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불교]
일본 꽃꽂이의 불교적 뿌리
The Buddhist Roots of Japanese Flower Arrangement
저자: 메헬 맥아더(Meher McArthur)
번역자: 이영희
원문 게재일자: Oct 28, 2016
출전: Buddhistdoor: The Buddhist Roots of Japanese Flower Arrangement
로스앤젤레스 이케노보 파의 이케바나, LA 일본계 미국인 사회 & 일본 문화원 자료 제공
일본의 모든 예술 형태 중에서 가장 널리 행해지고 있는 것 중 하나는 이케바나, 즉 꽃꽂이이다. "이케바나"라는 말은 문자 그대로 "생화"를 의미한다. 꽃들이 이미 잘려져 더 이상 자랄 수는 없지만, 꽃꽂이를 통해 새 생명을 부여 받았음을 나타내고 있다. 이케바나에서, 꽃꽂이를 행하는 사람은 꽃과 잎을 꽃병이나 그릇, 바구니, 수반 등에 각각의 꽃송이 뿐 아니라, 줄기의 선과 형태, 잎, 그리고 봉오리를 강조하도록 관심을 기울이며 기술적으로 꼽는다.
꽃꽂이는 계절과 행사, 즉 특정한 행사를 위한 바람직한 분위기에 맞춰 전형적으로 만들어 진다. 어떤 계파의 활동가들은 종종 현대적 재료와 스타일을 사용하지만 대부분의 꽃꽂이는 수 세기에 걸쳐 진화해온 미학적, 정신적 원칙을 고수한다. 사실, 그 전통은 불교가 중국에서 한국을 거쳐 일본에 처음 도입된 6 세기경까지 거슬러가는 오래된 뿌리를 간직하고 있다. 이 새로운 종교(불교)와 함께, 사찰들은 붓다와 다른 신들의 그림, 조각상들을 보존하도록 건립되었고, 꽃, 향, 음식 공양물들이 이러한 신들에게 사찰의 제단에 바쳐졌다.
꽃 공양이 있는 카마쿠라의 대불, 글쓴이 자료 제공
불교의 신들에게 꽃을 공양하는 관습은 카미(kami)라는 인간보다 우월한 존재를 신성한 장소로 불러들이기 위해 상록수에서 잘라낸 가지를 사용하는 일본 고유의 만물유령적인 신토
(Shinto)라는 전통과 결합된다. 곧이어 타테바나(tatebana), 즉 "서있는 꽃"으로 알려진 일본 고유의 꽃꽂이스타일이 탄생했다. 몇몇 초기 일본 꽃 공양에서 불교 스님들은 오늘날까지도 이케바나의 정수로 남아 있는 강력한 정신적 개념인, 하늘과 인간과 땅 사이의 조화를 나타내기 위해 다른 길이의 세 개의 줄기를 한데 모았다. 10세기 경, 일본의 스님들은 용기 안에 이 꽃들을 배열하고 미추구소쿠(mitsugusoku)라고 알려진 3 가지의 의식용 물건 한 벌로서, 향로와 촛대와 함께 제단위에 놓아두기 시작했다.
다음 300년 동안, 그와 같은 꽃꽂이는 불교 사찰에서만 국한되었으나 무로마치시대(c.1333–1573)에, 쿄토의 무사계급의 집에 있던 토코노마(tokonoma)벽감과 치가이다나chigaidana) 라는 단 차이가 나는 선반의 도입과 함께, 이 의식용 물품(꽃꽂이, 향로, 촛대)들은 벽감이나 선반에 장식적 요소로써 배치되게 되었다. 다도의 세속화와 진화와 더불어, 이들 무사 계급의 거주지에서 꽃꽂이는 무사계급 문화의 일부가 되었고, 이번엔 중국문화의 영향을 크게 받게 된다. 꽃병은 대개 수입된 중국 구리 화병이나 칠기 화병, 청자화병이었으며, 불교적 주제를 나타내는 중국 서예나 그림과 같이 종종 짝을 이루었다. 비록 꽃꽂이의 환경은 세속적이었으나, 벽감의 꽃꽂이와 중국인 선(禪) 예술가나 후에는 일본의 선 예술가가 그린 흑백의 수묵화와 서예작품이 짝을 이루어 장식되는 것은 아주 흔한 일이었다.
