저는 불자에게 성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세계 비영리단체 근무자들은 성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불자도 받아야하지 않을까요? 불교는 세상을 이롭게 하지만 그 전통의 테두리 안에서 여권이 보호받지 못한다면 어떠한 도덕적 권위를 가질 수 있을까요? 부끄러운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자신의 가치에 합당한 삶을 살아야 합니다.

우리는 또한 아시아의 불교 여성을 격려할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아시아의 불교가 전통에 박혀 있다고 생각하지만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서양 불자들은 아시아 여성에게 관심을 기울어야 하며 우리 전통의 모든 근원에서 배워야 합니다.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고 경청함으로써 아시아 여성들이 수동적이거나 순종적이라는 고정관념을 뒤엎을 수 있습니다. 또한 음식과 보호소를 지원하고 교육활동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아시아의 불교 여성은 단순한 학술적 주제가 아닌 그 이상이 될 자격이 있습니다. 이들은 자신의 귀중한 불법경험의 주체이며 우리가 배울 점을 많이 지니고 있습니다.

또한 서양이나 아시아의 많은 불교 여성들은 자신의 남성 스승을 위해 매우 열심히 일합니다. 삶을 바쳐가며 공양합니다. 보통 남성들이 계를 잇거나 조직의 수장이며, 대개 여성의 헌신으로 성공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도 여성의 공헌을 무시해야만 할까요? 서양 불자들처럼 자유로워진 만큼 성차별주의적 선입견의 잔재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죠. 아쉽게도 여성은 남성의 성공을 존중하도록 교육 받아왔지만, 여성이 여성의 성공을 항상 존중하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점은 우리 내면의 성차별주의를 인식하는 것입니다. 여성은 불평등한 기관을 후원합니다. 우리가 탁자에서 자리를 차지하려면 현명하게 굴어야 해요. 예를 들어 한 토론 자리에 네 명의 발표자가 있다면 그 중에 절반은 여성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물질적 지원이 남성과 여성에게 똑같이 돌아가도록 신경 써야 합니다.

구족계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여성에게 남성과 똑같은 기회가 주어져야 합니다. 불법의 윤리적 기반인 율장에 따르면 비구니와 비구의 가치가 똑같습니다. 더 높은 성취를 얻으려면 계율을 지키는 것이 필수인데, 그계율에 접근하는 것을 어떻게 막을 수 있겠어요? 구족계란 지위를 얻는 것도 아니고, “단지 서양 여성의 권리 같은 것”도 아닙니다.

불교에서 여성에 대해 어떤 오해를 하고 있나요?
불교의 경전과 전통을 살펴보면 여성들은 질투하고, 소문내기를 좋아하고, 성적으로 통제가 안 되고, 지나치게 감정적이라는 등 수많은 고정관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몇몇 여성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고정관념을 받아들이죠. 서양에서조차 여성들이 무시당하거나 제외되거나 배제되는 모습을 자주 관찰할 수 있습니다. 한 여성이 발언을 할 때 남성이라면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비춰질 경우라도 여성이라서 오만하고 공격적이라고 여겨질 수 있어요. 서양의 페미니스트들이 불평등을 부추긴다며 때로는 비난을 받죠. 하지만 우리가 직면한 차별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아시아 여성들은 성차별에 대해 분명하게 인지하고 있어요. 항상 관련된 농담을 하고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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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의 중요성에 대해 사람들에게 납득시키는 데에 어려움이 있나요?
다른 사람을 납득시킬 필요는 없죠. 여성이 어떤 기회를 갖기만 한다면 자신이 가진 능력으로스스로에 대해 말할 수 있거든요. 그것이 바로 우리가 동서양의 훌륭한 여성 스승을 가진 이유입니다. 제쭌마 텐진 빠모(Jetsunma Tenzin Palmo) 스님, 뻬마 초드론(Pema Chödrön) 스님, 샤론 살츠버그(Sharon Salzberg), 마샤 로즈(Marsha Rose), 툽텐 초드론(ThubtenChodron) 스님 같은 스승들이죠. 또한 존경할 만한 여성 학자들도 많습니다. 앤 클레인(Anne Klein), 자넷 갸쏘(Janet Gyatso), 사라 제이코비(Sarah Jacoby), 사라 하딩(Sarah Harding), 카렌 랭(Karen Lang), 주디 시머 브라운(Judith Simmer-Brown, 고인이되신 리타 그로스(Rita Gross), 그 외에도 많은 분들이 있죠. 이분들은 자신의 노력과 지성으로 업적을 이루었지만 만약 여권운동이 없었다면 그 업적을 성취할 수 있었을까요?

샤카디타와 불교 여성들이 만들어 낼 미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샤카디타는 큰 성공을 거두었고, 여성 문제에 국한되어 있지도 않습니다. 대회에서는 중요한주제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종교간 및 문화 간 대화를 장려합니다. 샤카디타에서는 그동안 사회정의에 대해 많은 관심을 기울여 왔습니다. 사회정의에는 빈곤, 성소수자, 토착인 권리, 환경, 경제정의와 같은 이슈가 있죠. 또한 교육, 연구, 출판 분야도 개척했어요. 2017년 여름 홍콩에서 열리는 다음 샤카디타 대회는 학문, 마음공부, 사회활동을 종합한 주제로 개최됩니다. 불교여성학자, 수행자, 리더의 새로운 세대를 격려하는 것이죠. 젊은 여성은 불교 여성이 직면한 어려움을 맞닥뜨렸을 때 평등과 정의에 대해 열렬한 마음을 갖게 된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거아세요? 이 지구에 3억 명이 넘는 불교 여성이 있어요. 중국을 포함하면 6억 명이나 됩니다. 이 여성들 모두 세계평화와 자비와 이해력을 증진시킬 수 있는 어마어마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기회를 주면 어떨까요?

[이 이야기는 2016년에 처음 작성되었습니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