히로주미 수미요시의 화보집에 있는 리카(rikka) 꽃꽂이 그림, 1700년, 출처 위키디피아
이케바나는 15세기에 쿄토에 있는 류카큐도(Rokkakudo) 사의 센케이 이케노부 선사 아래에서 중요한 변형을 겪었다고 한다. 아름다운 꽃꽂이로 유명했던 선사는 무사들의 집에 꽃꽂이를 하기 위해 자주 초대되었는데, 그의 꽃꽂이의 인기는 세속적 꽃꽂이에도 영감을 주었고 이케노보라는 이케바나 최초의 학교를 시작하였다고 전해진다. 센케이 선사에 의해, 진화되었다고 여겨지는 이케바나의 가장 중요한 스타일 중 하나는, “서있는 꽃”이라는 의미의 리카(rikka)였다. 무사의 집이나 사찰, 황궁의 접견실에서 선호되던 꽃꽂이의 공식적 스타일이었던, 리카는 원래 불교적 우주관의 신화적 산인 메루산(Mt. Meru)을 상징하고 도교에서 가져온 요소도 포함하고 있다. 공식적인 리카 꽃꽂이는 9개의 주된 가지와 몇 개의 2차적 가지로 이루어진다. 9개의 가지는 인과 양이라는 2개의 가지와 7개의 자연 요소를 나타낸다: 산 봉오리, 폭포, 언덕, 산 아래, 마을, 등이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리카 꽃꽂이는 부처님 상 앞이나 공식 행사에 꽃을 꽂는데 있어 이케노보 파가 가장 선호하는 스타일이다.
로스엔젤레스 오하라 파의 이케바나, LA 일본계 미국인 사회 & 일본 문화원 자료 제공
리카로부터, 일본 후대의 모든 꽃꽂이 예술은, 즉 에도시대의 도시사람들 사이에서 점차 인기를 얻었던 리카의 단순화된 버전인 쇼카shoka (“living flowers”)에서부터 다실에서 사용되던 비형식적인 나게이레(nage-ire “thrown-in”)까지 마침내 발전하게 되었다. 심지어 세속적 맥락에서도, 형식적인 꽃꽂이가 불교의 신들에게 바치는 꽃 공양의 우아하나 다소 경직된 의식(儀式)의 광채를 풍길수록, 더욱 격식 없는 스타일의 꽃꽂이는 15세기 이후부터 다도의 세계에 영감을 주었던 선(禪) 미학의 단순함과 엄격함을 더욱 메아리치게 했다.
지난 수 세기 동안, 이케바나의 많은 새로운 계파들의 출현과 함께, 이케바나 꽃꽂이 스타일은 아주 많이 다양해져서 자두, 대나무, 소나무 등을 키 큰 화병에 꽂는 전통적인 이케노보 파의 리카 식(式) 꽃꽂이와 플라스틱 화병에 극락조를 꽂는 소게추 파(Sogetsu-school)의 꽃꽂이 사이에는 오늘날 공통점이 거의 없다. 그러나, 요즈음 이 전통적 일본 예술 형태를 가르치고 실행하는 3,000여개의 계파를 묶어주는 단 한 가지 요소는 훈련이 요구하는 정신적 깊이 뿐이다.
로스앤젤레스 소게추 파의 이케바나, LA 일본계 미국인 사회 & 일본 문화원 자료 제공
소게추 파의 창시자인, 소푸 테시가하라(Sofu Teshigahara)에 따르면, “이케바나는 단지 꽃병에 꽃을 꽂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아름다운 형태를 창조해내려는 예술가의 애정과 필요에 관한 것이다. 이케바나는 단지 꽃에 관한 것이 아니고, 꽃을 꽂는 사람에 관한 것이다.“ 꽃을 꼽는 것은 매우 명상적인 행위이고 전형적으로 수행자들이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해 관찰하고 명상할 수 있도록 침묵 속에서 시행(performed)한다. 이케바나는 단지 장식적인 것이 아니다: 수행자들이 자연과의 친근함을 개발하도록 도움을 주고, 내부 세계와 외부세계를 한데 모으는데 도움을 주는 정신적인 과정이다. |END